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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종국 칼럼] 교회개혁Q&A(4) 교회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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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0-04-13 17:04 / 조회 3,372 /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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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하나요?

[교회개혁Q&A 4] 교회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하나요?

 

질문: 교회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하나요?민주주의는 교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 아닌가요?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주주의' 아닌가요?

당연히 한국의 개신교회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권위주의 문화에 물들어 있는 한국교회에서 '민주적'이란 말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 행사되어야 할 교회에서 인간들의 뜻을 높이는 것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해는 권위주의 문화에 물들어있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교회의 조직과 운영 체제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각종 개념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대체로 개념들은 하나의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신본주의의 반대는 인본주의입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주의이며, 왕정의 반대는 공화정입니다. 흔히 교회 정치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신주주의' 즉 신정(神政)의 반대는 세속정(世俗政)입니다. 이 신정 개념은 역사상으로나 신학적으로 특정한 시대에만 존재했습니다. 현 시대에서는 비유로만 쓰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현재 존재하는 체제들과 비교해 보면 다음 표와 같습니다.

 

민주주의

독재주의

신본주의

프로테스탄트 교회

로마 가톨릭교회

인본주의

민주 국가

독재 국가

프로테스탄트 교회, 즉 개신교의 조직과 운영 체제가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다 영적 계급에 속하며 이들로 이루어진 교회 안에서는 직무상의 차별 외에 다른 취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와 존 칼빈이 여러 차례 명백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일 하나님의 계시를 지금도 직접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통치를 위임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직접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종료되었으며 지금은 오로지 성경 말씀을 통해서만 계시하십니다. 교회는 누구나 잘 알 수 있도록 계시된 성경의 말씀과 해석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일 어느 교회 지도자가 하나님의 직접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면, 그는 더 이상 개신교의 지도자가 아닙니다.

복음적인 교회의 정치 체제가 민주적이어야 할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성경적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모든 인간들이 예외 없이 죄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견제와 균형을 원칙으로 삼는 체제이므로 이러한 죄의 본성이 부지불식간에 교회 안에 퍼지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라인홀드 니버는 이에 대해 "인간은 정의를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민주주의가 가능하고, 불의를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설파했습니다. 윌리엄 템플은 "민주주의는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본성을 가장 정당하게 다루는 형태의 구조이며, 민주적 원리는 기독교의 산물이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교회에서 목회자 중심의 권위주의 체제가 발생한 이유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 그래도 목사가 가장 근대적 교육을 많이 받은 계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고등 교육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회중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과거처럼 목사가 모든 것을 다 아는 체 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랬다가는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정치학 교수가 포함된 회중 앞에서 신문에서 읽은 극단적인 정치적 편견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설교하는 목사를 상상해보기 바랍니다.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지금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회가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다 통달한 지도자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도리어 복음적 분업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셋째는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적 조직과 운영은 조직원들의 자발적 헌신과 참여를 높입니다. 독재 체제는, 만일 그 독재자가 유능하다면, 확실히 단기간의 운영에 더욱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전문화되고 복잡해질수록 민주적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는 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인 운영을 기할 수 없습니다. 특히 공동체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창조적 발상과 역동성은 민주 체제가 보장하는 열린 의사소통과 기회의 균등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서구의 자본주의 체제가 동구의 공산주의 체제와 경쟁하여 승리한 것은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민주 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이 민주 체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을 보장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목사들 사이에는 묘하게도 목사가 독재하는 교회여야 성장한다는 세속적 신화가 유행합니다. 성장 제일주의와 사제주의의 기묘한 혼합입니다. 그러나 이 신화는 근거가 없습니다. 도리어 과거 군사 독재의 사고방식이 성스러운 공동체에 침투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진실로 성장하려면 하루 속히 이러한 사고방식을 떨쳐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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