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심심할 거야."

기장 총회 참관단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를 처음 주변 사람들에게 했을 때, 하나같이 나오는 반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 그대로 정말 심심했다. 여기서 심심했다는 의미는 꼭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보통 참관단이라고 하면 매스컴을 통해 접하게 되는 막장 총회들을 생각하게 된다. 금권 선거, 발언권을 얻겠다고 소리 지르는 총대들, 무리한 법안들의 날치기 통과 같은 것이다. 뉴스를 통해 국회의원들 싸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는지라 총대들의 그런 모습이 그다지 새롭지도 않지만, 그래도 참관단이라고 하면 뭔가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찾아서 지적하는 것이 참관단의 역할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기장 총회는 그런 것들이 없어서 너무 심심했다.

몇몇 중요한 안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이 과도하게 부드럽게 흘러갔다. 10개 정도의 마이크가 회의장 곳곳에 배치되었고 의장은 될 수 있으면 요청하는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았다. 가끔씩 의장의 회의 진행이 부드럽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총대들이 발언권을 얻어 의장의 회의 진행을 지적했다. 교회에서 하는 회의가 대부분 그렇지만, 몇몇 총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발언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안건당 2회, 각 3분과 2분으로 발언권을 제한함으로써 예상보다 많은 총대들이 발언권을 얻었다. 내가 보던 중에 여성 총대의 발언은 2번 정도가 있었고 한번은 꽤 구체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잠깐씩 언성이 높아질 때면 스크린에는 "인터넷으로 생중계 중입니다"는 메시지가 흘러갔다.

물론 굉장히 평온하게 진행된 총회인 만큼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기장을 떠올렸을 때 기대하게 되는 대사회적인 이슈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서 발표했던 성명서의 비판 강도가 약했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성 할당제의 문제도 내가 있었던 3일 동안에는 거론되지 않았고 그나마 자율적인 권고 사항으로 결정되었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문제가 기장 내부적인 문제들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역사문화관이나 한신대학교 문제 같은 것들이 나올 때면 논쟁이 길어졌다. 그동안 기장 교단이 사회를 향해서 목소리를 내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한 가지는 총회의 비효율성이다.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몇몇 문제에서는 총대들이 발언권을 얻고 질의/답변 등이 이뤄졌지만, 중요하지 않은 보고에서는 보고자가 나오기도 전에 박수가 먼저 나오는 일들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보고서를 미리 읽어 보고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러려면 이 많은 사람을 왜 이 자리에 모아 놓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그걸 굳이 총회에서 다뤄야 했을까? 다 읽어 보고 온 위원회 보고를 받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정작 올라온 헌의안에 대한 토론은 제대로 이뤄졌을까? 의문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부를 묻는데 사람이 일일이 손든 사람을 세고 있는 것도 참으로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한신대 학생들이 진행 요원으로 투입되었는데 정말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날이 지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총대들이 늘어났다.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꽤 많은 총대들이 자리를 비웠다. 총대들이 목사님들만 있는 것도 아니니, 개인적인 삶을 뒤로할 수도 없는 일이고, 바쁜 일이 있어서 가는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꽤 컸고 각 교회와 노회를 대표해서 참석한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빈자리가 너무 많이 눈에 띄었다. 회의 진행 절차 같은 것들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아예 사람들 다 모여 있는 첫째 날 헌의안들을 다룰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봤다. 총회의 중심이 임원 선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참관단으로 활동하면서 각 교단의 총회를 투어하면서 비교 체험할 수 있는 포맷이 있다면 어떠냐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나 같은 경우 다른 교단의 총회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기장 총회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발언권을 요청하면 발언권을 주고 총회의 내용이 개방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총회가 파행되지 않고 고성이 오가지 않는 것도 당연한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기장 총회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총회를 경험한 분들은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다른 교단의 총회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이렇게 심심한 게 굉장히 긍정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각 총회를 체험하면서 비교해 보고 나아가서 수치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좋은 총회는 어떻게 더 좋은지, 나쁜 총회는 어떻게 더 나쁜지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몇 명의 총대가 참여해서 몇 개의 헌의안 가운데 몇 퍼센트를 처리했고, 마이크는 몇 개였는지 비교된다면 좋을 것 같다. 총대들의 출석률이 날짜별로 비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아직 참관단이 자유롭게 참관할 수도 없는 교단이 있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일일이 세고 하겠는가? 다만 바라는 것은 잘하고 있는 총회는 더 많이 알리고 다른 교단들이 자극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작 헌의안들이 직접 통과되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총회에서 세습 방지법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기장 총회는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물론 그 뒤에 숨은 암투를 어찌 알겠는가? 앞으로 기장 총회는 심심한 총회가 아니라 시대를 향한 심장이 두근거리는 총회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신승호 /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참관단,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