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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종호 칼럼] 2,100억 교회지만 결코 대교회주의로 나가지 않겠단다 [뉴조,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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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0-02-18 13:52 / 조회 3,68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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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억 교회지만 결코 대교회주의로 나가지 않겠단다
비유로 풀어 본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

"지난 몇 달 동안은 사랑의교회 역사에 특별한 기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건축에 대한 과정을 겪었다. 정말 유명한 교회가 되었다. … 제자 훈련 교육을 받은 어느 목사가 '목사님, 건축 잘못하면 우리 교회도 죽습니다'라는 리본을 단 난을 보내 왔다. 그 교회도 지금 건축 중이다."

"오늘부로 건축에 관한 모든 것들은 주님 정리하여 주시옵소서. 저 인터넷 세계도 주님께서 은혜의 물을 뿌려 주시옵소서. 강력한 물을 뿌려 주시옵소서. 한 번 뿌림 받으면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뿌려 주옵소서. 하나님은 역사하셔야 합니다."

"건축 예정지 주변에 있는 교회의 목사들을 만나서 그들의 애환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도 개척 교회 목사의 아들이었다. 나도 여러분처럼 개척이 뭔지 아는 사람이다. 사랑의교회는 교회가 크다고 해서 무슨 물량주의나 대교회주의로 결코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 건축이 한국교회 전체가 기뻐할 수 있는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그러고 나서 다짐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정도(正道) 목회를 하겠습니다. 제가 철저하게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의교회 사역의 본질을 위해 인생을 불태우겠습니다."

"우리 교회 수만 명 중 일점 몇 프로가 건축에 대해 달리 생각하고 마우스에 불을 붙이면 참 감당하기 힘든 내용도 있다. 얼마나 영향력이 큰가? … 세상 사람이 뭐라 하던 우리가 목회의 본질을 가지고 나가면 우리는 일할 수 있다. 세상 앞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할 수 있다."

나는 이 동영상을 보면서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사랑의교회 건축에 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메시지를 전했는가? 그 메시지들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문제 제기였는가? 아무리 무지몽매한 교인들이더라도 그 정도로 충고를 들으면 납득할 만도 한데 오 목사의 저 황당한 멘트를 들으면서 "아멘, 아멘!" 연호하고 때로는 깔깔대고 웃는 모습을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의교회에 소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오정현 목사가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사랑의교회 건축과 관련해서 가장 마음 아픈 일은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할 목사들이 자기모순적인 언행을 여과 없이 보여 줬다는 점이다. <디사이플> 11월 호에서 "사랑의교회가 초대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옥한흠 목사는 11월 15일에 방영된 동영상에서 "대형 교회라는 문제에 대해 너무 비판적인 의식을 갖지 말라"고 교인들에게 주문하면서 교회 건축을 적극 지지했다. ('사랑의교회 건축, 옥한흠 목사의 진짜 생각은?' 참조)

또 1월 31일에 개최된 공동의회에서 25세 청년의 이의 제기 발언에 대해 "형제가 (어려서) 아직까지 모르는 일들이 많아요"라고 비아냥대며 그 젊은이의 인격을 교인들 앞에서 욕보인 ("이의 있다" 말한 게 그리 웃긴 일인가' 참조) 오정현 목사가 불과 며칠 후에는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목회를 하겠노라고 동일한 강단에서 선언할 뿐만 아니라, 2,100억 원짜리 예배당을 짓기로 결정해 놓고서는 대교회주의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니, 이 두 지도자의 진정성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동안 지적된 여러 문제점들을 듣고서도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사랑의교회 교역자들과 교인들의 의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보겠다.

찢어지게 가난한 개척 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주사랑 목사는 허구한 날 쌀이 떨어지면 국수만 먹고 자라서 이제 국수는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과 개척 교회 목사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는 일찍이 빈민 선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알고 온몸을 바쳐 전국의 달동네를 돌면서 사역해 왔다. 빈민들에게 선포되는 주사랑 목사의 설교는 늘 "자족하라", "감사하라"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코 세상을 원망하지 말고, 부한 자들에게 적대감을 갖지 말라면서 현재의 삶을 기뻐하라고 격려했다. 배가 고파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진 노숙자를 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 기력을 찾게 해 주는 일이 비일비재한 주사랑 목사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그는 비기독교인들도 인정하는 이 시대의 목회자로 손꼽히게 되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닭살 부부로 소문이 날 정도로 부인과 금슬이 좋은 데다 남달리 왕성한 생식 능력 덕에 3남 3녀의 자녀를 둔 주사랑 목사는 노모를 모시고 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선대로부터 내려오던 고향의 야산 주변이 신도시로 개발됨에 따라 그 산을 팔아 수백억 원을 벌게 된 것이다. 팔고 싶어도 사는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아 오던 땅이었는데, 횡재를 하게 된 주사랑 목사는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축복이라 생각하고, 우선 집부터 옮기기로 결정했다.

