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로켓배송 폐지! 야간노동 폐지! 쿠팡의 근본적 개선을 바라는 고 정슬기님 대책위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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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02-06 10:25 / 조회 76 / 댓글 0본문
[입장문] 로켓배송 폐지! 야간노동 폐지! 쿠팡의 근본적 개선을 바라는 고 정슬기님 대책위 입장문
우리는 쿠팡 대표가 故정슬기님 유족에게 사과하고, 청문회를 통해 개선책을 밝힌 것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먼저 쿠팡CLS 대표가 고 정슬기님 유족에게 사과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으로 생각한다. 쿠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윤 위에 노동자 생명안전이 있음을 명심하고 기업 운영 방침을 과감하게 전환하여, 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가진 기업(company)의 사명을 잘 감당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이번에 이뤄진 사과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작년 5월 28일, 정슬기님이 쿠팡 CLS 남양주 2캠프에서 일감을 받아 주 6일, 63시간 심야배송 일을 하다가 과로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사과나 반성은 커녕 유족들을 무시하고 시간 끌기에 바빴다. 이에 참다 못한 유가족은 백방으로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고인과 유족이 속한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노동시민사회와 함께 이 아픔에 동참하고자 ‘택배노동자 故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대책위’를 결성했다.
그 후 ‘유족과 함께하는 1인 시위’가 매일 본사 앞에서 진행되었고, 쿠팡의 로켓배송과 심야노동이 가진 숨 막히는 환경에 분노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와우회원 탈퇴 운동’이 일어났다. 뒤이어 쿠팡에서 숨진 장덕준·김명규·정슬기님의 유가족이 공동으로 ‘쿠팡 청문회’를 국회에 요구했다. 국회 청원을 위한 시민 5만명의 의지는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모였고 변화를 촉구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많은 이들이 함께한 힘으로 1월 21일 국회청문회가 확정되고, 청문회 직전 쿠팡은 세 유가족 과 합의했다. 우리 대책위는 쿠팡이 공개적으로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비공식 대면 사과에 그쳐 아쉬움이 있지만, 이마저도 받아낸 힘이 유족의 끈질긴 의지와 시민사회의 호응과 연대의 힘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에 분노하는 기독교인들과 노동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면, 제 아무리 힘센 기업이라도 변화와 개선책을 낼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보았다.
1월 21일 쿠팡 국회 청문회에서는 입차 제한, 노동자 해고에 해당하는 클렌징 제도, 블랙리스트 취업제한과 노동 통제, 다회전 배송과 고정심야조 과로 노동, 휴게시간과 냉난방 시설도 없는 열악한 물류센터의 환경, 취업규칙 일방 변경으로 인한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택배노동자들에게 분류업무를 시켜서 무임금 노동 강요한 점, 노조활동 방해, 건설업종보다 높은 산재율, 산재 은폐 매뉴얼의 존재 가능성, 핸드폰 미반입 등 인권침해, 늘어나는 비정규직, 쿠팡에 비판적인 언론인 고소 등 쿠팡의 온갖 문제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몇 가지 주요한 약속이 이뤄졌다. 블랙리스트 공익 제보자와 언론에 대한 소송 취하 약속, 다회전 배송 개선, 노조활동 때문에 입차제한으로 해고된 택배 노동자의 복귀 약속, 택배노동자의 공짜 노동 개선, 물류센터 휴게시간 논의, 사업장 안 휴대전화 반입도 허용을 전제로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 대책위는 이러한 개선책과 약속들이 얼마나 신실하게 잘 지켜지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쿠팡은 이번 설 연휴에도 다른 택배사들이 설 연휴 3일간 전면 휴무를 시행한 것과는 달리 별도의 명절 특별 휴무를 시행하지 않았다. 명절에도 노동자들은 일을 해야만 했다. 명절 기간 택배 노동 강도는 더욱 가중되어 노동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고 물건을 받는 시민들이 이 점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았다. 쿠팡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내놓는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실효성 있게 진행되길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쿠팡의 로켓배송과 심야노동은 근원적으로 폐지되어야 함을 밝힌다. 로켓배송과 심야노동이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자들의 편의는 증진시킬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치고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실제적으로 증명되었다. 정슬기님의 초등학생 딸이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쿠팡의 로켓배송이 아빠를 데려가버렸다’는 말을 했다. 이것은 결코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기업가들의 건강과 생명이 중요하듯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도 소중하다. 우리가 타자의 생명을 가볍게 소홀히 여길 때 우리는 무서운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쿠팡은 이번 기회에 경험했겠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피의 댓가는 혹독하다는 것을 반드시 엄중하게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 대책위에 속한 기독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함께 모여 기도하고 활동하는 가운데 죽음을 막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변화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였다. 이제 우리는 일터에서 일어나는 어떤 불의에도 간과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연대의 끈을 단단히 이어갈 것이다.
2025년 2월 4일
쿠팡택배노동자 고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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