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간담회] 2017년형 민주적 교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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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7-06-20 13:52 / 조회 532 / 댓글 0본문
[교회개혁운동 톺아보기] 2017년형 민주적 교회 운영
2003년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이 시작되고, 어느덧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모범정관의 주요 내용인 직분의 임기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재정의 투명성 등이 한국교회 내 많은 공감대를 일으켰지요. 개혁주의 3대 원칙(교회의 주권, 복음적 분업, 양심의 자유)에 맞추어 교회를 구성하고, 직분을 성경적 원칙대로 회복하여 교회를 특정 개인이 아니라 그리스도만을 주인으로 모시는 복음적 분업 체제로 환원하는 것이 그 핵심인데요.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만끽한 5월 23일(화), 모범정관을 도입한 교회에서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교인 모두가 행복한 교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1. 개혁연대가 창립과 동시에 구조개혁사업 중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이하 정관운동)을 시작했는데 벌써 십여 년이 지났어요. 정관운동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 이헌주(너머서교회): 사실 개혁연대가 정관운동을 하기 전에도 이미 교회들은 형식적이나마 정관을 가지고 있었고, 모범정관에서 말하는 개혁주의 3대 원칙(교회의 주권, 복음적 분업, 양심의 자유)도 장로교에서는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죠. 그런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운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개혁연대에서 제시한 모범정관에는 직분의 임기제, 민주적 운영, 재정 투명성을 담고 있어서 기존 교회의 정관에 건강성을 불어넣은 측면이 있었어요.
- 김태완(언덕교회): 이 목사님은 장로교 토대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때 당시 저에게 개혁연대의 정관운동은 굉장히 새로웠어요. 성결교나 순복음 교단에 속한 교회들은 민주적으로 운영되기보다는 ‘성령 받으면 된다’는 분위기이고, 이것이 교회 리더십의 첫째 조건이잖아요. 저도 그런 교회에서 자라서 정관이 있는지도 몰랐고, 의사결정이 구성원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이런 성장 배경에서 개혁연대의 정관운동은 새롭게 다가왔고, 민주적이라는 말도 상당히 공감됐습니다.
- 김정태(사랑누리교회): 장로교가 대의정치 구조이긴 하지만 원로를 중심으로 한 귀족정치죠. 원로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원로인 경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정관운동은 당회원 이외의 교인들에게는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식 개혁을 가져다주었고, 목사와 장로에게는 위기감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동시에 준 것 같아요.
- 박성용(친구교회): 친구교회는 원래 정관이 있었지만, 최근에 다듬어 가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다른 교회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를 느꼈어요. 그때 개혁연대의 정관 자료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교우 중에서도 개혁연대의 정관운동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더라고요. 개혁연대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직도 정관운동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 안태훈(예인교회): 예인교회 정관을 참고하고 싶다는 분들이 사무실로 종종 전화하세요. 그때 예인교회 정관과 함께 개혁연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당회형과 사역자회의형 정관도 소개하고 있어요. 개혁연대가 정관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 주고 있어서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소개하기가 수월하고, 교회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개혁연대에 연결하면 되니까 든든한 측면이 있어요.
Q2. 오늘 모인 교회들의 정관에는 민주적 교회 운영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최근에 정관 개정도 시행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개정했는지 궁금해요.
- 김태완: 언덕교회는 개혁연대와 함께 모범정관을 도입한 교회로, 지금까지 정관 개정이 8차까지 이루어졌어요. 현재도 규약준비위원회가 교회에서 구성되어, 기존 정관의 미비한 점을 보완할 계획을 하고 있죠. 저희는 사제적 권위주의가 한국교회를 병들게 했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제적 권위주의 타파가 초창기 설립목적 중에 가장 크게 부각됐어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돌아보면 목회자와 평신도를 이분법적으로 나눔으로써 불필요한 긴장을 만들어 내는 측면이 있어, 그 부분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어요. 또한, 정관을 제정한 2003년에는 교회개혁에 초점을 맞춰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약자, 생태계와 평화에 대해서는 담아내지는 못했더라고요. 지금의 교회 전문과 세칙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개정하고 있어요.
