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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예장통합 총회 "이익 집단이 된 교회를 보다"(오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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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3-09-16 15:36 / 조회 1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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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뿐 아니라 '욕과 주먹'도 함께 나눈 '명성' 높은 총회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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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인데, 우리가 주인인데! 왜 여기서 행패야! 나가요, 얼른!"

하얀 양복 말끔하게 차려 입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달려들던 '집사님'은 그렇게 말했다. "어머!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죠!" 졸지에 '시위꾼(명성교회 교인 중 누군가는 그렇게 불렀다)' 취급받은 내가 반문했다. 그러자 그 '희번덕 집사님'은 다시 한 번 힘주어 외쳤다. "우리가 주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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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릴적 동네 친구들과 두 패로 나눠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놀이를 하던 생각이 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나저나 '우리가 교회 주인'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저 '신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궁금증이 몰려왔지만 끝내 묻지 못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911일 수요일 아침 8. 98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이하 통합 총회)가 열린 명성교회 앞은 '세습 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과 이를 저지하는 명성교회 측의 한바탕 난장이 펼쳐졌다. 명성교회 교인들은 총회 첫날인 월요일에도 '세습 방지법' 캠페인을 벌이던 세반연 활동가들과 총회 참관단들 및 기독 언론사 기자를 힘으로 저지하고, 폭행했다.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총회 주제답게 사랑 뿐 아니라 '욕과 주먹'도 함께 나누는 '명성' 높은 총회 풍경이었다. 이번 통합 총회의 최대 쟁점은 '세습 방지법' 통과 여부였고, 올 해 총회 장소였던 명성교회는 '세습 예정 교회'로 분류된 교회다.

교회 앞 전쟁터를 뒤로 하고, 총회가 열리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총회 참석을 위해 입장하는 총대들에게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나눠주며 '세습 방지법' 통과를 부탁하는 호소를 했다. 바깥의 험악한 분위기와는 달리, 총대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유인물을 진지하게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 활동마저 오래 하지 못했다. 결국 명성교회 관계자들에 의해 쫒겨났다. 우리를 건물 밖으로 쫒아낸 그들은 아예 문을 잠궈버렸다. 총회에서 허용한 공식 활동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교회 밖 캠페인도, 총회 참관도 거부당했다. 서늘하게 내리는 비는 야속하게 우리를 때렸고, 2년 전에 지었다던 거대한 교회 건물은 우리를 삼키듯 버티고 있었다. 그 앞에 선 우리는 너무 작고 무기력하여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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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어디에나 '개구멍'은 있는 법! 다른 경로를 통해 총회 장소에 입성했다. 20년 넘게 통합 교인이었지만 총회 참관은 처음이라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총회 참관을 거부당한 상태로 밖을 서성이는 사이 '세습 방지법''회기 내 연구 후 보고 형태로 다루기로' 결의 한 후, 숨차게 각 기관별, 사안별 안건을 다루고 있었다. 1년 연구 기간을 두어 세습 예정인 교회가 세습을 처리할 시간을 벌어주는 방향으로 결정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탄식과 기도가 한숨처럼 터져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총회는 (겉으로는) 평온하게 잘도 흘러갔다.

", 하면 예, 하십시오"

사회자가 외치면 ""라는 대답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왔지만 종종 치열한 논란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 논란의 쟁점은 영락없이 각자 속한 기관의 이익 혹은 돈과 관련된 문제였다. 고작 하루 참관한 입장에서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삐딱한 관점으로 총회 참관한 소감을 적자면 "교회는 이미 이익집단이 되었구나"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을 들고 발언하는 총대들에게서 가장 여러 번 듣게 된 말은 "한국 교회가 위기인데..."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위기'는 우리가 현장에서 느낀 위기와는 다른 종류의 위기인 것만 같았다. '한국 교회가 위기'라는 말은 이제 애국가처럼 무의식 가운데서도 튀어나오는 보편적 탄식이 되었지만 위기라 느끼는 이유와 대처 방안은 저마다 다르니 총회 안 풍경과 총회 밖 난장은 그토록 다를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 총회 소식이 실시간으로 퍼지고, 교계 안과 밖에서 함께 아파하며 간절하게 드린 기도의 응답이었는지 '세습 방지법'은 비관적 전망과는 달리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되었다. 통과되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이토록 상식적인 일도 이렇게 힘겹게, 힘겹게 디뎌야 하는구나!' 싶어 속이 상했다. "예수님도 하나님이 세습하신 결과"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목회자가 있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폭력과 저주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교인들이 있는 한국 교회 현실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하나님 뜻은 어떤 의미인지, 과연 지킬 수는 있을 것인지 가슴 아픈 질문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습 방지법' 통과는 어쩌면 작은 승리가 아니라 한국 교회가 절박한 시험대에 오른 의미가 아닐런지 생각하며 향후 진행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 볼 일이다.

우리가 명성교회 앞에서 '욕과 주먹'을 서로 나누던 사이,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가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고 한다. 같은 날, 너무 다르게 펼쳐진 풍경이었다. 상징적 차이였다. 그 차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여 우리가 느끼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리의 위기가 어디로부터 왔고, 우리 스스로 무엇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교회를 떠난다' 서늘하게 고백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교회 개혁이라는 것, 이제는 부질없는 것 아닐까 싶어"

총회 참관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너무 많이 망가져버린 교회 현실을 바라보며 그 거대한 흐름 앞에서 너무 무기력했던 순간을 기억하니 그런 고백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때 지인은 말했다. "어떤 말인지 알겠어.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다만 증인이 되어야지. 무너져가는 것들의 증인이 되어야지. 그게 지금 우리의 최선인 것 같아" 아프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그날 하루를 복기하며 3년 전 '교회 분쟁'을 겪으며 힘들때마다 읽었던 김수영의 시 '절망'을 떠올렸다.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速度)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拙劣)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도 오고 구원(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 '절망'

진정한 절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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