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애희 칼럼] 우리는 왜 여전히 교단 총회를 주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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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6-08-30 16:42 / 조회 2,577 / 댓글 1본문
[한국교회에 외치는 소리] 우리는 왜 여전히 교단 총회를 주목하는가
김애희 사무국장
지난해 주요 교단 총회에서 가톨릭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예장 합동 총회에서는 ‘가톨릭은 이단’이라는 신학적 입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일부 총대들은 ‘이단도 아니고 이교’라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총회장 곳곳에서 <카톨릭에 놀아나는 한국교회>라는 제목의 작은 책자를 볼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장면은 예장 통합이나 고신 총회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반복적으로 재현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으로 인해 천주교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데에 대한 우려와 경쟁의식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그들의 근본없는 적대감과 무례함에 경악했다. 교회 안에 산재한 부패와 문제 상황을 해결할 의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들이, 과연 가톨릭교회를 이단이라 말할 자격이 있는지, 허망한 실소마저 금치 못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올해 총회에서 교단의 수장을 선출한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감독선거를 둘러싸고 매번 교단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차라, 이번 선거에는 금품수수와 같은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암행감시단까지 등장했다. 지난 2013년 감독선거에서는 낙선한 한 후보자가 선거운동 기간 중에 여러 단위들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 선거에 출마했던 모든 후보가 이러한 금품과 향응을 요구받았고, 자신을 포함해 하나같이 돈봉투를 돌렸다고도 했다. 감리교단이 아니더라도, 총회 임원선거에 나섰던 많은 이들이 ‘우리 지역에도 와 달라’, ‘들러 달라’는 청탁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도 돈 좀 풀어 달라는 얘기다. 임원선거는 곧 돈선거라는 등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교권의 최고 자리를 누가 차지하는지에 몰두하는 사이, 소속 교회들의 형편은 점점 열악해졌다. 이런 저런 이유로 교회를 떠난 이들은 늘어가고, 자연스럽게 교회 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내부 조정에 실패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를 수밖에 없게 된 교회 사건의 수는 늘어났다. 성공 신화를 자랑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매물로 전락하는 교회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직 교단장이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지교회를 이단에 매각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올해에도 총회장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자신들의 교회를 도와주십사, 총대들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많은 교인들을 보게 될 것이다. 또 차갑게 외면하는 총대들의 서늘한 뒷모습 역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교단 총회는 누구를 대표하는가?
교단 총회는 최고 의결기관으로, 교단에 소속된 개교회들의 총회를 말한다. 신학교 운영에 개입하고, 이단이나 사이비 등으로부터 교단을 지키기 위해 교회와 목회자를 교정하며, 개교회 간 또는 교회와 노회, 노회와 노회 간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교단에 소속된 교회의 질서 유지와 교회법 준수 유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명시적 위상은 이러하다. 그렇다면 교단이 우리의 신앙의 정체성과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는가?
얼마 전 성결교단에서 110차 총회 대의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목사 대의원은 50대 후반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장로 대의원은 60대 후반이 가장 많았다. 총회 대의원 849명 중 40대 대의원은 10명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시선을 끌었던 대목은, 여성안수가 시행된 지 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국내 대의원 중 여성 위원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총회에서 다루는 현안이나 사회 참여의 태도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보수 일변도로 기울어진 원인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교단은 총대의 자격을 목사와 장로에게만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일반 교인들의 이해와 상황을 반영하기보다는 이들의 관심과 이해관계, 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교인 과세 문제나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이들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도되곤 한다.
교회가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면, 더 많은 여성과 청년들이 의사결정구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의 쇄신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참여권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청년들도 총대가 되어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먼저, 교회의 지도력은 목사와 장로(또는 중년 남성)만이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부터 탈피해 보자. 또한 개 교회의 과잉 대표성 문제부터 질문해 보자. 교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정치적·성별 주체들이 교회 정치에서 배제되어 있는 한, 총회의 개혁은 허구적 발상에 그치게 될 것이다.