- 김정태: 사랑누리교회도 운영위원회 선출의 성 비율을 개정했어요. 처음에는 성 비율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어요. 그런 규정 없이도 남녀비율이 잘 맞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집사님, 권사님들이 운영위원에 나서지 않고 남편에게 양보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여성 운영위원이 빈번히 부족하게 됐어요. 그래서 한쪽 성이 60%를 넘지 않는다는 규정을 추가했죠.
- 박성용: 저희 교회는 1989년 봉천동에서 빈민목회로 시작했어요. 현재의 교우들 중 여러 분이 기존 교회와는 다른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친구교회를 찾아왔어요. 저희 교회는 기존 교회가 가지지 못한 장점도 많지만, 소통의 문제나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교우들의 참여 등에 있어서 기존 교회와 지금 우리 교회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자각이 있었어요. 이런 고민을 담아 최근에 정관을 개정하기로 했고, 정관 안에 교회나 공동체에 대한 방향성을 담아내고자 고민하고 있어요.
- 안태훈: 예인교회는 최근 정관내용 중에 분립과 운영위원 임기를 개정했어요. 전에는 등록교인 250명이 넘으면 분립위원회를 구성하여 분립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2013년 더작은교회가 분립을 했는데, 등록 교인 250명을 기준으로 분립을 준비할 경우 분립한 교회도, 남아있는 교회도 모두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등록 교인 250명이 아니라 교회 등록한 지 3년 이상이 된 정회원 250명이 될 때 분립을 준비하자고 정관을 수정했어요. 다른 하나는 운영위원 임기였는데요. 운영위원회로 교회를 운영하고 있고, 운영위원은 교인추천에 의해서 교인총회에서 다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인데, 기존에 운영위원의 임기를 1년으로 하다 보니 사역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임기를 2년으로 변경했습니다.
Q3. 교회 정관의 특징은 무엇인지, 실제로 정관을 교회 운영에 적용하면서 어땠을지 궁금해요.
- 안태훈: 예인교회 정관은 크게 규약, 재정, 임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은 빡빡하지 않게 만들었어요. 유연하게 두어야만 나중에 마찰이 생겼을 때 상황을 보고 교우들의 의견을 모아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교인들에게 계속 규약을 알리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임직자를 세울 때와 목회자 재신임, 분립, 운영위원 선출 시에만 정관이 사용되고, 그 외는 크게 부각되지는 않아요. 저희는 2002년부터 규약을 만들고 아래로부터의 의사구조를 만들었어요. 서로의 소통을 위해 교인총회와 간담회가 자주 있는 편이고, 새 교우가 왔을 때 등록과정에서 교회 역사, 목회적 방향에 대한 특징, 교회 안의 규약과 서약에 대해 운영위원장, 서기, 담임목회자가 설명하는 시간을 갖음으로써 공동체 정신을 공유하고 있어요.
- 김정태: 정관은 의사결정구조에 일반 교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교회에 새로운 분위기를 주기도 하지만 어떤 교회는 정관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기도 해요. 건강한 교회를 표방했던 광주다일교회는 중간에 정관을 없애기도 했죠(2015.5.31. 뉴스앤조이 기사 참조). 정관이 성도들의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흐름을 끊어 버리기도 하고, 정관에 얽매어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기도 하죠. 저희는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정관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규정을 최소화했어요.
- 박성용: 정관을 느슨하게 하는 것은 충분히 동의가 되면서, 저는 외부적인 느슨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관에 동의하는 성도만 가려 받겠다고 생각될 수 있어요. 교회의 본래 목적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추구한다면 정관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우리 교회가 정관을 가지는 이유는 걸음마 단계의 우리 교회가 스스로의 가치 정립이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민주적인 교회 운영에 대해서 교인들 안에서 충분히 동기부여 되었다고 생각해요.
- 이헌주: 정관에 대한 역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져야 우리가 다음 과정을 어떻게 밟아 가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실제 교회에서는 정관을 비롯한 민주적 운영이 참 어려워요. 정관 개정을 하려고 해도 5명이면 5명 모두 의견이 다르거나, 각자 자신의 이해에 따라 주장하면 조정하고 결론 내리기가 어렵고 오히려 그런 일들로 공동체가 흔들리기도 하죠. 누구나 다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길 원하니까요. 그래서 목회 현장과 정관이 부딪힘에도 불구하고 정관을 건드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민주적’이라는 말을 우리가 악용하지 않고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해요.
