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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용민 칼럼]조용기 목사가 은퇴 선언을 철회할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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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05-05-25 17:53 / 조회 5,306 / 댓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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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가 은퇴 선언을 철회할 다른 이유
제왕적 군주시대의 교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용민(ad74)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ad74@orgio.net

개그맨 후배 한 명이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른 선배를 고소해 유치장에 집어 넣었다. 후에 서로 화해하면서 문제가 일단락됐다지만, 이 사안은 오랜 관행이었던 '개그맨 사회의 군기잡기'가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또 하나. 연예기획사를 차린 선배 개그맨이 후배 개그맨들을 끌어들이면서 이른바 '노예계약서'를 체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사회적 파장으로까지 키운 휘발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후배 개그맨들은 기자들 앞에서 선배의 몰인격적 행위를 분기탱천해 하며 고발했고, 그 선배 개그맨은 '인기를 끄니까 배은망덕을 한다'며 읍소작전을 동원해 수습하느라 부산했다. 후에 그 계약서 자체가 원천무효임을 양측이 선언함으로써 논란은 종결됐다. 하지만 "이제는 '선배'의 권위는 없고 '돈'의 권위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는 뚜렷한 교훈을 남겼다.

두 가지 '팩트' 모두 개그맨 사회로부터 불거져 나온 것이지만 원류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권위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적 합의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인사 똑바로 안 했다. 건방지다." 이런 말로 후배들의 얼을 차리게 하는 선배가 있을까? 있다면 시쳇말로 '간 큰 선배'가 아닐 수 없다.

탈 권위의 바람은 권력이라고 미치지 않을 리 없다. 요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노무현 씨'라고 부르는 것은 차라리 양반이다.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이라는 꼬리말 하나 붙이는 것도 내키지 않아 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총칼로 권력을 찬탈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던 박정희, 전두환 씨를 '대통령 각하'로 추앙하던 사람들이 대개 이런 양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말이다(사실 군 지휘 계통이 어떻게 되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던 박, 전 두 사람이야말로 '탈 권위'의 원조이기는 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대통령마저도 절대적으로 추앙 받던 시대는 지났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탈 권위'의 시대가 '반 권위' 시대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참 권위'의 시대를 부르고 있다. 인격적으로 존경 받는 사람이 진정한 권위자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다는 점이다. 그런 권위자를 또한 동시대 문명인들은 찾고 있다. 사실 '위에서 까라면 까라'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던 때의 논리가 먹혀들 시대 같으면 요즘처럼 리더십과 관련한 서적이 잘 팔릴 리 없을 것이다.

조용기 목사의 은퇴를 반대하는 순복음 교단, 즉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의 성명서가 20일 주요 일간지 광고란에 실렸다. 조 목사가 현직에 남아 종신토록 담임목사 직을 수행해줄 것을 교단 차원에서 요청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조 목사에게 75세까지 시무할 수 있는 교단헌법의 조항을 준수하라며 교단 창립 이래 처음일 듯 싶은 '통첩성 발언'을 조 목사에게 던졌다. 이 내용에는 "성직자의 직분이 일반직분과 동일시 될 수 없다"는 '속에 감춰야 할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필자는 <한겨레>를 구독하는데, 이 신문에 나기 며칠 전에 <국민일보>에서도 같은 광고를 접했다. 그 때는 그저 자기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일반신문 독자층, 특히 조 목사가 지향해온 색깔과 이념이 판이한 <한겨레> 독자층을 향해 "조 목사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자로 부름 받은 금세기의 큰 목회자"라며 '선전 선동'하는 것을 보면서 한동안 내 눈을 의심했다.

이 광고를 본 일반 신문 독자 중에, "아, 그래! 조용기 목사님이 아직 교단과 교회를 위해 할 일이 많을 거야. 조 목사님은 계속 현직에 계셔야 해"라고 생각할 이가 몇이나 있었을까. 비싼 광고비를 들여 이런 성명서를 신문에 공표한 교단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서운하게 들릴 이야기 좀 해야겠다. 이름하여 '성명서가 간과한 것'이다. 크게 세 가지 맥락이다.

첫째, 목사는 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개 중소교회 서리집사긴 하지만, 기독교인인 필자조차도 의아스럽다. 생각해보라. 목사가 무슨 황제인가? 자신의 팬클럽 회원으로 구성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앞에 선 대통령 선거 후보인가? 도시 근로자의 평균 정년이 60세에서 55세로 점점 줄어들어가는 추세이다. 이와는 다르게 목사들의 정년은 일반 서민들과 괴리가 큰 65세 선에서 맞춰지고 있다. 이 정도면 일반인들에 비교해 대단한 특혜요, 특권이다.

순복음교단은 ‘세계 어느 교단도 성직자의 은퇴 조항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력 교단 가운데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등 주요 교단에서는 목사의 정년을 65세로 명문화하고 있다. 조문 갖고 시비 걸 마음은 없다. 다만, 한해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목회자 지망생의 수는 대략 5,000에서 8,000명에 이르는 상황을 상기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대부분 목회자 지망생들이라 할 사람들에게 한국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맡길 기회를 주지 않고 올해로 이미 70을 넘긴 조 목사에게 그것도 모자라 '요단강 건너가실 때'까지 하시라고? 종신토록 일하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못내 부러웠던 것일까?

