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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오성 칼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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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5-12-23 16:03 / 조회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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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꼬집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오성 집행위원(일산은혜교회 목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찬반양론을 벌이고 있는 이 때, 기독교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성경적, 역사적, 신학적 입장에서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먼저 7-80년대 도시산업선교회 총무를 지냈고, 2006년에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한 인명진 목사(갈릴리교회 원로목사)는 지난 10월 19일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경적 입장을 밝혔다.


역사란 어떤 사실이나 인물에 대하여 해석하고 기록 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사적 기록은 성경이다. 성경에는 예수님에 대한 4가지 해석, 즉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이 있다. 이 복음서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40년에서 100년 사이에 기록된 역사서이다. 세상 역사로 말하면 근현대사, 즉 예수님에 대한 근현대사이다. 그런데 여기 4가지 다른 해석이 있다. 4가지를 비교해 보면 기록한 사실이 좀 다른 부분이 있고, 해석이 꽤 차이 나는 곳도 있다. 기독교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즉 신으로 믿는다. 신에 대한 해석이 넷이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통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이 다른 해석들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교인들에게 혼란이 갈 수도 있는데 그냥 그대로 서로 다른 해석을 지금까지 2000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기독교는 예수님에 대한 4개의 다른 역사책을 지금도 가지고 있고, 믿고 있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구약 성경을 보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도 열왕기와 역대기, 이렇게 2개의 다른 버전이 있다. 이스라엘 역사를 두 관점에서 본 것이다.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하나만 선택하지 않고 둘 다 성경에 같이 기록, 보관, 보존하고 있다. 기독교인은 성경대로 해야 한다.

왜 어떤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의 역사 해석을 하나로 통일하려고 할까?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을 맡고 있는 이만열 교수는 역사적 입장에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가 국정화를 하겠다고 발표한 10월 12일 같은 날에 열린 <반(反)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출범식장에서 이만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국정화 찬성자 중 어떤 이들은 역사학계 90%가 좌파이며, 현 교과서는 좌파가 썼기에 좌파 교과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왜 국사학계 대부분을 좌파라고 생각하는지는 한번도 근거를 들어 설명한 적이 없다. 그냥 좌파라고 띄어놓고 몰아간다. 사실 그들의 속내는 이렇다. 그들이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현재의 교과서는 독립운동의 바탕 위에서 대한민국이 세워졌다는 것을 강조하기에, 그들은 그게 보기 싫다는 것이다. 그들은 “식민지 근대화론” 즉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 한 덕분에 우리가 근대화 될 수 있었다는 주장을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일제의 주장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1948년 8월 15일로 본다. 하지만 독립운동의 바탕에서 보면 건국일은 1919년 3월 1일이다. 그날 독립을 선언했고, 당시 한반도는 일제 강점으로 인해 정부를 세울 수가 없어서 해외에 임시정부를 세운 것이다. 임시정부의 전통은 1948년까지 이어졌고, 그때 대한민국의 연령을 '민국 30년'이라고 한 기록이 남아있다. 심지어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도 “일제의 지배하에 있을 때 조상들이 3.1운동을 하고 대한민국을 세워 지금까지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교과서는 헌법에 근거하여 대한민국이 3.1운동에 의해 이루어지고 4.19민주혁명의 전통을 잇고 있으며, 그 바탕 위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잘 가르치고 있다. 역사 교과서는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론이 아닌 대한민국 헌법 정신 위에서 쓰여져야 한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교육이나 정치의 문제일 뿐 신앙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숭실대 기독교학과 이용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용주 교수는 10월 12일 뉴스앤조이 컬럼을 통해 신학적 입장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 입장을 다음과 같이 개진하였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소위 '정부가 주도하여 하나의 통일적인 역사관을 수립하여 국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단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신앙의 문제이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 독일 사례로 보듯이 하나의 단일한 역사관, 통일적인 국가관을 주입하려는 시도는 결코 정치적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국가관 밑에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복속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국가는 교회와 신학으로 하여금 히틀러 총통을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선포하고, 유대인을 신앙 공동체에서 배제하여 성경을 독일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따라 해석하도록 강요하였다. 통수권자 히틀러의 의지와 정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복음의 온전한 전파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당시 독일과 교회가 보여 준다. 그리고 나치 정권의 교회 통제 야욕에 맞서서 투쟁하였던 고백교회가 오직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주님이시라는 신앙고백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 역시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는 단지 독일의 경우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근현대사를 통해 군사정권 치하에서 교회가 독재자를 미화하고 찬양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던 것을 보았다. 민주주의가 파괴되어 가는 것은 결코 '하나의' 정치적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통수권자의 의지에 따르도록 복속하는 하나의 '신앙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상의 성경적, 역사적, 신학적 입장을 통해 보았을 때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대단히 위험하며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또한 기독교인은 신앙적 양심을 걸고 국정화를 거부하고 저항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독교인들은 잘못된 신앙고백을 강요받고 있다. 현 정부는 양심과 사상을 정부가 주도하는 하나의 가치관 아래로 통일하려는 독재적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과연 오직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양심과 삶의 주인이라고 고백할 수 있을까? 기독교인은 선택해야 한다.

위글은 58호 소식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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