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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교형 칼럼] 한국교회 '일본 우경화' 꾸짖을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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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05-05-31 15:23 / 조회 4,528 /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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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일본 우경화' 꾸짖을 자격 없다
죄악에 대한 참회 없는 부흥은 또 다른 배도를 낳을 수 있어

구교형(ku6699)

"독도는 우리 땅! 대마도도 우리 땅!" 요즘 벌어진 국제축구대회 운동장에 커다랗게 붙여진 현수막이다. 일본에서 엄청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배용준의 입에서도 기어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멘트를 받아내 1면에 대서특필하고야 마는 스포츠 신문의 헤드라인을 봤다. 정치인들도 독도에 몰려가 독도 경비대원들과 두 주먹 불끈 쥐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솔직히 좀 역겹다. '이건 아닌데…' 싶다. 본질이 바뀌었다.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 일본 우익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극악한 러시아와의 합병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일본이 우리를 식민 지배한 것은 차라리 고마운 일이다"라고 해서 파문을 일으켰지만, 그러한 생각이 결코 '웬 미친놈의 헛소리'만이 아님을 이 땅의 우익 지식인들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군사평론가 지만원씨, 임광규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소신 있게 지원 발언을 이어갔다.

이런 판국에 일본이 언제나 그랬듯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한국에 유익한 측면도 많다"라고 하거나 일본 시마네현에서 다케시마(독도)의 날을 제정했다고 해서 그게 뭐가 그리 이상한가. 과거사청산법 제정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좌익적 시각으로 단죄하는 것이기에 반대한다는 판국에 일본한테만 정신 차리라고 외친다고 무슨 대수가 있나 말이다. 사실 우리 스스로가 일제 잔재에 대한 더욱 분명한 단절의 의지를 보여 왔다면, 일본이 연례행사처럼 "일제의 한반도 지배가 발전을 도왔다"는 식의 망언을 늘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교계 역시 부담 없고 만만한 독도만 붙들고 야단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계신문들은 일제히 일본 교회협의회 인사들이 "독도가 한국 땅이다"라고 말했다는 걸 엄청난 사건인 양 떠들어 대지만 실제 일제시대의 부끄러운 한국 현대사의 굴절은 여전히 입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 이번 부활주일연합예배 때는 기상천외한 독도수호결의대회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굴절된 역사는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일제 당시 한국교회는 국권 침탈을 전후하여 개인적, 단체적으로 친일행적에 동참하던 것이 1938년 장로교를 필두로 모든 교단이 공식적으로 신사참배를 결의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후 많은 교회와 지도자들은 소극적인 친일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일본에 협조하거나 일본의 입맛에 맞는 기독교 개조에 적극 협력한다.

오경이나 계시록 같이 민족의식과 종말론, 심판을 담은 내용은 일본의 패망을 연상케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가르칠 수 없게 되었고, 지도자들은 일본을 위한 전쟁에 앞장서서 복을 빌어주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거나 일본정책에 반대한 교회지도자들은 동료이던 목회자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단죄되어 추방되거나 투옥, 처벌을 받았다.

흔히 과거청산·일제청산을 말하면 일제시대의 그 험악한 세월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 선배들의 과거를 원천 부정하는 무리한 주문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들 선배들의 어려움을 원천 부정하거나 잘못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 정말 중요한 것은 공식적인 죄악이 공식적인 참회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었다는 점이다. 상황은 해방 후에 이러한 왜곡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 꼬여버렸다.

일제시대때 적극적이고 공식적인 직위를 갖고 앞장섰던 교계 인사들에게 일정 정도의 참회의 기간을 갖게 하고, 그 후 교인들의 결의에 따라 계속 시무 여부를 결정짓자는 최소한의 요구가 당사자인 교권주의자들에 의해서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이후 순교자의 후예들은 한국 교회에서 분파주의자로 밀려나 버렸고, 부일과 친일 협력에 앞장섰던 자들은 교권을 장악하여 해방 후에도 한국 교회의 주역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국 교회의 주류는 정통성과 도덕성의 기반 위에 서지 못한 채 교권을 다시 틀어쥐었고, 이들은 장로 대통령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독재 권력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로 득세했으며, 잇따른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정권의 논리를 가장 강력하게 후원하는 역할을 자임하며 교세를 확장해 왔다. 따라서 한국 교회의 주류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과 호전성을 단죄하고 극복할 만한 정신적, 실제적 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이들은 독도수호니 일본망언 규탄이니 말은 많지만 실제적으로는 추상적인 공염불 이상인 바에야 민족과 역사에 대한 어떠한 의미 있는 처방도 내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어쩔 것인가. 지금이라도 한국 교회는 전면적이고 공식적으로 참회의 고백을 해야 한다. 무슨 때만 되면 의례적이고 추상적으로 '한국 교회의 죄악을 회개합니다'는 식의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한국 교회가 일제시대,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어떠한 굴절을 겪어왔는지 구체적으로 고백하고, 하나님과 민족앞에 진정으로 참회한다는 고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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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교형 목사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뉴스앤조이 신철민

부활절을 생각할 때 우리는 베드로가 평생 닭 우는 소리를 들이며 자신의 약함을 고백하며 마음을 바로 잡았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베드로는 평생 주님을 부인했던 자신의 행적을 결코 잊지 않았을 것이며, 그것이 평생 베드로를 더욱 사심 없이 헌신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한국 교회가 지금 그런 베드로의 참회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약함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에서 또 다른 죄악이 싹틀 수 있음을 명심하고 한국 교회의 전면적이고, 공개적인 참회의 대역사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구교형 목사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2005년 03월 30일/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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