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교회 칼럼] 저희가 할 수 있는 작은 촛불을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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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6-07-16 15:14 / 조회 4 / 댓글0본문
에스겔서 9장에 보면 에스겔은 예루살렘이 심판받는 환상을 봅니다. 그런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비참한 심판이 임하는 가운데 예외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허리에 서기관의 먹통을 찬 사람’을 부르셔서 예루살렘 주민 가운데 성전을 비롯한 예루살렘에서 일어나는 모든 역겨운 일 때문에 슬퍼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표를 그리라고 하십니다. 바로 이 사람들이 심판에서 제외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환상의 교훈은 단순합니다. 어떤 신앙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공동체 타락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대다수 교인은 교회의 소위 ‘은혜스럽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는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다른 교회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기가 소속된 교회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보이는 교인들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성경에서 만나는 하나님은 분명히 신앙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죄와 타락에 대한 무관심과 동조, 방조에 대해 책임을 물으시는 분임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저는 제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여러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 부분을 교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교인들을 지치게 할 뿐이어서 나름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현재 저희 교회 수요예배에서는 스캇 맥나이트와 그의 딸 로라 배린저가 공동 집필한 『토브 처치: 권력에 저항하고 치유를 촉진하는 선한 문화 만들기』를 설교를 통해 읽어드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교회 안에서 어떤 권력이, 어떻게 타락하면서 교회를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그런 타락을 방지하고 신앙 공동체의 아름다운 문화를 어떻게 이뤄가야 하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다른 신앙 공동체에서 ‘나쁜 문화’에서 상처를 입고 온 분들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저희 교회의 타락을 방지하는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는 시간으로 이 설교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최근 한 교단의 총회가 ‘유신 진화론’을 이단으로 규정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는 자네트 켈로그 레이가 쓴 『노아 방주에 새끼 공룡들을 태웠다고?: 기독교인이면서 진화를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보를 통해 교회에 추천하고, 북클럽에서 함께 이 책을 읽고 토론했습니다. 그냥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함께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교회 비판을 많이 하는 목사이다 보니, “한국교회가 개혁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립니다.
“어둠을 불평하기보다 오늘 한 자루의 작은 촛불을 켜라.”
물론 우리는 어둠에 대해 분석해야 하고, 비판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개혁은 누군가가 작은 촛불을 켤 때 이루어진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함께하는 모든 교회, 신앙공동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촛불 하나 켜기를, 아니 작은 촛불 하나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정삼희 목사 (신도중앙감리교회, 교회개혁실천연대 후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