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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총회 참관기 3] 어느 총대의 양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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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09-09-27 11:58 / 조회 2,3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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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총회 참관기 3] 어느 총대의 양심선언

총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

: 2009년 09월 25일 (금) 정운형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다. 그동안 회의를 지켜보면서 왠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24일 저녁, 정치부 중간 보고를 하던 자리에서 이에 대한 양심선언이 있었다. 작년도 총회 정치부 서기였던 정준모 목사가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정치부 서기로서 모든 보고를 다 했습니다. '임원회에게 맡겨서 하십시오.'(라고 누군가 발언하자) '아닙니다' 했는데도 개의, 반대는 전혀 묻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발언자를 미리 다 예비, 미리 기획을 해놓고, 그 기획에 내가 참여했습니다. 역사적인 증인입니다. 들으세요. 들어야 합니다. 제가 순교적 각오로 이야기 합니다. 양심선언합니다."

헌의된 안건들을 임원회로 넘겨서 처리하는 것으로 결의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했다는 고백인 것이다. 충격이었다. 의심을 해보긴 했지만 그래도 설마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총회 회의라는 것이 허술하기 그지없다. 어떤 안건이던 다수의 총대들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통과시킬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발언자 한둘, 동의, 재청, 이 정도 인원만 있으면 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충분하다. 수백 건의 안건을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회의 시간은 총대들로 하여금 나와 관계없는 안건은 대충 넘기고 싶도록 만든다. 그런 상황에 누군가 '반대 의견입니다' '아니오' 하면 총대들은 짜증을 내게 마련이다. 정 목사가 동참했다는 그 죄악도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당일 회의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세례 교인 의무 헌금으로 총대권을 제안하는 것을 폐지하고 헌금 액수를 낮추자는 안건이었다. 절대다수의 총대가 이 안건을 받기 원했다. 그런데 의장은 이 내용을 무려 50분 동안이나 가부를 묻지 않고 토론을 시켰다. 같은 발언이 계속 되었음은 물론이다. 가부를 묻던 표결을 하던 빨리 결의하자고 항의하던 총대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때 한 총대가 답답함을 호소하며 "지금 이 사안을 90% 이상이 원하는데, 몇몇 말 잘하는 목사들이 막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꾼들은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기생한다. 외모나 언행에서부터 전혀 목사답지 않은 그들은 발언대 앞자리를 점거하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발언한다. 때로 의장이나 청중을 협박하기도 하고, 때론 달변으로 자신의 논지를 펼치며 회의장의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 하지만 이날 세례 교인 헌금 건은 모든 총대들의 '내 문제'였기 때문에 소수의 정예부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짜고 치는 고스톱'보다, '정치꾼'보다 나를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정 목사의 선언에 대한 청중의 반응이었다. 정 목사가 양심선언을 하자 몇 사람이 나와서 제지했고, 다른 회중은 잠시의 소란이 있었을 뿐 그 후로 아무 일도 없었다. 발언을 듣는 순간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과 총대, 참관인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너무나 덤덤한 모습이었다.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총회를 참관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 실망하게 된다. 매번 그랬듯이 실망감에 마음이 한편이 막힌 듯 답답하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던 '양심'에 희망을 가져본다. 양심선언을 통해서든, 하나님의 임재를 통해서든 감추어진 것들은 언젠가 다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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