목회자 윤리부터 점검해야
예장 통합 총회는 2015년에 목회자 윤리지침안을 통과시켰다. 목회자 윤리강령은 사회적 법규와 질서를 넘어서, 목회라는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성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제공한다. 기감 총회는 2006년에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 공포하였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목회자를 제외한 일반 교인들에게 내용과 취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최근 감리교 교역자들의 성적 비행 문제가 언론에 회자되면서, 총회는 부랴부랴 전국 1만여 명의 목회자들에게 강령과 권면서를 발송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정된 지 10여 년이 지나서야, 이와 관련한 교육과 홍보 활동에 나선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는 세상보다 나은 삶과 윤리의식으로 감동을 주어야 한다. 특히, 목회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불의 앞에 침묵하는 교회와 내로라하는 유명 목회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선교에 큰 장애가 되어 왔다. 예장 합동 총회는 2011년부터 꾸준히 ‘목회자윤리지침’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고 있지만, 최소한의 논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부결되고 있다. 모 노회에서 ‘총회 모든 공직에 소위 김영란법을 적용해 총회 공직과 도덕성 강화를 위한 규정을 제정하자’고 헌의했으나 기각되었다. 합동 총회는 김영란법을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총회로 언급되고 있음에도, 올해에도 무산되고 말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목회자 소득세 납부 요구에, 교단은 응답할 것인가
정부는 종교소득에 대한 과세 징수를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교회는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신고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교회와 교단은 정치적 개입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기장 총회는 지난 100회 총회에서 교단 최초로 목회자의 자진 납세를 교단 차원에서 결의했다. 비록 권고 사항으로 소속 목회자들의 납세를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종교인의 납세는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이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세상에 보냄을 받은 교회로서의 선교적 사명을 인정한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납세와 같은 책무를 부정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교회의 권위를 깎아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 여성안수를 허하라!
올 초, 한국교회의 구태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 총신대에서 터졌다. 총신대 여성동문회 모임 중에 여성 목사 안수가 이뤄지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을 문제 삼아, 여성 신학자들을 강의에서 배제하고, 관련 과목을 폐강 조치한 것이다. 그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성 교역자의 사역 인정을 위해 작게나마 목소리를 내오던 여성동문회는 이제 본격적으로 교권을 향해 여성안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여성 안수 인정을 결의한 교단이 늘어나고 있다. 백석 교단은 2011년부터 여성안수를 결의하여, 2015년까지 150여 명의 여성목회자를 배출하였다.
고신 교단은 2014년부터 여성의 지도력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교회 항존직에 대한 신학적 해석과 입장을 질문하고, 신대원 출신 여교역자에게 강도사에 준하는 명칭을 부여하고, 세례를 집례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안건을 발의하기도 했다. 총회는 여전히 ‘구약에 여성안수에 대한 성경적 근거가 없고 신약에도 여자를 안수해 직분을 맡긴 경우가 없다’고 신학적 입장을 내세울 뿐이지만 말이다. 고신과 더불어 여성안수를 인정하지 않는 몇 안되는 교단 중 하나인, 예장 합동과 예장 합신 총회는 여성 지도력에 관한 어떠한 안건도 상정되지 않았다. 한국교회 내에 오랜 기간 여성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왜곡된 성서 해석과 제도, 편향된 문화로 인해 일점 일획도 바꿀 수 없는 견고한 교리가 되어 버렸다.
몇몇 교단의 여성안수를 부정하는 입장은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이자,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여성은 남성의 머리가 될 수 없다는 신념은, 교회의 구태와 비상식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이제 총회가 응답할 차례이다. 언제까지 여성들을 배제할 것인가?
우리는 여전히 교단 총회로 향한다.
정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지만, 우리의 요구는 늘 무시되기 마련이고, 총회의 변화는 요원해 보였다. 십 수년 간 총회의 정책 결의 과정을 참관하고, 변화 요구의 목소리를 내 왔지만 노력의 성과는 늘 미미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문을 두드렸기에, 총회의 문턱은 낮춰졌고, 총대들은 외부 세력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 발걸음에 힘을 보태 주실 분들의 동참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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