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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스케치] 예장 합동 총회는 전병욱 건을 어떻게 다루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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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5-09-23 19:06 / 조회 1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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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노회가 전병욱 목사 건을 재판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10일 내에 총회로 상소할 수 있다고 했던 게 지난 2월 28일이었습니다.

피해자 측이 총회에 상소하자, 처음에는 서류 미비로 반려되었다가, 3월 4일에 다시 제출하자, 이번에는 하급심("하회") 결론이 없어서 총회 재판을 구성할 수 없다고 다시 반려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노회에서 재판을 하지 않았는데 총회에서 할 수는 없다'는 얘기였지요.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총회에 상정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장 합동의 경우, 다른 교단과는 달리 회의 기간 중 '긴급동의안'을 상정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요. 바로 이 긴급동의안을 통해 총회 재판을 청구하리라는 뜻을 품고, 지난 9월 14일 월요일에 교단총회가 열리는 대구 반야월교회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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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다양한 교인들이 저마다 요구사항을 적은 피켓과 전단지를 들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띠었던 풍경은 100명쯤 되어 보이는 제자교회 교인들(정삼지 목사 측)이 어깨띠를 두르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면서 허리를 숙이는 광경이었습니다. 마치 국회의원 선거 같았습니다. 2013년에 제자교회 교인들이 회의장 안에 난입(동영상)했던 것을 기억하는 총대라면, 압박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총대들이 눈을 흘기며, 소란스럽고 혼잡한 출입구를 지나,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희도 삼일교회 교인들과 함께 피켓과 전단지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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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교회 일부 교인들은 개혁연대 피켓을 발견하고는, 앞을 가로막고 자신들의 피켓을 드는 등,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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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건으로 분쟁이 발생했던 제자교회에서, 성추행 목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왜 방해하는지, 이유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병욱 목사 측 홍대새교회 교인들과의 충돌은 없었습니다. 저번 노회 재판 때처럼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해진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지와 입간판을 준비해두고, 총대들에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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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시위는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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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대구의 태양 아래에서 시작했던 피켓 시위는 해질녘 하늘이 검붉게 물들어갈 때까지 이어졌고, 깜깜한 밤,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기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피캣을 들고 서있으면서 아픈 다리를 꼬아보기도 하고, 허리가 뻐근해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밖에 한산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총대 한 사람이라도 피켓 문구를 더 보아야 했기에...



이튿날이 되자, 홍대새교회 측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삼일교회 장로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었습니다. 다시 소리 없는 피캣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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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목회자들이 시위대에 말을 걸었습니다. 조용히 응원과 격려의 말을 보내는 총대들도 있었지만, '내가 다 이해한다, 상처가 많아서 그러는 것 아니냐, 이래봤자 소용 없으니 돌아가라'고 하는 목회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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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총대들은 전병욱 목사 건을 상정하기 위해 긴급동의안을 작성하고, 총대들의 서명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회의장 안에서는 납골당 뇌물 폭로사건 이 발생해서, 다른 사안은 총대들의 관심에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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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은 총대 여러분들이 피 같은 연금을 쏟아부었던, 납골당 돈 일부입니다!"
(촬영ⓒ최승현, 편집ⓒ개혁연대)


셋째날인 수요일이 되자 긴급동의안을 발의할 수 있는 서명이 전부 모아졌습니다. 총회 서기는 오전 회무가 끝났다는 이유로 12시 접수는 거절했지만, 다시 오후에 접수했다고 합니다. 긴급동의안을 회의가 시작된 지 48시간 안에 제출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데, 오후가 지나가도록 회의장 안에서는 언급되지 않으니,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다행히 오후 3시 18분에 긴급동의안이 상정되었고, 전병욱 목사 건에 대한 논의가 정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총회 서기였던 도성교회 권재호 목사가 앞으로 나와서 발언했습니다. 그동안 본인이 두 차례에 거쳐 서류를 반려했던 이유를 설명하더니, 도성교회 앞에 시위대가 나타났다는 사실과, 본인이 좋게 대화해서 돌려보냈음을 얘기했습니다.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접수받을 수 없었다면서, 뒤이어 법률 전문가가 나와서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겨, 총회 차원의 대응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권 목사가 '원심인 평양노회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입니다.



원심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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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헷갈리셨던 것일까요? 설마 헷갈려서 서류 접수가 안된 건가요?






총회장은 법적인 절차를 문제삼기보다, 사안이 목회자 도덕성의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곧이어 모 총대가 총회 정치부로 넘겨야 한다는 결의안을 제시하여, 그대로 결의되었습니다.

긴급동의안이 상정된지 5분만에 난 결론이었습니다.

공은 이제 정치부로 넘어갔고, 정치부 회의가 몇 차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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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내내 삼일교회 교인들은 피켓을 들며 정치부 결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비옷을 입고 조용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마당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호기심에 물건을 구경하는 총대들 사이를 오가면서 피캣을 보여주는 삼일교회 교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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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안에서는 다양한 안건 외에도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번역문에 대한 논란과, 아이티 구호 헌금을 빼돌린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온갖 내빈들의 인사말씀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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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총회 마지막 날(9월 18일) 금요일 오전에 정치부의 최종발표("완전보고")가 있었습니다. 전병욱 목사 건은 제일 마지막에 다루어졌는데, 황당하게도 정치부의 의견은 "기각"이었습니다. 노회 재판국장이었던 서문강 목사가 발언대로 나와서, 재판이 진행됐던 상황과 노회가 분립됐던 과정을 자세히 해명하려고 했지만, 얼마 안되어 제지 당했습니다. 폐회를 불과 한두 시간 앞둔 상황에서, 얘기를 자세하게 들어볼 총대는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애초에 정치부가 전병욱 건을 제일 마지막에 보고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본회의에서는 길게 토론하지 않을 생각이었겠지요.

정치부 서기는 '기각하더라도 노회에서 재판해줄 거니까 괜찮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부에 소속된 평양노회 분립위원장도 '분립됐으니까 이제는 노회가 전병욱 목사를 재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식구 감싸기로 소문난 한국교회에서, 과연 자신들의 노회원인 전병욱 목사를 제대로 징계할 수 있을지, 게다가 삼일교회는 더 이상 전병욱 목사와 같은 노회 소속이 아닌데, 과연 삼일교회의 주장을 제대로 수용해서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지, 많이 생각들이 순간 스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총대가 발언대로 올라와 '노회가 재판하지 않으면 노회의 총대권을 5년간 정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노회가 판결을 게을리하면 초강경하게 징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총대들이 열띤 호응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정치부 서기가 재빨리 안건을 바꿔서, '노회로 넘긴다'는 부분만 표결에 붙이도록 했고,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온 결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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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신생) 평양노회 재판국은 어떻게 다루게 될까요?

긴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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