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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오성 목사 |
| “가난한 집 학생들이 불국사나 가지 왜 제주도로 여행을 가다가 사고를 냈느냐.” 한기총 부회장 조광작 목사가 임원회 석상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두고 내뱉은 믿기 힘든 망말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288명이 죽었고, 16명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그 희생자들 중 꽃봉오리 같은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가 197명이나 된다.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기업은 배를 침몰시켰고, 무능한 정부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온 세상에 눈물과 분노가 차올랐고,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그 행렬에 동참했다. 노란 현수막을 내걸고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했으며 광장에 모여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며 기업과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그 대열에 앞장서야 할 목사가, 그것도 한국교회 대표 기구라 자임하는 기관의 부회장이라는 자가 공식 석상에서 고귀한 생명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여 유가족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입혔으니, 이는 심히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망언이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아들이 SNS에 올린 글을 두둔하며 이런 발언을 했다. “정몽준씨 아들이 ‘미개하다’고 말했잖아요. 그것은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애 같지 않은 말을 해가지고 어려움을 겪는데 (유족들이) 총리에게 물을 뿌리고 인정사정이 없는 거야.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이는 현상 이면에 자리 잡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깊이 헤아릴 수 있는 공감능력이 크게 결여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이미 숱한 망언으로 한국교회의 위상을 실추시킨 바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주일 설교시간에 희생자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국민들의 진정성을 정치적으로 매도하며 이렇게 모욕했다. “세월호 사고 난 것을 좌파 종북주의자들만 제일 좋아하더라구요. 추도시간 마다 나와 가지고 기뻐 뛰고 난리여. 왜, 이용할 재료가 생겼다고…” 이런 설교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줄 뿐이다.
왜 망언 사고들이 발생하는가? 그 원인 중 하나는 목사의 교만이다. 세상에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목사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사고들이 왜 발생하는지 아는 목사는 아무도 없다. 깊고 깊은 하나님의 경륜을 모두 헤아릴 수 있는 목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목사는 입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 안에는 권력의 언어에 길들여져 있는 목사들이 너무도 많다. 전지전능하신 분은 하나님이시지 목사가 아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성도들 앞에서 겸손하게 실토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목사의 망언에 대해 성도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주의 종”의 말씀이니 모두 아멘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큰 교회 유명한 목사의 설교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벗어나는 발언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목사의 모든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인지, 인간의 욕망에 끌린 사설인지 분별하는 성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소 성경을 탐독해야하며 다양한 입장의 설교와 신학을 폭넓게 접해야 한다.
안산동산교회 김인중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설교를 중단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동네 목사이고, 이 지역 공동체의 지도자로 살아왔는데 무슨 낯으로 설교하겠습니까. 사고를 겪고 보니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세월호에 승선한 단원고 학생 8명이 이 교회에 다녔는데, 그 중 한 명만 살아 돌아왔다. 김 목사는 말을 이었다. “35년 목회 인생 중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제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작 저는 무슨 말도 할 수 없는 목사가 됐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힘이 돼 줄 수 없어 정말 슬픕니다.” 천주교의 ‘내 탓이오’ 운동을 언급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김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내 탓이오’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어요. 내 탓, 내 책임을 알았으면 그 문제를 고치기 위해 나부터 십자가를 지고 외쳐야 합니다.” 그는 마치 각종 망언이 발생할 것을 예측이라도 한 듯 이런 말도 남겼다. “영향력이 큰 오피니언 리더들은 자신들의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김 목사의 눈물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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