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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득훈 칼럼] 나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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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4-04-16 14:43 / 조회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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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경제

경제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좋은 선물 중 하나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노동을 창의적으로 투입하여 다양한 물건들을 생산하여 함께 나누고 풍성한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참 선하고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경제는 차갑고 무서운 것이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영국의 대중 소설가이자 유머작가인 벤틀리는 19세기 중반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초석을 놓은 존 스튜어트 밀을 풍자하는 시를 썼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 의지의 엄청난 노력으로/ 타고난 자애심을 극복하고/ ‘정치경제학’의 원리를 쓰다.

이는 그의 <정치경제학원리>가 설명하는 소위 자본주의 경제가 얼마나 냉혹한 성격을 띠고 있는가를 풍자한 것입니다. 수백 년에 걸쳐 자본주의 경제가 확산되면서 자애심은 공적인 경제영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적인 영역의 덕목으로 국한되기 시작했습니다. 공적인 경제영역에선 철저히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오히려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신념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칼 마르크스조차도 <공산당 선언>에서 기꺼이 인정했듯이 자본주의 경제는 100년도 채 안 되는 지배기간에 지나간 모든 세대가 창조한 것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고 거대한 생산력을 창조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생산의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피폐해질 뿐 아니라 생산물마저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은 과연 무엇이 좋은 경제이고 나쁜 경제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세 모녀가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70만원의 돈과 글이 우리 마음을 무너지게 만듭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떤 언론은 그들을 먹여 살릴 복지제도가 있는데 그걸 몰라서 비극이 발생했다고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혹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애초부터 그들을 그런 궁지로 내몰리게 만드는 경제엔 뭔가 결정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궁지에 몰렸을 때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사회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화와 제도가 우리 사회에 결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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