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우리나라의 사립학교에서는 각종 회계 비리와 인사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여 사회 문제가 되었고,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과 노력으로 2005년 12월에 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으로 학교가 부정한 재산을 축적하는 곳이 아닌, 사랑과 평화와 연대를 배우고 실천하는 기쁨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에 대하여 우리는 국민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환영 합니다.

실제로 법 개정 이전보다 사립학교의 비리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교육계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또한 이사회 회의록의 공개, 예결산 회계의 공개와 더불어 개방이사와 감사가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의 추천으로 일부 선임될 수 있게 되어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와 자치가 일정 부분 가능해졌다는 점도 개정된 사립학교법으로 그 길이 조금이나마 열렸습니다.

한편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일부 목회자분들의 주장 중 종교의 자유 침해니, 어느 특정 교사단체가 학교를 접수하느니 하는 이야기는 실제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막연한 추측에 의한 것임이 최근의 교육부의 자료 등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학교의 건학이념에 맞는 사람을 개방형 이사로 추천할 수 있도록 시행령이 마련되어 있어 종교 법인에서 선임된 개방이사의 사례를 보면 같은 종단에 속한 사람들이 선임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온갖 억측에 의해 무리한 행동을 하는 현재 일부 교단 목회자들의 모습에 많은 수의 목회자와 평신도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기에 교단에서 설립한 학교의 경우 오히려 더욱 건강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개방 여부에 상관없이 학교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어야 하는데, 100여년 전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민족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정신에서 후퇴하여 부끄럽게도 많은 종교 법인에서 각종 회계 부정 등이 있어왔고, 이에 대한 우리 교계의 자성의 목소리도 제대로 정리 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기득권 수호자로 비춰지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제 사립학교법을 가지고 종교의 자유 침해니, 순교니 하는 말이나 행동보다 우리 교계 내부의 제반 문제에 대한 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시기입니다. 우리들은 지난 3월 교계의 바람직하지 못한 극단적 모습을 진정시키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양심과 도덕의 담론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종교인의 모습으로 교계가 새로워지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4월 임시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며, 법 개정의 취지를 훼손해가고 있는 최근의 정치권의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는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이은영 의원 발의안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양측이 모두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한국의 기독교계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해온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물신주의와 끝없는 경쟁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황폐화되고 겉모습은 화려하되 속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교회와 사립학교를 만들어가는 일은 현재 한국의 교계가 있어야할 바른 자리입니다.

정치권과 교단에서는 사립학교법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학교와 교회를 이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것에 대하여 반대합니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으로 사립학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면 교단이 설립한 학교는 특별한 선교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학교를 설립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선교의 결실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제 정치권과 교단은 사립학교법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 아픔을 감싸 안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해주길 바랍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교회개혁지원센터/뉴스앤조이/당당뉴스/새시대목회자모임/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기독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총 11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