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주평화순례 기행기] 우리 함께 평화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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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6-08-30 17:07 / 조회 269 / 댓글 0본문
[2016 제주평화순례 기행기] 우리 함께 평화할래요?
송민경 간사
지난 7월 18일-23일, 제주 강정 마을 및 제주 일대에서 진행된 제4회 제주평화순례에 다녀왔습니다. 10여년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주도 강정에 거대한 해군기지가 들어섰습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란 명칭 하에 군부대, 군관사 외에 종교시설(교회, 성당, 법당), 수영장, 카페, 치킨집 등이 들어섰지만 군인들의 출입 외에는 썰렁했습니다.
해군은 삼성물산 공사 지연 손실에 대해 강정 주민과 평화 활동가 116명과 시민단체 5곳을 상대로 34억 5천만 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대림산업 공사 지연 손실 등에 대한 2차 구상금을 더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해군기지결사반대’ 노란 깃발마저 띄엄띄엄해진 요즘에도 천주교는 기지 앞 천막에서 “폭력과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아픈 이들이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근원적인 사회구조에 메스를 가해야 합니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는 폐쇄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발언을 담은 현수막과 함께 매일 11시 평화 미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강정의 유일한 교회였던 강정교회는 교인들이 찬반으로 분열되어 떠나자, 기지건설에 대해 중립을 취하고 아무도 이에 대해 교회 안에서는 언급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반대 측 교인들끼리 기도회를 갖다가 결국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이 곳에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그들이 맞닥뜨린 분노와 고통을 외면한 채 복음을 말할 수 있었을까요? 중립과 침묵을 통해 ‘교회’를 지키려다 교회다움을 잃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아팠습니다.
▲ 강정마을 평화의만종기도회에서 설교하는 방인성 공동대표
우리 평화순례팀은 해군기지 앞에서 행해지는 아침 전 백배기도, 점심 전 인간띠잇기에 참여하고 저녁 전 평화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인원이 적었을 때는 용역의 시비, 방해가 심했는데 우리가 함께하니 용역들이 얌전하다며 고마워 하셨습니다. 우리는 마을 주민들의 부족한 일손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거 열심히 키워도 구상권 청구되면 다 뺏길텐데…” 한숨을 쉬시는 어르신의 힘 빠진 모습, 조카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아는 척도 안하는 사이가 되었다며 가득한 애증으로 내뱉으신 “나쁜 놈…”, 그럼에도 참을 챙겨주시며 유쾌함으로 우리를 반기려 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마을잔치와 문화제에 주민들의 참석은 유달리 저조했습니다. 대책위 여성위원장 할머니의 인사말 중 “최근 구상권 문제로 인해 반대파조차 쪼개지고 갈라졌다. 여러분을 환영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지만 마을잔치에 참여하기도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미안하다. 해군기지건설 이래 우리 마을은 갈기갈기 찢어졌다”라는 말씀에 숙연해졌습니다. 정부가 국민을 돈, 권력, 무력으로 국민들을 압박하고 서로서로를 적으로 만들어가며 이루려는 안보란 무엇일까요….
5박 6일 동안 참가자들 간의 교제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사는 다양한 기독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5명은 생활 공동체 교회에 속해 있었고, 3명은 가나안 성도였는데 그중 두 명은 교회에서 받은 소외와 배척으로 인한 분노가 큰 상태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을 열고 서로를 품었고 찢겨진 마을 분들, 지친 활동가들과 함께하려 하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꿈꿨습니다. 마을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30여 명의 일사 분란한 움직임은 어찌 그리 아름답고 대단하던지요. 자발적으로 능력만큼 참여하되 소외됨도 없고 비교와 비난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티끌 같은 참여가 당장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래도 먼저 우리 안에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고 그 평화가 흘러갔으면 하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을 보았습니다.
하루 빨리 교회가 “예수를 믿으라”고만 말하는 곳이 아니라 예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약자, 소외된 자들을 품고 대변하는 곳, 세상의 논리(안보, 경제)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생명, 평화, 인권)로 목소리를 높이고 실천하는 곳. 저는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라고 믿습니다. 부족하지만 나부터 더욱 교회다운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너는 입을 열어 공의로 재판하여 곤고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할지니라”(잠 31:8-9).
“어떤 사람은 병거, 어떤 사람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리로다”(시 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