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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총회 참관기] 교단총회 참관 1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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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5-09-23 12:12 / 조회 1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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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진/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


바뀌지 않는 교단 총회!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가을이 되면 좋은 날씨이기에 독서가 생각이 나는 사람이 많이 있고, 추석과 결혼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가을 하면 교단 총회가 생각난다. 장로교회의 교단들이 9월에 교단총회를 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교단총회에 처음 참관하였고, 중간에 제주총회 때 참관한 거 빼고 계속해서 예장합동 총회에 참관하였다. 신대원 시절, 졸업을 앞두고 처음 참관 했던 때의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충격이라는 것 밖에는 없다. 당시 대전에서 총회를 했었는데 기자석이 성가대석에 있었고 나는 기자들 틈에 끼어서 참관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멱살잡이를 하고 욕설 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교회에 많은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총대들이 순수한 모습을 지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모습은 지금도 눈앞에 선선하다.

교단총회 참관 10, 변하지 않는 것들

교단총회 참관을 하면서 현장에 가면 바뀌지 않는 풍경이 있다. 변하지 않는 모습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어떤 것들은 평범한 내용이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 보면서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교단총회 현장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강대상에서부터 음향기구, , 면도기, 와이셔츠, CD 그리고 심지어 물을 팔기도 한다. 총회에 참석한 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많은 물건들이 있지만 얼마나 팔리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또한 그 곳에서 책을 몇 권 구입해본 적이 있기는 하다.

현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말고 또 눈에 띄는 게 있는데, 교회의 분쟁을 해결해 달라는 성도들의 호소이다. 교회 분쟁 시, 담임목사의 지지파와 반대파가 있다. 이들은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주장을 외치면서 전단지를 돌리고 피켓을 들고 있다. 이번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첫째로 제자교회 정삼지 목사의 지지파와 반대파이다. 이들은 중간에 서로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킬 정도로 눈에 띄는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전병욱 목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홍대새교회와 전병욱 목사의 처벌을 원하는 삼일교회의 모습이었다. 홍대새교회는 무려 30여명의 성도들이 내려와 전병욱 목사가 억울하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외치면서 전단지를 돌렸다. 삼일교회는 그들에 비해 소수였지만 피해자들의 편에 서서 전병욱 목사의 파렴치한 범죄사실을 알리면서 총대들에게 전병욱 목사의 처벌을 요청하였다. 보통 목사의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으면 그를 향해서 욕을 하거나 방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지지를 해주면서 꼭 처벌을 해야 한다는 분들을 몇 분 만났고 우리를 향해서 비난을 하거나 방해를 하는 분들은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려 했던 것과는 달리 홍대새교회측과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총회현장 마당에서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바뀌지 않는 모습이 또 있다. 그건 총대들에게 인사하고 간식을 나눠주는 일을 하는 여성 봉사자들의 모습이다. 물론 남성 봉사자들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특히 여성 봉사자들만 간식을 준비하고 지나가는 총대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언제나 이상하다. 10년 전과 지금 바뀐 것이 있다면, 한복에서 정장으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부분과 연관되어 눈에 띄는 모습을 들자면 여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총회장에서 여자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다. 분명히 여자 화장실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화장실 표시가 되어있다. 이번 총회장에서도 수많은 여성 봉사자들이 층층마다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여자화장실은 단 1층 중앙에 있는 화장실과 3층 카페 쪽에 있는 화장실 두 개 뿐이었다. 성평등이 사회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 시대에 하나님의 창조를 믿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는 것을 가르쳐야할 사람들이 아랑곳 하지 않고 단지 남성이 많이 모였다는 이유 하나로 여자화장실을 남자화장실로 바꾸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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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예장합동 총회의 총대는 모두 1589명이었다. 목사 총대 795명과 장로총대 794명이며 보통 복층으로 되어 있는 교회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이번 총회 역시 복층 구조로 된 곳에서 회의를 했다. 회의장에서 볼 수 있는 바뀌지 않은 풍경들이 여럿 있지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써 보고자 한다.

첫째로 마이크이다. 회의장 안에서 어떤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마이크가 필요하다. 소수의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니고 무려 1589명이나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589명이 모인 장소에 마이크는 아래층 하나, 위층 하나 두 개 뿐이다. 예장합동 총회에 위층에 마이크가 놓인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발언대는 하나뿐이었고 아래층에 마이크 하나만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총회장이 발언권을 주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을 수 있기에 마이크를 서로 잡으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마이크 앞에 사람이 모여 있는 장면은 수시로 볼 수 있다. 이번 총회 역시 마이크는 단 두 개뿐이었다. 그것도 위층의 마이크는 중앙이 아니라 한쪽 구석에 있었고, 총회 첫째 날 위층 총대들이 마이크를 중앙에 옮겨 줄 것을 요청했지만 내가 참관을 했던 수요일까지 마이크는 한쪽 구석에 있었다.

