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스케치] 성폭력 관련 여성 활동가와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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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5-04-21 17:09 / 조회 175 / 댓글 0본문
왜 성폭력 앞에서 교회는 눈 뜬 맹인인가?
교회개혁실천연대 성평등위원회, 성폭력 관련 활동가와 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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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실천연대 성평등위원회는 4월 1일(수) 합정역 인근의 어느 카페에서 한국사회에서 여성 운동을 하고 있는 또는 해왔던 사람들을 만나 여성 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회 내 성평등 운동의 실현 가능성과 한계,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성 운동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전·현직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 ‘부천여성의전화’ 이지은 전 회장, ‘부천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이지희 전 소장,‘한국영성치유연구소’ 부소장 홍보연 목사와, 성평등위원회 위원(김애희, 윤경아, 이연정, 정은숙)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윤경아 공동대표의 사회로 간담회는 진행되었다.
8명의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눌 때 공감대가 형성 되어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현실을 다시 직면하여 마음은 무겁고 헤쳐 나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졌다.
Q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성폭력상담소가 생긴 지 꽤 오래되었고, 정책적으로도 예방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3년 전부터 서울 지역에 성폭력예방교육의 거점 기관을 맡아 첫 해에는 공공기관에 강사 파견했고 작년부터는 공공기관이 아닌 NGO에도 무료로 강사 파견하고 있다. 전국에 성문화센터가 생겨서 60개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지은: 부천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
이지희: 저도 부천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
홍보연: 감리교 목사로, 예전에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부설로 있던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8년 동안 상담사로 교회내성폭력 문제를 다뤘다. 엄청난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상담 공부를 시작을 해서, 지금은 상담 일로 생업을 삼고 있다. 교회는 기도 공동체로 모이고 있다. 상담소할 때에는 성폭력·성교육 강의를 많이 했었고 지금은 신촌에 있는 한국영성치유연구소라는 상담하는 단체에서 부소장하고 있고,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Q2. 적지 않은 시간을 운동가로 살아오셨는데, 현장에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 겪었던 무력감이나 시행착오는 없었나?
홍보연: 교회 내 성폭력에서 주로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을 다루었다. 근무하는 동안 100여건의 제보를 받았는데,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성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정당한 처벌을 위한 법적 해결을 결심하더라도, 성폭력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화간으로 종결지어, 가해자 처벌이 어려웠다.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목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담임목사의 혐의가 다 드러났음에도 교인들은 끝까지 담임목사를 옹호했다. 그 때 피해자들을 적절히 돕지 못했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이지희: 성폭력 사건 자체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작용하는데, 교회 내에서는 더 심한 거 같다.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를 극복하고 안정을 회복하는데 주변의 지지와 배려가 필수적이지만, 교회 안에서 지원그룹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가 지원그룹에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초기 단계에는 들어주었지만, 결정적으로 사건화 되었을 때 지원그룹이 사라지고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부천여성의전화는 상담과 더불어 인권 지원을 하고 있다. 교회 내 성폭력 같은 경우, 상담과정에서 연락이 안 되거나 종결을 원하는 경우가 있어서 인권지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반사회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 사실을 말하기가 어려운데 교회 내에서는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그러기에 피해자가 대부분 교회를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는 청소년 상담소여서, 주로 청소년 피해 사례가 들어온다. 전도사와 목사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온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성폭력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화간이라고 결론나면 사회가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고 여성 운동에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홍보연: 20년 동안 많은 여성 운동을 해왔다. 교육을 하고 지침서도 만들어 발간하고 많은 운동을 해왔는데 현실을 보면 20년 동안 무엇을 했나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김애희: 교회 내 성폭력은 다른 문제와 복합적으로 연동되어 있어 더욱 어려운 것 같다. 목사의 재정횡령과 독단적 운영이 드러나면 그 때에야 성폭력 문제가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목사가 심각한 범죄자이고, 얼마나 문제가 있는 목사인지를 알리는데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악용되기도 한다.
