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힘녀 프로젝트] 4강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여성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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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3-06-13 16:20 / 조회 1,539 / 댓글 0본문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여성들 후기
지난 11일(화) 여름비가 내리는 저녁, 밝힘녀 프로젝트 4주차 -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양현혜 교수님의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기독교가 수용될 당시의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더 철저한 남존여비적 성차별 사회였습니다. 여성은 좋은 아내, 며느리, 어머니라는 남성의 부속되는 존재로 그 역할이 한정되고, 아버지나 남편 또는 아들과 관계없이 스스로 종교를 선택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였습니다. 양반 부인으로 기독교에 입교한 김덕선은 예수를 믿으면 손목을 끊어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남편의 말을 끝내 듣지 않는다 하여 실제로 칼로 손목을 쳐서 많은 피를 흘린 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 안에서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다(갈 3:28)는 기독교의 복음은 여성들에게 자기 존재를 남성과 동등한 축복받은 존재로서 그리스도의 대속에 의해 거듭난 ‘새사람’이 되게 하는 하나의 ‘계시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기독교 여성들의 자기 인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여성들은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자주적 인간으로 재정립했습니다. 그리고, 남성에게 부속되는 존재, 혹은 종속적인 역할로 자신을 한정해 온 것에서 벗어나 새롭게 자신에 대해 자각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타자들에 대한 책임적 주체가 되어갔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거듭나게 한 ‘교회’라는 해방공동체를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도부인’은 남성 목사, 선교사들과 같은 방에서 복음을 들을 수 없었던 시대에 많은 여성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전도부인들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성서와 찬송가를 천으로 싸서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팔기도 하고 간단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글을 모르는 여성에게는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듣기를 원하는 여성에게는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 밖에도 매일 쌀을 한 수저씩 저축하여 교회의 재정을 지원한 성미제도, 1년 52주의 10분의 1인 5주를 전도하는 일에 쓰기로 서약한 ‘십일조 부인’ 등 초기 한국교회 여성들은 복음을 전파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에 아낌없이 헌신했습니다.
많은 여성들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함남 여전도회 회장으로 봉사한 ‘최영혜’입니다. 최영혜는 당시 여성 억압의 성서적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고린도전서의 여성관과 창세기 인류창조의 기사를 종래 남성중심적 시각이 아니라 여성의 눈으로 새롭게 해석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고린도전서의 구절은 고린도교회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바울의 목회적 권면이기 때문에 모든 여성에게 일반화 시켜서 적용할 수 없고, 바울의 여성관을 디모데전서나 고린도전서의 부정적 구절에만 국한하지 말고, 갈라디아서 3장 28절의 말씀이나 바울이 많은 여성들을 동등한 동역자로 인정한 부분들을 같이 봐야 균형잡힌 바울의 여성관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여성관, 구약의 드보라, 미리암 같은 자주적이고 지도적인 여성들이 존재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30년대 이런 주장을 한 최영혜는 한낱 이름없는 평신도였습니다. 그러나 신앙과 자신의 삶을 유리시키지 않으려는 그녀의 정직한 신앙은 자신은 하나님의 모형에 의해 창조된 존엄된 존재라는 신앙적 자각을 가지고 현실을 보게 했습니다. 그녀는 성서에서 상호 일치하지 않는 다양한 여성관을 발견하고 이 모순을 관통하는 기독교적 여성관과 실천 모델을 새롭게 재구성해 내려는 방식으로 성서를 읽었습니다. 이것은 그녀로 하여금 외국 유학파 신학 교수, 목사들도 결코 깨우칠 수 없었던 해석학적인 눈을 뜨게 했습니다.
그 밖에도 김마리아 등 강좌에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가 본받고 기억해야할 초기 한국교회사의 많은 여성 스승과 선배들 한분 한분이 귀하고, 감사하고 가슴 뛰는 도전이 되었습니다. 이번 기독여성지도력 양성과정을 통해 우리들이 제2의 제3의 최영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성지도력 양성은 단순히 목사, 장로, 지도층만 여성으로 바뀌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든 남성이든 목회의 질과 방식, 사귐의 형태가 새로워지는 한국교회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모두 여성지도력을 힘있게 잘 세워가요!
다음 시간(6월 18일, 화)에는 “여성의 눈으로 보는 성서2”이라는 주제로, 이영미 교수님의 두번째 강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섯 번째 강의에도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작성자: 윤은주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