둘째로 총회장이 회의진행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안건에 대해 동의와 재청, 가부를 물었다. 예전에는 동의와 재청, 가부를 묻지도 않고 그냥 통과 시키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가 바뀔수록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어떤 총회장은 의견이 양분되면 나름대로 발언권을 공정하게 주려고 노력하는 총회장도 있었다. 그러나 늘 아쉬운 것은 어떤 안건에 있어서는 총회장이 자기의 입맛에 맞게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동의, 재청을 받고 가부를 묻는데 분명히 이곳저곳에서 아니오소리가 들렸지만 총회장은 못 들은 척 하고 의사봉을 두드릴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런 모습은 올 총회에서도 여전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고서와 안건들이 낭독되자마자 보고서대로 받기를 동의합니다.”재청합니다.” 그리고 바로 가부를 묻고 통과된다는 것이다.

반면 어떤 경우는 두 개의 보고서를 받는 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때도 있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정말로 어떤 내용인지 알고 동의하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다. 분명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안건들이 무성의하게 다뤄지고 어떤 안건에 대해서는 총회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건 형식만 갖춘 민주주의일 뿐 실제는 전혀 민주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로 예장합동 총회는 근 일주일동안 회의하면서 사회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예장합동 총회는 사회문제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번에는 환경 문제를 잠시 다루기는 했지만 정치적인 이유 때문인지, 서울시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총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은급재단 납골당, 찬송가공회, 총신대 문제, 어떤 기관의 문제 등에는 많은 관심이 있고 핏대를 세우기도 하지만 교회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했다.

교회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고, 정의를 외쳐야한다.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아직까지 9명의 미수습자가 바다 속에 있다.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교회는 이를 벌써 잊은 것 같다.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고, 사회의 각계각층의 갈등은 심해지며 빈부의 격차는 더 늘어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해고당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남의 일이다. 똑같은 일(송전탑 건설)이 벌어져도 자기네들과 관련이 있으면 세우면 안 된다고 외치지만 자기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으면 전혀 관심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정말로 이기적이다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디에 팔아먹은 것일까?

넷째로 회의 중간 중간에 외부인의 인사가 있는 모습도 여전하다. 대구시장을 비롯해 CBS사장 등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이런 경우, 회의의 맥을 끊어버린다. 뿐만 아니라 인사말을 길게 해도 총대들은 가만히 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수많은 보고서들과 안건들을 속전속결로 처리를 하고 두 개의 보고서를 1분도 안 되서 처리하기도 하면서 인사말이 길어지는 것은 다 들어주고 박수까지 쳐준다. 이런 인사말을 줄이고 회의하는데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섯째로 회의시간에 회의에 집중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의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빈자리가 너무 많이 있다. 눈대중으로 보았을 때 과반수로 보이기는 하지만 속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장 밖에 많은 총대들이 여전히 회의에는 관심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이 있어 반갑기도 하겠지만 회의에 조금 더 집중에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총회장 안에 온통 남자들뿐이라는 것이 가장 아쉽다. 예장합동 총대는 50세 이상 목사총대 795명과 장로총대 794명 총 1589명이다. 예장합동 총회는 여성목사와 여성장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총대가 남자다. 그리고 지난 1년의 일을 보고하고 다음 1년을 준비하는 총회에 목사와 장로들만 앉아 있는 것을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회 현장엔 모든 연령층의 남자와 여자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회의 총대로 여성뿐만 아니라, 20-40대의 모든 연령층이 적절하게 참여한다면 교회 구성원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총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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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나?

지난 10년 동안 교단총회에 참관을 했었는데 수많은 것들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다. 스스로를 ()총회라고 말하지만 남이 볼 때는 그리 보이지 않는다. 일 년에 한번 1500여 명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인데 조금 더 진지한 모습으로 회의에 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사회의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위해 일하고, 교회의 거룩성 회복에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회 계층간에 갈등이 많이 있고, 남북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교회가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있으며, 교회는 세상보다도 못한 도덕성을 상실했다. 전병욱 같은 성 범죄자 하나 치리 하지 못하고 있는데 교회가 어떻게 세상을 향해서 공의를 외치고 정의를 외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10년을 참관해 오면서 정말로 수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고 맘몬을 섬지기 말라고 하셨건만, 여전히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총회를 보면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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