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스케치] 배제의 논리로 몸살을 앓는 예장통합 교단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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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7-09-27 18:23 / 조회 501 / 댓글 0본문
※ 결의사항을 보시려면, 2017 교단총회 카드뉴스를 참고해 주세요.
2017년 9월 18일(월) 오후 2시 ~ 9월 21일(목) 오후 2시, 온누리교회 양재성전에서 진행된 102회 총회.
작년에 '총회에서 여성은 엘리베이터 걸'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번 102회 총회에서는 들러리 여성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총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합니다.
식당 봉사와 간식 봉사는 여성의 몫입니다.

(흰색 블라우스에 분홍식 리본을 맨 여성들)
출석인원을 집계하고, 유인물을 나누어주는 봉사팀은 주로 청년이었습니다.

총대가 발언을 요청하는 모습입니다.
회의장 안에서는 발언권에 관한 불만이 여전히 있었습니다.
어떤 총대는 '2층에 발언 기회가 적게 주어진다, 발언하려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주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일부 총대들은 '발언 기회를 주신 총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교인의 대표로 온 총대들이 발언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텐데,
권리가 '의장에게 감사해야 할 그 무엇'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회의장 안에서는 여성의 존재를 느끼기가 좀처럼 어려웠습니다.
여성이 목소리를 낸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세어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언권회원 송광옥 선교위원장은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회무 발언을 했습니다.
발언 내용은 선교정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성 '총대'의 회무 발언은 없었습니다.
물론, 여성 총대가 마이크를 잡기는 했습니다.
각 부서가 보고할 때는 대표자가 앞에 나와서 인사해야 하는데,
여성위원회,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대표자가 각각 여성이었습니다.
발언하는 여성은 적었지만, 노래하는 여성은 어땠을까요?

'전국교역자부인연합회 사모합창단'이 찬양을 불렀습니다.
'군선교정선교부'가 총대 앞에서 경례합니다.
여군이 '차렷, 경례' 구호를 붙였습니다.
인삿말과 보고는, 남성 장병의 몫입니다.

(사진: 뉴스앤조이 이용필)
상황이 이러니, 여성할당제 도입이 더욱 절실해 보였습니다.

(여성할당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
이번에 여성 총대 할당제가 결의됨에 따라,
앞으로 각 노회에서 여성 총대를 한 명 이상씩 파송해야 합니다.
여성 총대가 4배로 증가할 예정이지만, 그래봤자 전체의 5%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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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2017 | 2018(예상) |
여성총대의 수 | 24명 | 17명 | 68명 |
여성총대 비율 | 1.6% | 1.2% | 4.6% |
회의장 앞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은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교회 앞 마당에는 총회 부서를 홍보하는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분쟁교회 교인들은 회의장 밖에서 밤낮없이 피켓시위를 했습니다.

한 교회에서 양측 교인이 동시에 시위하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비난하는 시위대도 있었습니다.
'총회재판국이 불공정 판결을 내렸다'는 성토는 회의장 안에서도 쏟아졌습니다.
결국 3년차 재판국원을 제외한 1~2년차 재판국원 전원이 교체됐습니다.
그러나 재판국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총회 정치부는 '총회재판국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소송하면 면직시키자'는 강경책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김수읍 목사(하늘빛교회)는 '법에 간다고 누가 면직시킬 수 있나, 억울하면 법에 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습니다.

기존 총회재판국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던 '총회재심재판국'은, 해체 결정이 났습니다.
재심재판국 제도가 사실상 '4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억울한 판결을 받으신 분들에게는 후련할지 모르지만,
교회 갈등을 관리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총대들은 연금재단 보고에 관심을 보이며 오랜 시간 질문했습니다.
총회연금재단은 '운영이 정상화되고 있다'며 총대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동성애'였습니다.
여수노회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동성애는 이단보다 더 피해를 줄 수 있다 ... 거대한 쓰나미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총회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순천노회 최수남 목사(신황교회)는 '신학교 정관과 학칙에도 동성애 금지 원칙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항노회 신성환 목사(포항목양테마교회)는 '군선교정선교부가 보고할 때 군대 내 항문 성교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답답하다, 다음세대특별위원회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질타했습니다.
일련의 발언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총대는 없었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해보자'고 얘기하는 총대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총회는 다양한 동성애 반대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의했습니다.

2017 교단총회 카드뉴스 - http://www.protest2002.org/home/cr_act_news/168614
총회 현장에서 세습금지법에 관한 논의는 없었습니다.
총회장은 당분간 세습금지법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다음 총회에서는 세습금지법을 없애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걱정스러웠습니다.
이번에 총대로 파송된 김하나 목사(새노래명성교회)는,
오전 회무 일부만 참석하고 매일같이 자리를 떴습니다.

2017년 예장통합 총회는 배제의 논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나이든 남성 목회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기독교의 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은퇴자금(연금재단) 문제, 총회재판국 인사교체 등을 고심하고 있었고,
새로운 목회자를 등용할 기회를 박탈시키는 '교회세습'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클릭해서 자세히 보시면, 앞에서 세 번째 줄에 김하나 목사도 있습니다.)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21일(목),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총대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산적한 안건은 별다른 논의 없이 빠른 속도로 처리됐습니다.
회무는 점심식사 시간 없이 계속 강행됐고,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폐회했습니다.
(폐회 전, 회의 진행 모습)
출입증을 검사하면서까지 외부인을 차단한 결과가 텅 빈 회의장이라니,
한국교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총대 자격을 얻어 총회까지 참석하기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생에 한 번만 총대 자격을 얻기도 합니다.
일부 총대들은 폐회한 회의장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총대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회의장을 나섰을까요?

(폐회 후 동료끼리 기념촬영하는 모습)
국민이 목소리를 높여야 나라가 변하듯이,
그리스도인이 목소리를 내야 교단이 바뀔 수 있을 겁니다.
총회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십시오.
개혁연대도 교계를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