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흥식 칼럼] 3월 교회상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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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4-05-20 15:34 / 조회 1,855 / 댓글 0본문
[3월 교회상담이야기]
신흥식 교회문제상담소 소장/언덕교회 장로
금년까지만 하고 물러나야지 하고 시작한 교회상담이, 하다 보니 어느덧 10년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세월의 속도는 자기 나이 곱하기 10Km/hr라는 말이 그럴 듯하게 느껴집니다. 시속720Km. 그렇게 생각되지 않습니까?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수 없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감동적인 순간보다 성령의 탄식소리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서 서글프고 답답합니다.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분별력이나 양식을 갖춘 인간사회의 이야기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합니다.
최근의 상담이야기를 하나만 압축해서 해보겠습니다.
입담이 뛰어난 ㅅ목사-그 분의 이름은 "ㅅ"자와는 관계가 없는데 왠지 사기꾼 목사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 "ㅅ"자를 씁니다. 예수님도 요한복음 10장 1절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잘못 인도하는 모든 지도자는 한결같이 도적들이요, 강도들이라고 선언하셨지요-는 법원 경매로 나온 땅을 빚을 내어 낙찰 받습니다. 그리고는 교인들에게 어느 뜻있는 분이 교회당을 지으라고 땅을 기증했는데 건축만 하면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갚을 수 있으니 각자 자기 집을 담보제공하여 대출을 받아오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면서 자그마치 70억이 넘는 엄청난 돈을 말입니다.
교인들은 목사님의 말이니까 당연히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집을 은행에 잡히고 대출을 받아옵니다. 그런데 교회당이 완성되어도 교인들의 대출금을 갚지 않습니다. 매월 이자는 백 여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내느라고 죽을 지경인데 말입니다. 교인들은 뒤늦게야 의심하기 시작하고 등기부를 열람해보니 이미 100억 원에 이르는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교인들은 목사님을 신뢰했던 것을 후회하고 대출금을 갚아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나 ㅅ목사는 교회에 돈을 빌려 주었지 나에게 빌려주었느냐 하고, 설교시간에는 아우성치는 교인들을 “믿음이 부족한 자들”, “교회를 어지럽게 하는 마귀 같은 자들”이라고 하면서 표적 설교, 저주 설교를 서슴지 않습니다.
이제는 교회상담을 할 때마다 무슨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내담자들에게는 이중으로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는 내담자들에게도 여러분이 모두 공범자들이라는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사전 확인절차를 그렇게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목사님이니까 믿어야 한다고요? 그것은 신뢰가 아니고 무책임한 맹신이며 지혜롭지 못한 우행입니다.
본 사례가 무지한 교인들로 구성된 교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지식인들이 포진한 교회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왜 그들이 목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목사를 불편하게 하면 하나님의 복을 받는데 불리해질까 봐서 그런가요? ‘목사는 하나님을 대리하는 성직자다’, ‘목사를 비판하면 저주받는다’, ‘목사는 하나님만이 판단하신다’, ‘목사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복을 받는다’ 등등 이런 궤변수준의 설교에 오랜 세월에 걸쳐서 길들여진 탓일까요?
폴 존슨의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기독교가 국가의 인정을 받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부패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독교도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일탈의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됩니다.
한동안 저는 한국교회의 개혁에 관한 한,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얼마나 상황이 절망적이면 그런 생각이 들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만나게 된 많은 동역자들(공동대표, 사무국장, 집행위원에 포진해 있거나 거쳐 가신 분들), 불의에 결코 침묵하지 않았던 바로 그들 때문입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이 땅의 건강한 교회의 희망입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를 후원하는 일에 주저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48호 소식지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