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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안인웅 전 총학생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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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8-12-29 00:34 / 조회 2,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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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 핫이슈1]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안인웅 전 총학생회장 인터뷰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막아 주는 따뜻한 카페에서 안인웅 장신대 전 총학생회장을 만났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차가운 바람이 불던 명성교회 세습 반대 시위 현장에서부터 개혁연대 옆에서 항상 한 자리를 지키던 그를 만나, 총학생회장으로서 교회개혁을 외쳤던 1년간의 소회를 들었습니다.
진행: 진지한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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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안인웅이라고 합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부 총학생회장을 맡았습니다. 2018년 11월까지가 임기라서 이제 끝났네요. 이제 학부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데요. 목회도 생각하고, 더 공부할 생각도 열어 두면서 고민하는 중입니다.


Q. 세습한 교회가 소속한 교단의 신학생으로서 명성교회 세습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지켜보면서 소속 교단의 학생으로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목회를 생각하고 교회를 세워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는 와중에 그런 사건을 접하다 보니, 창피하고 화가 나더라고요. 신학교에서도 교회에 대해서 개교회 중심이 아닌 공교회를 세워 나가는 것이라고 배우는데, 명성교회는 세습을 주장하면서 “우리 교회 건들지 마라!”는 입장을 보였잖아요. 그런 모습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Q. 한 해 동안 장신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교단 산하 신학교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많이 냈습니다. 어떤 계기로 많은 학생이 명성교회 세습반대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가장 큰 계기는 8월 7일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는 판결을 내렸을 때였어요. 방학이 되면서 관심이 잠깐 식기도 하고, 재판이 계속 연기가 되면서 지치기도 했어요. 그런데 서울동남노회 목사님들이 면직과 출교를 당한 일들을 들으면서 서서히 분노가 쌓이다가, 총회 재판국의 판결에서 학생들의 울분이 터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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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목회자들의 학연·지연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가 한국교회 내에 팽배하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기가 두려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반대 관점의 선배 목회자들이나 명성교회 측의 압박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건 거의 없었어요. 왜냐하면 명성교회 세습의 불법성은 명쾌한 문제잖아요. 세습금지법이 총회에서 압도적인 비율로 결의되어서 헌법에 명시되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상식적인 여론이 형성되었고요. 그래서 그런 압박은 거의 느껴 본 적이 없어요. 명성교회에서도 딱히 없었고요.

학생 중에 반대 목소리가 있긴 했어요. 대놓고 세습이 옳다 얘기하진 않았고, 동맹휴업을 논의할 때, “목사의 소명을 받은 사람이 목회자로서 수업을 듣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는 의견을 낸 사람이 있었어요. 논점을 흐려서 우회적으로 반대를 한 거죠. 그러나 극히 소수여서 큰 영향은 없었어요.


Q. 비상총회를 열어 동맹휴업을 결의했고, 예장통합 103회 총회 때 많은 학생이 먼 길을 가서 세습반대집회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학생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동맹휴업이 사실 학교 전체를 움직여야 하는 엄청 커다란 일이잖아요. 그 일을 진행하려면 우선 총학생회 임원들이 먼저 경각심을 가지고 이 사건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회장에 당선하고부터 꾸준하게 정보를 수집해서 임원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경과를 지켜봤어요. 처음에는 급진적인 행동이라고 우려하는 이도 있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세습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인지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마음이 하나로 모였어요. 임원들이 그렇게 경각심을 갖게 되니, 일반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그 모습에 동화되고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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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신대 각 학과 학생회와 총학생회, 신학대학원 학우회는 총회 직후, 동맹휴업 결의 기자회견을 열었다ⓒ뉴스앤조이


동맹휴업 기간에는 학내에서 세습의 부당성을 알리고 저항의 의지를 보여 주는 작업을 했어요. 부스를 설치해서 여러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고, 매일 있는 채플을 학내 각 기관이 주관해서 진행하면서 주제를 ‘교회개혁’으로 통일했어요. 학교 어디를 가도 ‘세습 반대’가 보이는데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죠. 그렇게 하다 보니 학부생과 신대원 학생 300여 명이 총회로 가기 위해 새벽에 한자리에 모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굉장한 일이에요.


Q. 아무래도 대표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남들보다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운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보람 있었던 순간을 꼽자면 언제일까요?
두려웠다기보다 충격적인 감정을 경험했었어요. 명성교회 앞에서 개혁연대와 함께 피켓 시위를 할 때, 명성교회 장로와 집사들이 저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오더니 “공부나 하지 왜 여기 왔냐.”, “얼마 받았냐.”고 조롱하고 폭언을 했어요. 그때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데, 그게 동력이 돼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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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허탈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8월 7일 재판국 판결이 나왔을 때입니다. 재판 현장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명성교회 장로와 집사들도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한 명이 밝은 표정으로 뛰어 내려와서 뭔가를 얘기하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면서 환호성을 지르더라고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우리가 이겼다’라는 표정으로 바로 퇴장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결과를 들었는데 그때 마음이 제일 힘들었어요. 많은 분이 그 자리에서 울었죠. 거의 1년 가까이 기다린 순간인데, 참으로 허탈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동맹휴업을 거치면서 그 모든 과정에 함께하고 연대한 사람들을 볼 때인 것 같아요. 동맹휴업 준비할 때 임원들이 매일같이 총학 회의실에 모여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회의하고 준비했어요. 한번은 어떤 사람이 저에게 전화해서 욕설을 퍼부은 적이 있었어요. 늦은 밤에 그 사실을 단체 채팅방에 알렸는데,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 임원들이 분노하면서 모여서 긴급회의를 하더라고요.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굉장히 힘들었지만, 함께 힘쓰고 분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Q. 개혁연대와 여러 현장에서 연대해 주셔서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연대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나요.
세습 문제에 있어서 저항하는 순간마다 연대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큽니다. 저희는 학생이라 기자회견이나 집회 경험도 많이 없는데, 함께 참여하고 기자회견 때 발언하는 기회도 주셨잖아요. 그래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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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가장 필요한 것은 권력 구조의 해체라고 봅니다. 교회, 노회, 총회 등 모든 부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총회는 50대 이상의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권력 구조가 깨져야만 합니다. 총회는 구성원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기관인데, 특정 집단이 권력을 잡아 버리니까 불균형적인 권력 구조가 생기잖아요. 여성은 물론 청년들의 의사결정권 비율이 높아져야 해요.


노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교회 하나가 노회를 먹여 살리고 권력을 잡게 되는 불균형한 구조잖아요. 교회가 크든 작든, 돈이 많든 없든 동등하게 의사결정권을 줘야 합니다. 개 교회 내에서도 목회자 중심, 엘리트 중심의 권력 구조가 해체되어야 합니다. 평등한 구조가 되려면 목회자부터 그것을 해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교회가 개혁을 위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환대’를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명성교회에 아쉬운 점은, 자기 교회 중심으로 생각해서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적그리스도라고 낙인찍는 모습이에요. 누구든지 교회에 나올 수 있고, 누구든지 비판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건강한 교회개혁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순한 인상과 차분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불의한 일을 떠올리는 눈은 날카로웠고, 개혁을 말하는 목소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난도질해 놓은 한국교회의 상처를, 앳된 청년의 뜨거움으로 충분히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세대가 한국교회의 미래다”라는 뻔한 말이, 이제는 곧 현실로 이루어질 듯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개혁연대가 그의 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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