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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예배 연대발언] 한 발짝 앞서 귀향한 당신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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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2-04-11 15:05 / 조회 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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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보고 있습니까?

다시 봄은 오고, 다시 꽃은 피고, 다시 잎은 푸르러 갑니다. 

하지만, 다시 볼 수 없고, 다시 만질 수 없으며, 다시 품을 수 없으니

당신과 우리 가운데 ‘다시’라는 말이 이토록 아플 줄 몰랐습니다. 


당신이 이곳에 첫 울음으로 온 날이 어떠했는지 모두 알 수 없으나

당신이 이곳을 떠난 그 날이 어떠했는지 선명히 기억하니.

당신을 잊지 않는 우리는 언제나 맞닿아 있어서

닿아있는 연을 따라 흐르는 보고 싶음에 사무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다녀 오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오지 못한 당신의 마음과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아직 밝히지 못한 우리의 마음이 서로 닿아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껴안아 위로하는 우리의 시간이 

이토록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서러움 가득 찬 통곡과 목 메인 절규 

비통함의 눈물로 이 자리에 다시 서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은 흘러 8주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당신에게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는 

미안함과 무기력함으로 고개 숙인 우리에게 

당신의 품을 내주어 보듬어 주길 염치없이 바랍니다. 


이곳을 보고 있습니까? 

어쩌면 당신은 너무 아파하고 슬퍼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많이 슬퍼할 수밖에 없네요. 

그러니 오늘은 당신이 우리에게로 와서 따스한 빛이 되어 주십시오. 

지금 이 혼돈과 공허함을 벗어나게 해줄 빛으로 우리에게 와 주십시오.  


애정하는 유가족들을 바라보며. 

연대하는 마음으로 섰으나 빈약한 위로의 말밖에 아는 것이 없는 저를 탓합니다. 

힘내자는 말도, 다시 나아가자는 말도 공허가 되려는 이 시간이 

제게는 매우 버거운 시간입니다. 

어떤 말이 여러분들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상실한 슬픔이,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의 죄책감이 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좌절을 경험하며, 

시대를 향해, 때로는 나 자신을 향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절규하는 여러분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애정하는 유가족들을 바라보며.

작은 마음 ‘한 조각’ 내어 드리겠다는 한 마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월호와 관련한 모든 일을 삶의 ‘한 조각’으로 항상 간직하고 기억하겠습니다. 

일상의 퍼즐을 맞추어 저의 생을 이야기 할 때 마다 ‘한 조각’ 퍼즐로 

2014년 4월 16일의 이야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마음 한 조각을 항상 떼어 놓고, 

찬바람 부는 광장과 뜨거운 낯빛이 내리는 곳에 여러분들과 함께 서겠습니다.


다시 시간이 지나 누군가 그날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 다음은 어떠했는지 묻는다면 

그 날과 그 다음은 내 생의 한 조각이었으며, 

혼돈과 공허의 시간 이었으나 끝내 빛으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라 말해 주겠습니다. 

슬픔도 분노도 눈물도 진실도 모두 엮어 제 생의 역사로 이어가겠습니다. 


함께 연대하는 여러분에게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날 그 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416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알게 될 줄 알았고, 

정권이 바뀌면 알게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은 쌓이고 답이 없는 시간을 

이토록 오래 보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생명을 빼앗은 시대에 대한 원망과 생명을 빼앗긴 이에 대한 미안함의 시간이 

이렇게 길어 질 줄 미처 몰랐습니다. 


여러분 오늘만큼은 슬퍼하고 눈물을 흘립시다. 

울음 삼킨 모습이 아니라 크게 슬퍼함으로 이 밤을 맞이합시다. 

생명을 빼앗긴 이들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립시다.

가족을 잃은 이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시다. 

진실을 밝히지 않는 시대와 정부를 규탄하며 눈물을 흘립시다. 


그리고, 이 눈물은 

불끈 쥔 두 주먹으로 힘차게 닦아냅시다. 

거친 숨을 가다듬고, 붉어진 눈을 부릅떠서 

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으로 일어섭시다. 

포기를 기다리는 자들에게 그들의 기다림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려 줍시다.


함께 연대하는 여러분 

멈추지 않고 나아갈 때 혼돈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것입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자는 공허의 빈손이 아니라 반드시 승리를 얻을 것입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밝은 우리를 어둠의 저들은 두려워 할 것입니다. 


역사가 부끄러워하지 않을 우리

한 발 앞서 귀향한 그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우리가 되어

혼돈과 공허를 지나 빛으로 나아가는 길을

다시 한 걸음 힘차게 나아갑시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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