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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총회 참관기] 기장 총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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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5-10-14 10:37 / 조회 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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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100회 총회 참관기

이기백 목사

장로교 100회 총회라는 의미와 상징성이 막중한데 이번 총회 참관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온전히 본인 능력의 부족함과 기장총회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기장의 발전과 혁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는 자기 위안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펜을 든다.

3시간이 넘는 개회예배는 말 그대로 지루함 그 자체였다.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짜임새와 진행 그리고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님 중심과 영성의 흐름 문제이다. 짜임새와 진행은 과연 리허설이라는 것을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강단의 진행과 방송실의 엇박자는 기본이었고 장로교 100년을 담은 영상은 자주 화면이 끊겨 민망하기까지 했다. 예배는 하나님 중심이어야 하는데 인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각종 시상식과 축하 인사가 오히려 영성의 흐름을 방해하였다. 예배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시간을 줄이려고 서두르는 모습은 여전했다. 이후에 진행된 광야의 식탁순서도 광야의 고통체험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허기진 배를 주먹밥으로 채우는, ‘서서 주먹밥 먹는 시간이상 이하도 아닌 그런 순서였다. 신도대회나 수요예배의 급조된 성극 등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예배와 예식을 분리하여 진행했으면 한다. 예배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예배는 말씀과 성찬으로 끝내고 예식에 각종 시상과 간증, 영상 등을 최소한으로 담는 것이 깔끔하고 성스러운 예배와 예식이 될 것이다. 이제 교회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행사 진행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담기와 표내기(자랑)’가 이전의 개념이라면 덜어내기와 숨기기(겸손)’가 오늘날의 개념이다. 이젠 행사에서 축사 하는 것을 촌스러운 시대이다.


총회 선거이후 진행된 회무진행은 이전의 총회와 다름이 없었다. 각종 위원회의 보고와 안건심의로 이루어지는 회무진행에서 느끼는 점은 매우 소모적이다라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보고를 하고 무엇을 위해 안건을 심의 하는지 앉아있는 대부분의 총대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총대의 가장 큰 임무는 자리 지키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흔한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총대 스스로의 열의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과감히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1,000명 가까운 사람을 한 곳에 몰아넣고 회의한다는 것은 회의라고 할 수 없다. 간결하게 보고는 보고서로 대신하고 과제별 분과 토론회로 총회의 회의 체계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사회와 교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과제를 선정하여(: 청년실업문제, 노인문제, 다문화가족문제, 제직교육문제, 목회자계속교육문제 등) 팀별로 묶어서 결론이 날 때까지 치열하게 토론하는 총회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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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법안이 무산된 것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관심을 받은 개혁 법안은 종교인 납세 문제에 관한 입장 채택 및 관련 활동 헌의의 건’, ‘총회 사회선교동역자 파송 제도 신설을 위한 규정 개정(신설) 헌의의 건’, ‘100회 총회 기념문서: 교회를 교회답게채택 헌의의 건(7문서)’, ‘성소수자 목회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연구위원 구성 헌의의 건등이다. 이 중 총대들의 결의를 모아 채택된 것은 단 1, 종교인 납세를 근로소득세로 자진 신고하겠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개혁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근거가 어이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소수자 목회지침 연구의 건은 연구하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를 찬성하는 것으로 세상에 비춰질 수 있다며 반대하였다. 아니 어떻게 연구찬성으로 비춰질 수 있나. 이런 비약이 총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100회 총회 기념문서인 제7문서에 담긴 부정어는 교회를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문학적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의 이해를 앞으로 총회에서 바랄 수 없게 되었다. 자기 개혁에 무책임한 총회가 어떻게 사회 개혁을 요구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문제는 이후 실행위원에서라도 다시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이번 100회 총회를 바라보며 기장성이란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것은 비단 나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기장인 모두의 생각 속에 담아야 할 문제다. 전진하고 있는 총회가 아닌 후퇴하고 있는 총회는 아닌가 하는 참회와 고민 속에서 말이다. 이번 총회는 우리뿐만 아니라 장로교 100회 총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로교가 연합하는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모쪼록 총회의 로고에서 볼 수 있는 교회와 사회를 향한 화살촉이 무뎌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이기백 목사는 기장 경기북노회 성문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일하고 있으며 이번 기장 100회 총회에 총대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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