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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애희 칼럼] 성폭력상담센터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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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7-09-25 16:03 / 조회 2,447 /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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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상담센터를 시작하며



김애희 사무국장



잊을만하면 한번씩 터져 나오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이름만 바뀔 뿐, 유사한 패턴의 성범죄는 계속해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전도가 유망한, 교인들로부터 존경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아왔던 목사의 추악한 면모가 폭로되고, 얼마 뒤 목사는 자숙하겠다며 서둘러 교회를 사임합니다. 가해자도, 교회도 ‘버티는 게 상책’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기 보다는 재빠르게 사과하고 상황을 모면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교회 성폭력 이슈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변화이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공동체는 가해자를 방출하거나 피신시키는 선에서 마무리합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당회나 담임목사에 의해 은밀하고 조용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교인 대부분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내막을 모른 채 상황은 정리됩니다. 가해자는 한결같이 억울해하며, 피해자는 결국 공동체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불행은 공동체의 몫이 아닌 오로지 개인의 것으로만 남고, 공동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서둘러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누구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사건이 발생하면 성폭력 사건은 여전히 논란을 가져옵니다. 흔히 성폭력이라 하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힘으로 억압하며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강간을 떠올리기 때문에,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듣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의 범주를 어느 수준까지로 규정해야할지 부터가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이들은 어쩌다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축소하려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가해자를 ‘괴물’로 취급하며 온갖 비난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괴물을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책임에 대한 성찰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와 관련 법률이 마련되고,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으나, 한국교회에서 이제야 공적인 장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고 해결해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는 교단 총회에서는 목회자 성범죄에 관해 여러 안건이 심의될 예정입니다. 기장에서는 ‘교회 내 성폭력 금지와 예방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예장 통합은 목회자, 장로, 직원을 대상으로 성 교육을 실시하는 안건을 다루게 됩니다. 감리교는 목회자 진급·연수 과정에서 양성평등 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교회 성폭력 특별위원회 설치 및 특별법 제정 등을 장정개정위원회에 제출했으나, 장정개정위원회는 부결시켰습니다. 교단 내 일부 여성 목회자・교인의 노력으로 안건으로 상정되기는 했으나, 대다수 목회자들은 은혜로 해결하자며 뒷짐만 지고 말뿐입니다.


1991년 당시, 성폭력이라는 단어조차 무섭게 느껴지던 시절에 최초로 성폭력피해 전문상담기관이 만들어졌습니다. 해외의 강간위기센터처럼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갈 곳 없는 피해자들은 상담소의 지원을 통해 함께 힘을 얻고,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도 찾습니다. 법정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속한 공동체 내에서 합리적인 모색을 할 것인가 등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고, 개별 사건을 넘어서 성폭력의 근절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안도 만들어갑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성폭력의 진실을 구체적인 통계와 연구를 통해 드러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한국교회에도 성폭력 전문 상담기관이 필요합니다.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가해자의 방출이나 피해자의 도피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게 될 교회 환경을 바꾸어놓는 일은 뻔한 분노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개혁연대는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며, 은폐되어 왔던 교회 내 성폭력의 문제를 놓고 씨름해왔습니다. 전병욱 씨에게 목사라는 영광과 지위를 보장해준 교단의 무능함과 부패를 고발했고, 성 평등적 가치가 결여된 교육과 제도를 뜯어 고쳐야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설립을 놓고 지난 몇 달간 수많은 토론과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성폭력운동기구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동시에 운영의 안정성도 고려하면서, 준비하는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시작한 이들의 경험도, 의지를 가진 이들의 헌신도, 교회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기대도 필요합니다. 더욱 절실하게, 힘없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기억하시고, 차별과 폭력에 눈감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랍니다. 함께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






* 본 글은 66호 소식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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