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 칼럼] 은퇴를 미루는 교회, 고사(枯死)의 길목에 들어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10-29 10:48 / 조회 76 / 댓글 0본문
한국교회가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맞이했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 하던것이다. 외적으로는 신뢰의 추락과 함께 회피와 조소의 대상이 된 뼈아픈 상황에 부닥쳤다. 여기에 더하여 내적으로는 노화와 분열 그리고 고사(枯死)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교회의 성장과 선교의 동력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음에도 현실을 직면하기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붙들고 있다. 여기에 목회자의 은퇴 연령을 높이려 하고, 아예 은퇴를 거부하는 움직임은 남은 것마저 태워 잿더미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1. 노화(老化), 늙은 공동체
통계는 냉정하다. 2025년 교단총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한국교회 성도의 수가 1990년대쯤음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며,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10대와 20대의 출석률이 하락하고, 청년부와 교회학교가 역사의 기록물로만 남을 지경이다. 이것은 단지 연령의 문제를 넘어 각 세대의 생명력이 증발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사회적 상황도 세대 간 불균형을 고민하는 때에 교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때에 교회의 대응과 대안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미래로의 비전을 만들어야 할 교단총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아쉬움이 가득하다.
2. 각자도생(各自圖生), 너희의 틈은 너희가 알아서
늙은 공동체는 세대의 불균형과 함께 관계적 통증을 가져온다. 리더십과 의사결정의 권한은 변함없이 50대 이상의 시니어가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의 경험과 희생, 열정의 결과를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결과가 젊은 세대를 주변인으로 만들거나 아예 무시하려는 경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서로 섬김을 잃어버린 교회는 특정 세대가 교회를 비우는 것으로 나타난다. 관계의 틈, 세대의 틈,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벌어져 버린 그 틈은 무엇을 메우려고 하는가?
대화와 존중이 사라진 교회의 세대 간 문제 해결과 극복은 결국 개교회의 몫으로 남는다.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다. 교회로부터 삥 뜯듯이 받아 간 교단의 재정과 권한은 이런 현실에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3. 고사(枯死), 말라비틀어져 죽어간다.
늙은 공동체, 대안 없는 현실, 결국 고사의 길에 들어선다. 단순히 교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현실.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교회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교회는 사회의 대안으로, 삶의 지혜나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보이지 않는다. 폐쇄적이다 못해 스스로 감금시켜 버린 지금은 사형수가 집행의 날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 생각된다.
4. 촉진(促進), 목회자 은퇴는 더 늦게, 고사(枯死)는 더 빠르게
2025년 교단총회의 숨겨진 이슈 중 하나는 목회자 은퇴 시기에 관련된 것이었다. 워낙 다른 이슈가 있어 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분명한 것은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만큼 세대교체와 리더십 변화는 지연되며, 교회의 고사(枯死)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 문제 대한 대응은 이미 늦었다. 시기를 놓친 시점에서도 교회의 현실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공동체의 노화, 세대 간의 벌어진 틈, 고사의 위기 현실에서 목회자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은 위기를 가속할 뿐이다. 결국 고사로 더는 이어갈 수 없는 교회가 많아지게 된다면 이는 자연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외면했던 결과이며,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교단총회를 복기하면서 한국교회의 내일을 염려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시대와 사회에 희망임을 믿는다. 비록 비틀거리고 휘적대는 걸음을 걷지만 말이다. 이제라도 리더십의 적절한 이양과 바른 의사소통으로 세대 간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 기회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기에 교단과 교회 그리고 성도에 이르기까지 한 마음으로 교회를 개혁하고 갱신해 나아가기를 바라며, 2026년 교단총회는 더 발전적인 결과를 기다린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이헌주 목사
- 이전글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한 기도제목 11월 2025-11-03
- 다음글[연대활동] '긴급토론회' 잔해 속의 그리스도-가자의 인종학살과 한국 교회의 맨얼굴 2025-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