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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애희 칼럼] 우리가 진실로 구해야할 지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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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5-08-19 16:40 / 조회 2,4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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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실로 구해야할 지혜는?

김애희 사무국장

“...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 90:12)

지난 6, 독일 개신교 교회의날 ‘Deutscher Evangelischer Kirchentag’ 대회가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슈튜트가르트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로 35회를 맞은 교회의날은 매년 5월에서 6월 초 수요일부터 5일간 독일 각 도시를 돌며 개최되는데, 1949년부터 해마다 개신교와 가톨릭이 번갈아 가며 열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교단, 연합기관 등에서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기 참관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저도 한국 교회의날참관단의 일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지혜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Damitwirklugwarden)”라는 주제로 독일 각 지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인 약 10만 명의 참가자들은 도시 곳곳에서 예배와 성서공부, 세미나, 문화공연 등에 참여합니다. 친환경적 대회라는 취지에 맞게, 대부분 기차나 버스 등으로 이동하고 관공서나 박물관, 공연장 등의 기존 시설을 행사장으로 이용합니다. 그늘을 피할 수 있다면 어느 공간이든 토론의 장이 되고 더위에 지친 참석자들을 위한 안식의 공간이 됩니다.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지만, 기념관을 건립하거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내실보다는 외형의 가치에 집중하는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주제 역시 신앙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난민 문제나 국제 분쟁, 소수자의 인권, 불평등한 경제 구조 철폐 등 당면한 현실적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노력해나갈 것인지 심도 깊게 토론합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나치 시대에 저지른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사회 현실에서 경건하면서 건강한 기독교인으로 서고자 했던 고백교회의 결의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의 날은 역사의 질곡에서 독일의 정치와 여론을 이끌었고, 분단 상황에서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섰습니다.

현지에서 경험했던 독일 교인들의 열정과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 기획에는 정치, 경제 등 분야를 망라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청소년이나 지역 교회 교인들 5천명이 자발적으로 봉사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기꺼이 자신의 집을 전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위한 숙소로 제공합니다. 참여자들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고성이 오가는 일도, 거리에 쓰레기를 넘쳐나는 일도 없습니다.

예배에 임하는 그들의 경건한 태도에서 영감을 받으면서, 유럽 교회의 고령화나 교세 하락에 대한 우려가 우리의 무지와 몰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가 가진 역량과 자원을 교회 내부로 쏟아붓는데 힘썼다면, 유럽의 교회는 교회 예배당을 벗어나 시대적 과제에 동참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위기를 경험한 유럽 교회는 이제 더 이상 교회 안에서 머문 채 길 잃은 영혼을 기다리지 않고, 교회가 필요한 곳에서 이웃의 모습으로 더 큰 하나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구해야할 지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교회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회의 외면과 질타가 어디에서 근거하는지를 정직하게 직면하는 일입니다. 교회가 존재함을 즐거워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우리에게도 올 것인가?, 고통의 시대, 비정한 시대에 신음하는 이웃들에게 우리의 교회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45일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저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이것으로 무겁고 지루한 참관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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