덩치가 점점 커지는 6남매를 지하 셋방에서 키우기가 너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왕 이사할 바에는 노모와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 주고 자신의 서재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방배동에 나온 모 재벌 회장이 쓰던 저택을 구입했다. 강남을 택한 것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였다. 비록 빈민들에게는 자족하라고 가르쳤지만, 자기 자식들만큼은 명문대를 나와 높은 지위에 오른 후 하나님나라의 큰 일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

주사랑 목사가 방배동 저택을 구입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작용한 또 하나의 요인은 그가 평소 영적인 멘토로 모시는 숙부의 조언이었다. 숙부는 자기가 IMF 시기에 교회 부지를 좀 더 매입하고 사택으로 쓰는 아파트 평수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멍청한 장로들의 반대로 그것을 놓친 게 천추의 한이라고 하면서, 금융 위기니까 그런 좋은 조건으로 저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적극 권했다. 게다가 숙부는 다음 주일 설교 제목이 '위엣 것을 찾는 자가 누리는 복'인데 조카야말로 영적으로는 바울의, 육적으로는 아브라함의 복을 누리게 되었으니 교인들에게 소개할 아주 좋은 사례라고 격찬했다. 이에 주사랑 목사는 "할렐루야, 아멘!"으로 화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주사랑 목사의 장남은 아버지의 이런 결정에 대해 혼란스러웠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버지의 기세에 눌려 말도 못 꺼낸 채 아버지가 성경 다음으로 애독했다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주사랑 목사의 변신이 알려지자 주위 사람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우선 빈민 선교를 하는 다른 사역자들이 아우성이었다. 전도할 때마다 "너는 숨겨 놓은 재산이 얼마냐?"는 듯한 묘한 비웃음이 그들에게 돌아왔고, 후원자들도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주사랑 목사는 자기가 정당하게 얻은 수입을 가지고 가족이 좀 더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집을 산 것이 뭐가 잘못이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일이 대꾸해 봤자 통할 것 같지 않기에 날을 잡아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는 이번에 자기가 땅을 팔아 얻은 수익금 중 10%를 빈민 선교를 위한 재단 설립 기금으로 쓰겠노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미국 비버리힐즈 한인 교회에서 열리는 빈민 선교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는 답변을 뒤로 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고용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공항에 도착한 주사랑 목사의 손에는 LA행 1등석 항공권이 들려 있었다. 그 후 주사랑 목사의 방배동 저택 주변은 빈민 선교를 하는 목사의 아방궁을 보려는 국내외 관광객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점상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주사랑 목사의 빈민 선교가 과연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을까? 그가 기부한 수십억 원의 기금으로 마련된 선교 재단이 그가 지하 셋방에서 살면서 펼쳤던 사역에 비해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너무 비싸서 서민들은 평생 꿈도 못 꾸는 1등석 항공권을 가지고 세계를 누비면서 열변을 토하는 주사랑 목사의 설교가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넓은 집에 살면서 온갖 사교육을 받게 된 주사랑 목사의 자녀들이 과연 얼마나 훌륭한 하나님의 일꾼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이런 질문을 받을 때 그 유명한 제자 훈련을 받은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정확한 답을 알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자기네 교회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그토록 둔감할 수 있는가? 예배당을 짓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공신력을 잃고 기독교가 개독교로 폄하되는 지금은 거액을 들여 그런 일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어느 목사님의 따끔한 질책을 왜 애써 무시하는가?

이미 엎지른 물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항변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이 일을 추진했던 오정현 목사와 당회원들은 그간의 과오를 회개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기도하라고 답하고 싶다. 사랑의교회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충언을 무시하고 건축을 강행한다면, 사랑의교회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교회가 될 것이고 그동안 가졌던 영향력은 극도로 쇠퇴할 것이다.

하기는 한때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위상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지금은 웅장한 건물의 위용만 자랑할 뿐 우리 사회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이제 사랑의교회마저 그 대열에 끼어 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사랑의교회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큰 그릇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실로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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