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정수 칼럼] 교회개혁, 힘이 아닌 설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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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6-06-22 13:47 / 조회 2,757 / 댓글 0본문
교회개혁, 힘이 아닌 설득으로
현정수 간사
[사례1]
A 교회 교인들은 공동의회를 열어 담임목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담임목사 설교가 부실하고, 담임목사가 거짓말을 반복한다는 것이 해임 사유였다. 노회가 뒤늦게 개입하여 ‘개교회가 담임목사를 해임하는 것은 교단법상 불법’이라며 담임목사에게 힘을 실어 주자, 교인들은 민법상 판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며, 노회의 주장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양측은 해임 결의가 합법적인지 여부를 놓고 수 개월간 다툰 끝에 노회 소송과 민사소송까지 이어졌으며, 그 와중에도 담임목사는 설교를 계속하는 등 분쟁이 지속되었다.
[사례2]
B 교회 장로들은 담임목사가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각종 위원회를 창설하는 등 목회자 권력을 분산시켰다. 일부 장로들이 개혁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다수결 투표를 앞세운 덕에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장로들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럽다'며 교인들에게 호소하자, 교인들은 공동의회와 장로 임직 선거를 통해 개혁 장로들을 당회 소수파로 전락시켰다. 상황이 역전되면서 제도 개혁은 다수결 원칙에 따라 전부 폐지 절차를 밟았다. 초조해진 개혁 장로들이 각종 무리수를 두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였으나, 교인들의 외면에 싸늘하게 부딪혀 스스로 교회를 떠났다. 모 교인이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상황을 돌이키기 어려워진 후였다.
[사례3]
지역도 교단도 다른 C 교회와 D 교회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분쟁이 진행된 양상은 비슷했다. 담임목사 반대 측 교인들은 노회가 주도하는 중재 모임에 몇 차례 응하였으나, 노회가 편파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화 중단을 선언하였다. 해당 교인들이 노회 권위를 인정하지 않자, 노회에서는 해당 교인들을 징계하기 위해 노회 재판을 열었다. 피고소인들은 노회가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하여 협조하지 않기로 하고, 변호사에게 자문받은 대로 출석 연기 신청을 내거나, 우편으로 날아온 기소장을 반송시키는 등 시간을 끌었다. 이에 노회는 재판 기일을 연기하지 않은 채 궐석재판을 진행하였고, 기소된 교인들은 모두 출교 판결을 받았다.
교회가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 못지않게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회 재판을 진행하는 방식도 국가의 사법 체계와 종종 비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분쟁 중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교계의 특수성에 대해 배울수록 다가올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기에, 교회문제상담소는 평소에 교단 헌법, 노회 규칙, 각종 분쟁 사례 등을 공부해 보시라고 권면해 드리고 있습니다.
A 교회는 처음부터 노회와의 입장 차이가 컸습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양보하거나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고, 같은 논쟁만 반복하다 사태가 장기화됐습니다. B 교회 장로들의 경우, 여론을 의식하면서 개혁 속도를 늦추는 등 유연하게 대처했더라면 따돌림까지 당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C 교회와 D 교회 교인들은 편파적인 노회를 멀리하고 싶은 마음에, 사법 재판으로만 해결하려다 도리어 곤란해졌습니다. 노회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기록은, 이유야 어떻든 민사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회자의 성경해석권과 설교권, 당회장권, 교계 내 친분과 지위 등은 모두 일종의 권력입니다. 마찬가지로 교인의 회계 지식, 부동산 및 건축 지식, 경영 감각, 학문적 성취 등의 전문성 또한 권력입니다. 소수 의견을 묵살하기 위해 다수결을 밀어붙이는 것 역시 권력입니다. 변호사 등 법률적 자원을 동원하는 것도 권력이고, 심지어 누가 올바르고 고결한지 내세우는 것도 일종의 도덕적 권력으로 작용합니다. 이 모든 '힘의 수단'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만났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서양 속담 중에 ‘소유한 도구가 망치뿐이라면, 모든 게 못으로만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빠질 수 있는 함정입니다. 재주가 아예 없으면 당하기만 할 텐데, 가진 능력이 하나라도 있으면 자기가 아는 방식을 고집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러나 힘으로 굴복시킨 상대는 다시 힘을 모아서 반격합니다. 악순환입니다.
주어진 힘과 능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교회 개혁 운동은 힘을 상실하면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화를 포기하고 힘의 논리에만 의존하는 교회 개혁은 위험합니다. 대화를 충분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다행이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대화에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독단적이고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구성원인 나 자신이 소통에 임하는 방법부터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하겠습니다.
60호 소식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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