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무국장의 일곱 번째 편지 | 입사한 지 3년이 된 시점에서] 평화, 간절함이 써 내려가는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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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1-07-12 10:38 / 조회 691 / 댓글 0본문
“욕심이 생길수록 잘하고 싶단 마음이 커질수록 우리는 꼭 실수를 하게 된다
뭔가 제대로 보여줘야 하는데, 이번엔 정말 잘 해내고 싶은데, 실수하면 안 되는데
이번엔 정말! 이번엔 기필코! 이번엔 반드시!
하지만 그럴수록 실수는 잦아진다.”
-강세형 작가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중에서
2018년 7월 1일
제가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에 입사한 날입니다. 그로부터 3년이 꽉 채워졌네요. 3년이 된 시점에 소식지 ‘공감’에 실을 글을 하나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벌여 놓은 일들,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하는 일들이 더미 지어 흩어진 일상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살짝 버겁기만 합니다. 특히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글이라니 성찰과 설렘의 이야기를 쓰기엔 오늘 일과도 분주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뭐라도 비틀어내야지 싶습니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아침 출근하기 전 책장 앞에 섰습니다. 오늘 하루 기필코 혼자 사유하는 시간을 내어보리라는 다짐과 생각의 길을 안내할 책 한 권을 선택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고민 없이 강세형작가의 에세이 중 하나를 골랐습니다. 언제부턴가 나를 위한 나의 선택 중 하나는 강세형작가의 글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왠지 모를 차분함이 밀려온다고 할까요. 지극히 주관적이며, 작가를 홍보하기 위함은 아닙니다만. 여하튼 일상의 무게를 버틸 나를 위한 오늘의 선택은 강세형작가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입니다.
뒤엉킨 생각은 길을 열고
오전 미팅과 전화를 불나게 하고, 점심은 자장면으로 한 후에 커피와 책 그리고 잔잔한 음악 앞에 홀로 앉았습니다. 과거 언제 즈음 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꾸깃꾸깃한 책장들을 넘기며, 글은 나의 지난시간을 비추고, 나의 일상은 책에 스며들어 책이 주는 이야기인지 내가 지나온 것인지 모를 만큼 뒤엉키고, 펴지기를 반복합니다. 잘하고 싶었던 마음만큼이나 실수도 있었고, 실수한 만큼이나 잘하고 싶었던 시간을 돌아보며 그래도 여기까지 왔음에 스스로 잘했다. 말해 주고 싶습니다. 놀림거리까지는 아니어도 에둘러 이야기하는 과거의 이야기에 너무 마음 두지 말 것을 다짐합니다. 이미 지나버려서 되돌릴 수 없으니 말이죠. 단 그때 나를 더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이 반복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붙들어야겠다 다짐합니다. 뒤엉킨 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고 또 내일이 시작되겠죠. 더 잘 듣고, 더 나를 사랑하는 내일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힘을 빼세요, 힘을!’
이 말이 떠오르지만 그건 참 쉽지 않은 이야기,
점점 더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건, 점점 더 긴장이 된다는 건
그만큼이나 그것을 바라는 내 마음도, 그것을 잘해내 보이고 싶다는 내 마음도
간절하다는 뜻일 테니까”
-강세형 작가의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중에서
국밥과 웰컴 엽서 한 장이 버티게 해준 시간
개혁연대에서의 일상은 습관처럼 익숙해지기는커녕 더 복잡하고 힘들어집니다. 몸에 힘은 잔뜩 들어가고, 생각은 굳어지기 십상이죠. 교회문제상담소! 이름처럼 문제에 문제는 계속해서 날아들고, 교회나 교계에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은 그리 많은지 모릅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이 아물기 전에 또다시 베이는 일이 반복되고, 소란한 이야기 한 가운데에서 꿈쩍할 수도 없는 시간도 보냈습니다. 그나마 국밥을 함께 먹어주거나, 웰컴 엽서와 사이다 발언으로 위로해 주는 이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들을 만날 때에야 굳어진 것들이 좀 풀어진다고 할까요. 마음이 한 뼘 자라 그만큼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지난 시간 국밥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지면을 통해 전합니다.
나는 무엇에 대하여 간절한가
힘을 빼기보다는 아직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습니다. 그래서 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조금 더 있어야겠다 생각한 듯합니다. 잘 해내 보이고 싶은 것,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봐요. 그래서 아직도 눈에 힘주고 있는 것이겠죠. 나는 무엇에 간절한가를 한 참 생각하니 단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평화입니다.
권위가 무력이 되고, 차별과 경계가 만들어내는 광기와 무지에서 나는 무엇을 그토록 바라고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도 나아가는가. 나는 무엇에 이르기 위해 저항하고, 소란을 피우는 것일까. 그것은 평화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평화에 이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수가 누리는 이익으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함께 누리는 평화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이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이 영광의 자유에 이르러 누리는 평화입니다. 하늘의 영광이 땅에 베풀어질 때 이루어지는 평화를 갈망하고 기대합니다. 지난 내 삶의 여정이 치열한 싸움과 분열의 순간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 부족했음과 성숙하지 못했음을 탄식합니다. 삼위하나님이 주시는 은혜 가운데 평화롭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일상을 누리는 교회와 세상을 위해 다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평화를 일구는 일에 함께 벗 되어 주신 분들과 또 벗 되어 주실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남깁니다.
2021년 일곱 번째 편지를 3년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3년을 준비하는 즈음에 드립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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