물론 순복음측은 '조 목사가 여느 장삼이사 목사와 같을 수 있겠는가'라는 입장일 것이다. 복음 전파를 통해 국위선양을 한데다, 교단 성장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목사에게 더 일해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를 야속하게 폄훼한다고 반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긴 그렇다. 어디 조 목사가 보통 목사이던가. 한달 월급 9천만원을 상회하는 목사(2001년 월 납입 십일조 기준), 세 명 모두 군대 안 보내 아들 모두를 '신의 아들'로 등극시킨 목사, 80만명 신도들도 제 각각 산수를 배웠을 터인데 보는 눈, 느끼는 눈 모두 생무시하고 교회 돈을 자기 주머니 돈 쓰듯이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목사.

당연히 보통 목사가 아닌 것이다. 이런 분이 뭘 하더라도 용납하고 추앙하려는 사람들이 끝끝내 두고 모시겠다면 할 수 없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눈과 같을 수 없음을 알 필요가 있다.

둘째, 순복음교단의 하나님이 누구인지 의심스럽다.

특히 딱한 부분은 이것이다. 조 목사가 은퇴하면 순복음교단이 정체 또는 퇴보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것은 지극히 인본적인 사고이다. 비신자뿐 아니라 신자 계층까지도 이런 논리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건강한 교회는 반석 위에 선 것처럼 튼튼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들의 논리는 '조 목사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교회가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교회의 하나님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조 목사가 훗날 건강이 악화돼 시름시름 앓을 경우 이번엔 하나님을 상대로 성명을 낼 것인가. '지금 데려가시면 순복음이 위기를 만납니다'라고?

셋째, 그냥 안에서 해결할 이야기 같으면 그 범주 안에서 결론 짓는 것이 옳았다.

조 목사의 권위가 순복음교단에서 각별한 것이야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또 조 목사를 존경하는 이들의 판단은, 타인에게 조롱을 받을지언정,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순 복음을 실은' <국민일보> 광고란의 울타리를 벗어날 성질의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조 목사가 만나주지 않던가? 왜, 조 목사 상대로 '은퇴를 통촉하여 주소서'라고 외치는 말을 신문지상에 올려 그것을 국민에게까지 알리려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교회 내부에서는 조 목사와는 달리 임기 연한을 채 마치지도 않고 후배에게 길 터준다며 낙향하는 목사들이 더러 있다. 순복음교단의 성명은 그들의 거룩한 결단과 자기 희생을 '팔불출'적 행동으로 폄하시켰다. 또한 한국교회 전체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한국 교회가 성장과 퇴보, 이 두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는데, 순복음교단은 그 어느쪽도 택하지 않고 있는 자리에서 삽질을 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다. 들어가려면 순복음만 들어갈 일이다. 왜 한국 교회 전체 교단과 교회까지 끌어 넣으려 하나.

이마저도 들으려 하지 않을까 싶다. 하긴 '내 생각을 내가 내 돈 들여 밝히는데 무슨 상관인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 세계 최대 종교집단의 수장이요, 굴지의 종합일간지의 실제적 물주로서, 가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지랖 넓게 영향력을 떨치신 분이 바로 조 목사이다.

이처럼 일생을 '노른자 인생'으로 살아온 분이 때가 되어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생물학적 스케줄에 따라 현역에서 물러나셔서 여생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퇴할 때 박수 받는 종교인들은 현세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내세의 세상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역사적 과오도 컸던 인물이지만 한경직 목사가 그랬고, 테레사 수녀,달라이 라마 등이 좋은 본을 보인 주인공이라 하겠다. 이 분들이 걸어온 궤적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으로 볼 때 결코 택하기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렇게 속세의 중생들이 속물이 되어 살 때 그들은 성직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실천하며 살았다.

그런 의미에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속세의 영화와 부귀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목사님께서 짐 싸겠다고 하신 말씀에 솟구치는 감동을 주체 못할 상식인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떠나는 마당에까지 구태의연한 보스주의, 저열한 충성경쟁, 순복음의 트랜드 마크인 물질 지향중의의 잔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조 목사와 순복음교단에 대한 혐오감이나 쌓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순복음교단의 취지와는 다르지만, 조 목사의 은퇴 철회를 촉구한다. 한마디로 조 목사가 종신토록 집권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목사뿐이 아니다.

그와 친한, 비슷한 부류의 목사들도 임종하기 전까지 계속 그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 여성을 '기저귀 찬 것'이라고 폄하하는 '마초'목사, 배임과 횡령, 간통까지 엮여 범죄 3관왕이 된 '파렴치한' 목사, 아들에게 또 사위에게 부와 기득권과 명예를 '목회직 이양'이란 이름으로 세습하는 종교산업 총수 목사, 모두 강령하셔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의 이 나라를 오늘에 이르게 한 주인공이 누구인가. 경험도 없고 연륜도 없는 386 주사파들이 어설프게 설쳐댄다고 이대로 넘겨줄 호락호락한 교회요 기독교가 아닌 것이다"라고 꾸짖으면서 말이다.

자, 그런 다음 서거하실 때 몸만 가지 마시고, 소유하고 계시던 교회까지 세트로 묶어서 갖고 승천하시기 바란다. 그 무오한 상식마저 '세속의 논리'로 매도하며 자기들만의 천국을 만들었던 썩은 종교 사제들.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도록 높은 울타리를 쳐서 자기들만의 성역을 만들어 놓고는 천국왕국을 세우려 한 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존재는 하나님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도, 사법권도, 언로느이 힘도 이에 못 미친다. 그래서 생각있는 기독교인들은 성경 66권 가운데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의 마지막 구절을 읊는다. "아멘! 주 예수여 어서 오소서!"라고.

2005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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