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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1 교단총회 참관기] 총회는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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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1-10-15 15:58 / 조회 2,201 /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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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간사(기독교반성폭력센터)


 무관심했던 교단 총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교회 안에서 성폭력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성폭력 피해를 증언하는 생존자들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오는데 비해,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과 총회의 치리는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어느 곳 보다 안전해야 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왜 우리는 보호받지 못하는지, 최소한의 보호 제도인 사회법에서도 범죄로 판결하는 사건을 교회법으로는 왜 치리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교단의 대응들을 보며 도대체 교회법과 규칙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해석하며, 누가 판단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총회 현장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니 그간의 의문이 모두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총대의 구성원들을 보고, 회의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논의되는 안건들을 직접 들으니 왜 교단 총회가 이토록 교회 구성원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지, 매번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교회 내 성폭력 범죄에서 조차도 그간 총회는 왜 그토록 가해자의 편이었는지도 함께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평신도이며, 여성이고, 30대 청년입니다. 저를 나타내는 많은 부분 중 이 3가지가 교회 안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교단이 있다는 사실이, 청년이기 때문에, 평신도이기 때문에 총회에 참여하고 의견을 제안하는 것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총회 현장에서는 더욱 처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참여할 수 없다면, 그 안의 누구라도 대변해줄 사람은 있어야 하지만 교회 안의 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여성의 목소리를, 평신도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공동체로 함께 모여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제가 느낀 괴리감은 그간 어느 공동체 안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괴리감이었습니다. 총회의 이러한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며 독점적인 구조 안에서 어떻게 교회 안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주요 의제를 처리한다는 것인지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예장합동 교단 총회가 진행되는 교회 앞에서는 ‘여성안수를 허하라’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성별에 관계없이 당연하게 주어졌어야 하는 권리를 아직까지 피켓을 들며 요구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게 느껴지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비관만으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피켓을 들었고, 우리에겐 여성 목사와 장로가 필요하다고 외쳤습니다. 그간의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에서도 역시 합동 총회는 여성안수 불가의 입장을 고수하며 의미 있는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었습니다. 이 의제에 관심 있는 총대가 그만큼 없었기 때문이겠죠.

   

 많은 분들이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 천천히 변화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천천히’라는 말이 가끔은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누군가에게 교회는 안전하지 않은 공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공간으로 느끼며 교회를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고민하지 않고 당장 변화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 교회가 사회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기만 합니다.

   

 참관활동의 대부분의 시간은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번 교단 총회에서 희망을 보았던 것은 몇몇 교단의 변화를 향한 첫걸음 때문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첫 여성 총회장 당선, 교회 성폭력 관련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개정, 목사 수련과정에서 양성평등과 성폭력 예방교육 필수 이수를 위한 결의 등이 있었습니다. 이미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변화가 교회에서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느껴지지만 이 또한 과정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겠죠.

   

 내년 교단 총회 참관 활동을 통해서는 사회와 발맞추어가는 당연한 변화를 넘어서,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과 같은 보다 급진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교단 총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불안과 감시의 눈빛을 넘어 기대와 희망에 찬 눈빛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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