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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길형준 칼럼] 교회! 나의 사랑, 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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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4-05-20 15:28 / 조회 1,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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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단상] “교회! 나의 사랑, 나의 고민”

길형준 집행위원/군무원

어릴 적 동네 교회의 부흥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일 년에 몇 안되는 행사이곤 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던 사람들이 교회를, 기독교를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부흥 강사 목사님들은 우스갯소리로 시골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고, 십일조와 주일성수, 당회장 목사님에 대한 절대적 순종으로 결론을 맺곤 했습니다.


얼마 전 아는 목사님의 임직예배에 참석했다가 어릴 때 들었던 부흥 강사님들의 설교와 동일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느껴지기도 했으나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30~40 년이 지난 세월에도 이러한 설교가 아직 많은 교인 분들을 유쾌하게 하는 데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 생각납니다. “당신네 교회개혁을 한다는 사람들은 왠지 차가워.” 제가 전혀 느끼지 못하던 평가였기에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어쩌면 그 표현은 저의 마음과 영혼의 상태를 잘 대변해 주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전도에 열심인 분에 의해 현관문 틈에 끼워진 교회주보만 보아도 비판할 것이 없나 하는 눈으로 트집거리를 찾곤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마음이 얼마나 메말라 가고 있었는지 정작 제 자신은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인연을 맺었던 것이 2005년 5월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깊이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해온 듯 하여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우리 개혁연대가 열 두 살이 되며 청년이 되어가고 있는 사이에도 저는 남의 눈의 티끌에만 관심을 갖는 유치한 어린애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이제라도 제 눈의 들보를 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저의 영성을 가꾸고 개혁해야 할 때인 듯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 영성은 골방과 현장에서 동시에 수행되어야 하겠지요. 골방에서는 저를 돌아보고, 현장에서는 직접 참여와 동행해 주는 참여 둘 다가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들려오는 소식들마다 아픔이 가득합니다. 비에 젖은 여린 봄 잎마다에도 아픔이 묻어 있는 듯 합니다. 죄와 죽음의 권세를 이기신 우리 주님의 위로와 치유하심이 고통의 이 땅별(지구)에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주님의 아름다운 꿈이 저의 영혼에, 한국교회에, 세계 열방에 이루어져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합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어둔 밤 길에 함부로 발자국을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행여 누군가 저의 발자국을 따라오다가 실족하기라도 한다면 큰 일일 테니까요. 새벽이 아득하기만 하지만 동 터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 밤을 깊이 인내해야 하겠지요. 부끄러움 없이 그 환희의 아침을 맞이하려면 말입니다.

이글은 49호 소식지 '공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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