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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까운 책방 추천도서] 모르고 지나칠 뻔한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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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9-07-29 12:13 / 조회 2,0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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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책방 추천도서] 모르고 지나칠 뻔한 책을 소개합니다!


김신일 집행위원
(대전 가까운책방 대표, 가까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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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할까, 먹을까-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저자 황윤, 휴 출판사, 2018.12.17
나는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뭐든지 잘 먹는다. 육류와 생선, 그리고 채소 다 없어서 못 먹지. 오래 전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로 성지 순례를 갔다. 함께 간 일행 중 많은 분들이 식사할 때면 현지 음식의 독특한 향 때문에 먹기 힘들다고 한국에서 가져 온 고추장, 김, 컵라면 등 꺼내놓으며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그때도 나는 그 독특한 향도 좋았고 그저 맛있게 먹었더랬다. 양고기 그 특유의 향도 괜찮았다. 나는 잡식이다. 먹는 것에 관한 한 큰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감사하며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맛집을 찾아가며 먹는 것도 잘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각자의 취향이겠지만. 어떻든 인간은 누구나 먹어야 살 수 있고,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할까, 먹을까> 이 책은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은 황윤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겪은 일과 그 이후의 고민을 담은 책이다. 황윤 감독은 동물원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별”, 야생동물들의 로드 킬(road kill) 문제를 다룬 “어느날 그 길에서”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0년과 2011년 있었던 구제역 파동(그때 살처분-산채로 땅에 파묻어 버리는-된 소, 돼지가 모두 350만 마리이다. 350마리가 아니다.) 이후 감독과 그 가족이 돼지 가족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영화를 찍었다.


우리는 돼지를 잘 모른다. 돼지 저금통 등의 생활소품으로 만들어진 돼지 모양의 인형, 만화 영화나 캐릭터로 존재하는 돼지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삼겹살이나 목살 등의 고기는 고기일 뿐 돼지라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공산품처럼 시장이나 마트, 혹은 식당에서 소비하면 되는 상품일 뿐이다. 문제는 대부분 공장식 축산을 통해 생산되는 돼지들(우리가 먹는 99.9%의 돼지고기가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다)이 최소한 생명체로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참혹한 환경에서 사육된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소비되는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어미 돼지는 평생을 좁은 틀 스톨에 갇혀 인공 수정을 통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돼지들은 인공적인 사육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서로 물고 싸우지 못하도록 강제로 꼬리와 이를 잘라 버린다. 또 빠른 성장을 위해 수퇘지들은 거세한다. 음낭을 절개하고 고환을 적출하는 방식으로. 끔찍한 이 모든 과정에서 마취는 없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도살장 벽이 유리로 돼 있다면,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책 <사랑할까, 먹을까>의 저자 황윤 감독은 원래 돈까스 마니아였다고 한다. 그런데 ‘원가자농’이라는 농장에서 사랑스럽게 길러지는 돼지 십순이와 그 새끼 돈수(황윤 감독이 불교용어 ‘돈오돈수’에서 따와 붙인 이름이다)를 만나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길러진 돈수가 결국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쳐 결국 채식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보고, 이 책 <사랑할까, 먹을까>를 읽으면서 고민이 생겼다. 육식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더군다나 이렇게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공장식 축산은 엄청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사실 공장이나 자동차 매연의 문제도 있지만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가축들의 매탄가스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생각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님이 맡기신 생명을 이렇게 다루어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다. 작가 앨리스 워커는 “흑인이 백인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 여자가 남자를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닌 것처럼, 동물도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저자인 황윤 감독은 육식을 줄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당장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잡식인 나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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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옌안송-정율성 이야기』 저자 박건웅, 우리나비 출판사, 2019.05.31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0년 전 조국을 떠나 낯선 땅 중국을 떠돌며 독립을 위해 항일 투쟁을 벌이던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책은 한국에서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14억 중국인들에게는 추앙받고 있는 작곡가 정율성의 삶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음악적 재능이 탁월했던 정율성은 항일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고향인 광주를 떠나 중국으로 간다. 거기서 정율성은 약산 김원봉 선생이 활약하던 의열단에서 세운 조선혁명군정치간부학교에 들어가 졸업하고 항일운동에 뛰어든다. 이 책의 제목 <옌안송>은 지명 옌안(연안)에서 온 것이다. 옌안은 중국 산시성의 시이다. 지금은 인구 약 210만 명의 대도시인데, 중국 공산군 장정의 종착지라서 중국에서는 혁명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 도시는 중국 노농적군 2만 5천리 장정의 종점지였다. 그리고 1935년부터 1948년까지 중국공산당의 근거지였다는 이유로, “혁명의 성지”라 불린다. 정율성은 1938년 옌안에 루쉰예술학원이 설립되자 음악학부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한다. 학생으로 이미 작곡 등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정율성은 그 후 그곳에서 교수가 되어 학생을 가르친다. 그리고 옌안에서 사랑하는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자였던 정설송도 만나게 된다.


그는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기개를 자아낸다고 평가되는 당대의 최고 유행가 <옌안송>을 만들었고, 인생 최대의 역작 <팔로군 행진곡>을 만들었다. 이 <팔로군 행진곡>은 정식으로 중국인민해방군가로 비준받는다. 해방 이후 정율성은 잠시 북한에도 머물렀지만 정치적 암투가 심했던 상황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그의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문화대혁명시기에 온갖 고초를 겪는다. 정율성은 “중국인들은 나를 조선인으로 생각하고, 조선인들은 나를 중국인으로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중국에서 1976년 숨을 거둔다.


독립투사이면서 예술인이었던 정율성.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박건웅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 어린 그림과 손 글씨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독립운동가이면서도 이념 대립의 그늘 속에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정율성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렸다.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가 하면 총, 칼, 폭탄, 암살 등의 무장 투쟁만 생각하던 이들에게 ‘예술’로도 항일 투쟁을 벌인 이들이 있다는 부분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작가 박건웅은 그동안 꾸준히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장편 만화를 그려 왔다. 비전향장기수 허영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어느 혁명가의 삶”, 미군의 의한 노근리 학살 사건을 그린 “노근리 이야기”, 인혁당 사건 “그해 봄”, 임시정부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가족의 육아일기 “제시이야기”, 김근태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사건을 다룬 “짐승의 시간”,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등을 펴냈다. 박건웅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왜곡되거나 잊힌 이야기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숨겨진 이야기들을 만화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정율성의 외동딸 정소제의 추억으로 시작해서 그가 고향집 광주를 방문하며 다시 아버지 정율성을 추억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광주에는 “정율성 선생 탄생지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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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뉴시스】 광주관광협회 등의 주최로 19일 오후 정율성 선생의 생가터인 광주 동구 불로동 163번지(현 히딩크 관광호텔)에서 열린 탄생지비 제막식에는 각계인사 400여명이 참석했다.(사진 제공=광주관광협회)/이형주 기자


* 소식지 72호 공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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