요즘은 선교적 교회 등 다양한 교회 형식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민주적 정관보다는 어떻게 성도들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소통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훨씬 활발하죠. 과거 교회는 외형적인 틀에 대한 문제가 있었어요. 문제라고 인식한 사람들이 틀을 바꿨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은 같으니까, 사제중심주의를 버리자고 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사제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예요. 정관이나 외형적 틀과 함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개혁이 더 시급한 듯해요. 정관이라는 구조에 갇히지 않고, 주어지는 것들을 유연하게 바꿔 갈 수 있어야 해요. 정관을 제정해 놓고서, 그 구조 뒤에서 오히려 불안함을 감수하고 믿음의 여정을 떠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런 공동체의 역동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 김태완: 정관이 교회를 더 자유롭게 하고 교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너무 거기에 매몰되면, 교회의 공동체성이 퇴행하는 사례도 있으니 유의해야 해요. 저는 제도개혁보다 의식교육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구성원이 민주적인 시민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교회 안에서 민주적 정관을 실행할 수 있겠어요? 민주주의의 요소인 관용과 포용을 개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데 교회의 민주적 운영은 말이 안 되는 거죠. 또한,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가치들을 지금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소화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해요. 정관에는 저만큼 높은 가치들을 만들어 두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Q4. 저희가 처음 정관운동을 시작할때에도 단순히 정관을 갖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관을 제정하여 구조를 바꾸고 교회공동체의 의식개혁이 함께 되어 교회가 바르고 건강한 지향성을 갖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진정한 민주적 운영을 위해, 건강하고 모두가 행복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 김정태: 교회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일상적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 안태훈: 예인교회는 예전에 교회 방향성 토론을 자주 했어요. 교회의 장단점 3가지씩을 포스트잇에 적는 거예요. 장점은 노란색, 단점은 빨간색 종이에 적어요. 교우들 스스로 그동안 자신들이 생각했던 불합리함에 대한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거죠. 이렇게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소통했어요. 막상 토론해 보면 문제가 되는 것은 한두 가지였어요.
- 김정태: 개혁연대의 모범정관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교회에 맞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교회는 정관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하게 되면 일이 발생할 때마다 회의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정관으로 규정하는 것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 이헌주: 맞아요. 기본적인 원칙은 있되, 정관으로 규정하는 것을 느슨하게 하면 좋겠어요.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정관으로 규정하면 교회 운영에 있어서 사사건건 충돌할 수 있죠.
- 안태훈: 지금은 모범정관 모델이 한 가지지만, 50명인 교회 100명인 교회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케이스에 맞게 제시해 줘야 해요. 교회 규모별로 사례를 비교해 주면 교회들이 접근하기 수월할 것 같아요.
- 박성용: 교회의 필요에 맞게 교회 정관이 만들어지는 것뿐 아니라, 그 안에 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모범정관 책을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실제로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재정 사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복식부기를 해야 한다고 제시되어 있는데 세부적인 시행에 관련해서 보강 설명이 필요해요. 왜 이런 규정이 여기에 들어갔는지 이유를 언급해주면 교회에서 정관을 제정할 때 이해가 쉽겠어요.
- 이헌주: 교회가 정관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교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교회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건강한 교회에 대한 꿈을 함께 꾸고 변화하고 성숙해 가야 해요. 지금 대형교회에서도 이 개념을 사용하며 건강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어요. 대형교회에서 임기제를 도입했다며 민주적이라고 주장해요. 알맹이는 없이 정관이라는 형식만 쏙 빼간 거죠. 지금 건강성에 대한 논의 자체를 대형교회에 빼앗길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고 봐요. 우리 안에서 진정한 건강성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2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오늘의 나눔으로 민주적 교회를 향한 그동안의 우리의 발걸음을 돌아보았으며,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인지 숙고해보았습니다. 교회공동체의 방향이 담긴 정관과 함께 구성원간의 신뢰와 소통을 기반한 건강한 교회를 꿈꾸는 저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고민하며 노력하는 교회들의 좋은 동역자가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