이지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으며, 정책의 주도권이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회에서의 법이나 제도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집행되기 쉽다. 법원은 초등학생과 같은 미성년 피해자에게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보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고 둘 사이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수사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빨리 알려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늦게 알리면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고 의심한다. 수사, 재판과정에서의 2차적 피해는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킨다.
Q3. 개혁연대에 성폭력 상담이 들어왔을 때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교회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사회 성폭력 상담소를 찾아왔을 때 어떻게 도움을 주셨나요?
이명화: 원칙은 하나다. 피해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건화 하는 것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 피해자가 지금 당장 화가 나서 사건화 하고 싶다 하더라도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우선 케어 해야 한다.
홍보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사과이고, 사과는 가장 큰 치유다.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울화가 쌓이고 돕는 단체에 대해 불신이 생긴다. 적절한 처벌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에 대한 케어도 지속적으로 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목사의 성적인 관계 요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자들이 많고, 자아가 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욱 피해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의식을 높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건화 되지 않아도 교육이 필요하고 피해자 돌봄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피해자 돌봄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임신·낙태와 같은 심각한 피해 사실과 목사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한 공격에 직면할 때에는 목사의 잘못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고, 피해자 돌봄보다 문제 해결에 급급해지게 된다. 피해자 또한 재판 준비에 분주해져, 차분히 상담 받기 어렵다.
이지은: 여성 폭력 같은 경우, 인식체계 달리 해야, 즉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봐야만 해석될 수 있다. 지금의 사법체계에서 성폭력 문제는 인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만 취급되어 왔다. 여성들이 당하는 가정폭력·성폭력을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여성의전화가 초기에 가정 폭력 상담할 때 자조그룹을 만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인권의 문제로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의식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자조그룹이 필요하다.
이지희: 피해자가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단체가 지금 당장 여성들에게 상담해보자 했을 때 피해 여성이 불편해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피해자는 이미 과거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이야기 했을 때 믿지 않은 분위기를 온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전화는 내담자가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는 이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는 자신이 해석이 안 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해, 주변 사람과 상담을 하든, 인터넷에 익명으로 호소하든지, 어떤 방식이든 해볼 만큼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피해자가 상담을 받지 않겠다하더라도 적절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알려줄 필요는 있다.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돕고 싶으니까 ‘지금이 바로 그 때다’라고 말하지만, 이 문제가 지금 즉시 이야기해서 빠르게 처리될지 알 수 없고, 그렇게 해결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면 빨리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은 신고가 하루만 지나도 피해자를 의심하기도 한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즉후가 아닌 2~3일이 지나서 신고해도 피해자가 이미 계획적인 의도를 갖고 신고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만약 피해가 오늘 일어났다면 오늘이나 내일 신고하지 않으면 의심을 받기도 한다. 상담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을 신고했을 경우, 사법절차와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신고를 하든지 신고를 하지 않든지 이 또한 피해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상황을 안내해줘야 한다.
(성폭력 관련 활동가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명화 센터장, '부천여성의전화' 이지은 전 회장, '부천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이지희 전 소장, '한국영성치유연구소' 부소장 홍보연 목사.)
Q4. 일반 사회 보다 교회에서 성폭력 피해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지은: 학교와 같이 좀 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사건을 드러내지 않고 가해자 상담 또는 교육으로 무마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못 견디고 대부분 전학을 간다. 교회는 그 폐쇄성이 더욱 심하다. 처음에는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성폭력을 당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다른 누군가에게 알렸을 때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쉬쉬하는 분위기 또는 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 피해자가 이야기 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데 교회 안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또는 들어주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다.
이지희: 교회에는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밑바탕 되어 있다. ‘교회 내에서는 성폭력이 없다’는 인식의 전제로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교회 안에서 문제제기 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야 하는데 참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태신앙인데, 의심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내가 입은 피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홍보연: 목사가 아버지와 같은 권위를 갖고 있다고 인식하는 가부장적 문화에도 그 이유가 있다. 목사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한다. 성서 해석의 권위를 가지고 성서를 인용하여 교인을 꼼짝 못하게 하는 교회 안의 구조적인 모순까지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성폭력을 저지른 목사에게 ‘목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