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자료

문서자료

칼럼 [손봉호 칼럼] 종교는 바른 일에 급진적이라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4-09-02 16:15 / 조회 2,043 / 댓글0

본문

종교는 바른 일에 급진적이라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100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 진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그동안 미숙한 정치는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 놓았고 시원찮은 경제가 시민들의 활기를 앗아갔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안전과 도덕불감증을 깨우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과 분노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말았다. 불만과 냉소가 점점 커져 사회 전체가 침몰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바로 이런 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아왔고 전국민을 감동시켰다. 그동안 신달자 시인의 말마따나 ‘감동에 목말라’ 있었던 한국 사회가 놀랍게 반응했다. 우리 국민이 한 인물에 대해서 이처럼 경탄과 흠모를 표시한 적은 많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그래도 냉소의 늪에 완전히 빠져 있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분이 철저히 겸손하고 검소하며 진실하고 자비로우면 우리는 얼마든지 감동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감동은 우리의 복잡하고 고단한 삶에 소중한 청량제다. 그런 반응을 일으킨 교황께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물론 교황의 그런 모습은 종교 지도자로, 전세계 천주교의 수장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섬기는 예수님의 참모습일 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고등종교가 다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종교치고 낮아지고 검소하고 자비롭고 참되라고 가르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에 종교가 필요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위선과 거짓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진실을, 경쟁과 미움이 가득 찬 세상에서 양보와 사랑을, 부와 사치가 큰 자랑이 된 세상에서 겸손과 검소를 가르치고 실천하고 심어주는 역할을 종교가 아니면 무엇이 하겠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것은 무슨 기발한 새것이 아니라 진정한 종교가 이제까지 가르쳐 왔고 마땅히 실천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그가 그의 신앙과 임무에 철저히 그리고 진실하게 충실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 감동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감동이 우리 삶에 실제로 그리고 꾸준히 반영되는 것이다. 그런 결과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한국의 종교계가 그를 이어받아야 한다. 사실 이번에 방한한 교황은 종교 지도자였기에 그로부터 가장 직접 배우고 가장 많이 깨달아야 할 사람들은 역시 한국의 종교인들이며 종교 지도자들이다.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왜 그는 그런 엄청난 감동을 일으킬 수 있었고 한국 종교인들은 그렇게 못하는가?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황은 그가 믿는 종교의 가르침을 진실하게 순종한 반면 한국의 많은 종교인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낮아지고, 검소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바로 하고 겉으로 그대로 행동하는 척하지만 사람들이 믿고 감동받을 만큼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선적이 된 것은 역시 돈, 권력, 인기 같은 세속적인 이익도 같이 보려 하기 때문이다. 교황이 경고한 부자 종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해결책도 간단하다. 교황처럼 종교인들이 그들 종교의 가르침에 진실하게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진정 충실하면 자연히 돈을 초개같이 무시하고, 권력을 독으로 경계하고 인기를 안개같이 허무한 것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모든 고등종교의 특징이다. 화려한 건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천막에 모여 예배나 불공을 드리면 세상이 감동할 것이고, 소형차를 타거나 걸어 다니면 탐심도 줄어들고 극심한 경쟁도 약해진다. 종교는 바른 일에 급진적이라야 그 존재 가치가 발휘될 수 있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 대표

한국 종교계에도 그런 모범이 없지 않았다. 장기려, 김용기, 한경직, 김수환, 월정 같은 분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못지않게 겸손하고 검소했으며 약자들을 진심으로 돌보았다. 한국 종교계는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단원고 정차웅군은 세월호 사고 때 자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한 후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 부산외대 양성호군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때 후배를 구하려 무너진 건물로 다시 뛰어들었다가 희생되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 그 큰 사랑 앞에 한국 사회는 감동해야 하고 한국 종교계는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 대표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