사임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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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8-10-07 19:47 / 조회 631 / 댓글 0본문
사무국장으로 복귀한지 5년 11개월만에 개혁연대 활동을 마감합니다. 버겁고 두려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책임지지도 못할, 얼마나 많은 약속을 쏟아냈을까. 목표한 성과에 도달한다는 명분하에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안겼을까. 반복되는 실수와 못 다한 일감을 떠올리면서, 잠 못 이루는 날들도 깊어졌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회한 역시 켜켜이 쌓여 갔습니다. 그 덕에, 부족한 저를 철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의 인생에 다시없을 배움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참 분주했습니다. 전화는 쉬지 않고 울려댔고,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고난을 대하는 이들은 늘 가난했습니다. 마음의 자리가 그러했고, 처해있는 상황은 고달프기만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속만 타들어갔던 시절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몇몇 교회의 상황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개혁연대를 찾는 이들의 호소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상식과 원칙에 어긋난 일들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고, 교회는 진실을 외면하려 할 겁니다. 개혁연대는 계속해서, 주목받지 않는 싸움에 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화려한 향기와 빛깔을 내품는 아침이 아니라 아무도 관심하지 않는 저녁나절 떨어져 밟히고 나뒹구는 꽃을 살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주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어두운 시간에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켜나가는 개혁연대이기를 염원합니다.
저는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섭니다. 성폭력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교회를 돕는 일, 여성들이 성폭력에 시달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을 시작합니다. 삶이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고 고백합니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저 역시 다짐해봅니다. 어두운 시간에도 정성 들여 꽃을 줍겠다고... 회원 여러분의 도움으로 지금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조화석습(朝花夕拾) - 루쉰
아침에 닳은 소매를 저녁에 깁는다
부끄럽지 않은 부족함을 잊지 않으리
아침에 떨어진 꽃을 저녁에 줍는다
아름다움을 소중함속에 간직하리
떨어진 은행잎, 흩날린 동백꽃을
바라보다 남모를 저녁에 줍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아침 꽃의 마음
여유로운 마음, 저녁 노을의 마음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
오늘의 해가 뜬 아침, 오늘의 닭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