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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득훈 칼럼]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본 한미FTA(2)[뉴스앤조이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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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08-02-27 11:01 / 조회 3,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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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본 한미FTA(2) 한미FTA가 가져올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중심으로

2.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본 한미FTA

한미FTA의 결과를 분석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경제이론들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비교우위론으로 강자의 논리고 다른 하나는 소위 사다리 걷어차기론으로 약자의 논리를 들 수 있다.

2.1. 비교우위론 vs 사다리 걷어차기

2.1.1. 비교우위론: 강자의 관점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최초의 국제자유무역이론은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리카르도에 의해 ‘비교우위론’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었다. 각국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품목만 집중적으로 생산하여 서로 무역을 하면 전체적으로 생산적이 높아짐으로 모두가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근거로 하여 영국과 미국 등을 비롯한 경제강국들은 약소국들에게 시장을 열 것을 요구해왔다. GATT체제하에선 그래도 약소국들의 입장이 어느 정도는 반영되었다. 그러나 WTO체제로 넘어가면서 약소국의 입장에 대한 배려는 더욱 축소되고 자유무역에 대한 압박은 더 강화되었다. 그 압박은 4차에 걸친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이미 잘 드러나고 있는 대로 더욱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강자의 논리이다. 우선 이 이론은 국제적분업과 자유무역으로 인한 이득을 누가 얼마만큼 가져갈 것인가에 대하여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각국이 집중적으로 생산해서 수출하는 상품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가격은 경제학적인 용어론 수요와 공급 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실상은 국가의 경제력과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생산하는 농산품의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선진국의 공산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것으로 잘 설명이 된다.

유산국의 경우 OPEC이라는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원유 가격을 일정 정도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품목의 경우 상품 의존도가 원유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발전의 수준의 격차가 큰 나라끼리 FTA를 맺으면 경제력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은 이익을 보는 반면 후진국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경쟁력이 없는 후진국의 기존 산업은 도태되는 반면 미래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산업은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2.1.2. 사다리 걷어차기: 약자의 관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이 강자의 논리라는 것을 잘 밝혀낸 또 하나의 이론은 소위 ‘사다리 걷어차기’론이다. 한국에선 장하준 교수를 통해 잘 소개되었는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표현은 원래 유치산업 보호론의 시조로 알려진 19세기 독일 경제학자 리스트에 의해 제일 먼저 사용되었다. 그는 자기 시대 영국 정치인들과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의 이점에 대해 설교한 내용을 코스모폴리티컬 독트린이라고 명명하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바로 이 방법에 스미스(Adam Smith)의 코스모폴리티컬 독트린과 동시대 위대한 정치가 피트(William Pitt)의 코스모폴리티컬 경향, 그리고 이후 피트의 정치적 후계자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보호관세와 항해규제를 통해 다른 국가들이 감히 경쟁에 나설 수 없을 정도로 산업과 운송업을 발전시킨 국가의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이 딛고 올라온 사다리(정책, 제도)는 치워 버리고 다른 국가들에게는 자유 무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걸어 왔고 뒤늦게 자유무역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참회하는 어조로 선언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일은 없을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리스트의 ‘사다리 걷어차기’ 이론의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압력을 잘 이겨낸 예로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을 들고 있다. 1960년대 말 일본의 자동차 회사의 생산량은 다 합쳐도 미국의 GM 한 회사 생산량의 반도 되지 않았다. 만일 이때 자유무역론자들의 주장에 따라 일본이 비교우위가 없는 자동차산업육성을 포기하거나 경쟁을 통해 강화시키려고 미국에 시장을 개방했다면 오늘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 한미FTA에서 미국이 가장 노리는 분야는 미국이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 산업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미국의 절반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이해영 교수의 전망처럼 절반은 사망 아니면 중상이고 나머지 절반 중에 극히 소수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이로서 한국산업의 미래성장동력이 출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한미FTA에 교묘하게 담겨 있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압박을 잘 이겨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한미FTA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더구나 노대통령은 미국과의 4대 통상현안(쇠고기 수입재개, 배기가스 배출기준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 약값 인하 중단)의 해결이 한미FTA의 선결조건이었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의 책임은 그 만큼 더 큰 것이다. 자국에게 장기적으로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지극히 높은 한미FTA를 이런 식으로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면 ‘사대매국’ 정권이라는 험한 말을 들어도 별로 대답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정부가 한미FTA를 굳이 추진하려는 동기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미FTA를 통해 한국의 정치경제지배집단은 손해 볼 일이 별로 없거나 도리어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과 직결되어 있다. 한미FTA는 외부쇼크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특히 국내서비스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구조조정을 완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는 이미 경험한 바와 같이 일부 대기업주에게는 이익이 돌아가고 힘없는 서민들이 고통을 고스란히 껴안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윤리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한미FTA 체결은 결국 정부를 매개로 해서 미국의 대자본과 한국의 대자본이 결탁하여 한국의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미FTA 찬성론자들은 여전히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한다. 그러므로 이점을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2.2. 사회적 양극화 심화: 한미FTA의 필연적 결과

한미FTA 찬성론자들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폭넓은 시장개방으로 말미암아 경제총량이 늘고 이는 다시 그릇에 물이 차면 낮은 곳으로 흘러넘친다는 소위 국물 혹은 누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까지 증대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는 자본주의시장경제논리를 국제관계로까지 확대 적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의 신빙성은 우선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강력하게 펼쳐온 국가들의 경제현실을 살펴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영국의 대처정권은 경제적 불평등을 크게 심화시켰다. 권위 있는 ‘소득과 부에 관한 론트리 보고서’(Rowntree Report)에 의하면 1977년에서 1990년의 기간 동안 영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은 한 국가를 제외하고 다른 어떤 국가보다 빨리 증가했다. 그 한 국가마저도 뚜렷한 평등주의적 유산을 물려받은 상황에서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쳤던 뉴질랜드였다. 1979년 이후에는 가장 낮은 소득집단에게 소위 경제성장에 의한 누수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7년 이래 전체 평균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구비율은 3배 이상 증가한 반면 1984~1985년 가장 부유한 상위 20% 계층이 차지하는 과세 후 소득의 점유율은 43%로 전후(戰後) 가장 높았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의 증대로 경제총량의 증대와 양극화 해소라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낭만적인 태도라 할 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복음과상황>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이렇게 전망했다.

“경제총량이 늘어나면 파이가 커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경제학에서 총량을 측정하는 지표는 GDP이다. 옛날에는 GNP를 사용했다. 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GNP는 국적위주의 측정단위다. GDP는 국지주의적 지표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국 기업들의 경제활동은 GDP에 포함된다. 미국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하고 수출하고 판매하면 GDP는 올라간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하지만 GNP는 얼마인지 알 수 없고 새롭게 생산된 그 부가가치도 어디로 돌아갔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총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재경부에서 말하듯 GDP가 올라가고 결국 수익성이 개선되더라도 이익은 해외투자자나 재벌에 국한 될 것이다.”

한미FTA로 말미암아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앞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한미FTA는 강력한 외부쇼크를 한국경제에 가할 것이고 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1997년 말 외환위기와 함께 도입된 IMF관리체제 이후처럼 저소득층이 고통을 가장 많이 분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란 말로 포장된 구조조정이야말로 양극화 심화의 가장 주된 원인이 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미국의 FTA는 일반적으로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미FTA 체결로 이런 요구가 관철된다면 이는 유럽이나 동아시아보다 경제의 불평등도가 높은 미국경제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과 FTA를 맺은 지 12년이 경과한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제현실이 이러한 전망의 신빙성을 뒷받침해준다.(계속)

박득훈/ 언덕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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