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해성사’ 종교계 일깨울까[시사저널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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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07-11-21 11:02 / 조회 2,691 / 댓글 3본문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php.chol.com/~wanho/bbs/data/poem/esuyoil.js></script> ‘아름다운 고해성사’ 종교계 일깨울까
시사저널|기사입력 2007-08-28 09:32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5년 이후 10년 간 천주교 인구는 2백19만5천명이 늘었다.이 기간에 늘어난 전체 종교 인구가 2백37만3천명이니 늘어난 종교 인구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라는 얘기이다.반면 개신교 인구는 감소했고, 불교 인구는 정체했다.이를 계기로 ‘천주교 인구가 왜 늘었을까’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는 등 천주교세의 갑작스런 확장이 종교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천주교 인구가 늘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이런 일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4월에 교구 참사회와 사제평의회 심의를 거친, ‘2006년도 서울대교구 재무제표’를 공시합니다.헌금의 의미를 되새기며 교구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7월2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는 ‘2006년 재무제표’를 공개했다.A4 용지 8면으로 23만 부를 발행하는 주보 8면에 재무제표를 실었다.재무제표는 교구 자체적으로 집계한 것이 아니라 회계법인으로부터 정식으로 감사를 받은 결과였다.이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천35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선교 사업 운영비 등으로 6백15억원을 지출했다.1백33만 신자, 2백13개 성당을 포함하는 서울대교구의 용기 있는 결정은 종교계는 물론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신부들에게는 매년 공개했다.하지만 이제는 신자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재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교회가 오해를 받고 신뢰를 줄 수 없다.교구 전체 살림을 바깥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의지가 강했다.앞으로도 매년 자료를 공개할 것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마영주씨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라 신자들에게 돈을 어떻게 쓰고 있다는 것을 안내해준 것이다.종교계나 시민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우리도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씀씀이 공개는 종교계에서 ‘혁명’이라고까지 불린다.종교계가 그동안 수입과 지출 내역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사회가 발전한 정도에 비해 종교계는 폐쇄성을 고집해왔던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선교비와 직원 인건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까지 세세한 항목을 스스로 공개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천주교 신부 “종교계에 바라는 사회적 바람이 무엇인지 실감”
종교계 시민단체들은 잇달아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공개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냈다.교회개혁실천연대는 8월21일 ‘영리법인들은 일간지를 통해 결산서를 공시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 7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금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있는 가톨릭회관(사진 왼쪽)과 명동성당(오른쪽). 천주교는 종교계의 투명한 회계 운영을 선도하고 있다. 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결산서를 공개하고 있다.사회는 이렇게 발전해가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는 재정 공개에 있어서 소극적이며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로 인해 일반 사회로부터 의혹을 사게 되고 변화와 개혁의 요구를 듣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교회가 진정으로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자정 노력을 통해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나가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약칭 기윤실)도 8월21일 “대다수 개신교회는 이 문제를 고민만 하고 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개신교가 재정 투명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함으로써 교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기윤실 조제호 부장은 “기윤실도 10년 전부터 재정 투명화 운동을 해왔다.재작년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세 단체가 연합해 ‘건강한 교회 재정 확립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교회에서 쉽게 재정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신교 관련 단체나 교회들이 쓰게 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쪽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종교의 공공성과 투명성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언론의 호응도 뜨거웠다.<경향신문>이 ‘천주교계의 재무제표 공개가 각 종교 단체의 재산 형성과 사용에 투명성을 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는 사설(8월20일자)을 내보내는 등 거의 모든 언론이 최근 이 문제를 크게 다루었다.종교계의 재정 투명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일부 개신교회·사찰도 진작부터 재정 공개 나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는 “내부용으로 신자들에게 공개한 것인데 사회적으로 이처럼 반응이 뜨거워 사실 당황스러웠다.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계종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공개했는지 등 조계종도 천주교의 재무제표 공개 방법을 문의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을 문의해오기도 했다.종교계에 바라는 사회적인 바람이 무엇인지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개신교계나 불교계에서도 진작부터 개별적으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온 교회나 사찰이 있다.개신교에서는 서울 남산에 있는 높은뜻숭의교회(담임목사 김동호)가 대표적이다.이 교회는 해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70억여 원에 이르는 1년 예산 씀씀이를 교인들에게 공개한다.경기도 고양에 있는 빛과 소금 교회, 서울 경동교회, 서울 영동교회 등도 마찬가지이다.
불교계에서는 서울 잠실에 있는 불광사(회주 지홍)가 모범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지홍 스님은 “한 달에 한 번씩 사찰의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한다.조만간 지역지 성격의 사보도 발간할 예정인데 여기에도 재정 내역을 공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교회나 사찰은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최근 조계종 ‘사찰과 종단의 발전을 위한 재정 개선 방안 연구위원회’ 회의에서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는 흥미 있는 내용을 발표했다.2900여 조계종 사찰 가운데 7백94곳만이 2005년도 결산액을 조계종 총무원에 보고했다는 것이다.불과 27.4%이다.2005년만 특별히 낮았던 것이 아니라 2004년에는 1백28곳, 2003년에는 2백69곳이 보고하지 않았다.회계 관리 자체가 엉망이고 이런 실태가 만성화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김교수는 회의에서 “사설 사암의 경우 결산 보고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년 보고조차 하지 않는 사찰이 대다수이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그는 현금 흐름을 위주로 한 단식 부기보다는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거래를 보는 복식 부기로 회계를 처리하고, 특별 회계감사를 할 때 주지 스님과 사찰 명의의 모든 통장을 열람할 수 있도록 서약서를 받는 방안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불교계와 개신교계 대부분은 ‘단식 부기’로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단식 부기는 손익 계산을 상세히 파악하기 힘들다.판공비나 비자금 등의 내역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반면 복식 부기로 재정을 관리하면 돈의 흐름을 훨씬 투명하게 볼 수 있다.“복식 부기로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불교계 한 관계자는 “사찰에서 생일 불공이나 천도재 등을 올릴 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다.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사찰에서 신용카드를 쓰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스님들도 있으나 시대 변화에 맞춰 회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불교계의 경우 최근 2~3년간 국고보조금을 잘못 사용한 혐의로 중진 스님 여러 명이 구속되었다.일부를 빼돌리거나 원래 용도와 다른 곳에 돈을 썼기 때문이다.연말정산 때 기부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서 구속된 경우도 여럿 있었다.모두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이다.
교회의 경우 특히 대형 교회들은 수천 만원에서 수십 억원에 이르는 헌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교인들에게 자세히 알리기를 꺼린다.일부 교회는 담임목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따로 책정해놓기도 한다.이른바 ‘묻지마 돈’이다.
교회개혁연대 정운형 사무국장은 “지난해 상담한 21건 가운데 목사들의 재정과 관련한 경우가 아홉 건이었다.각 교단의 운영을 규범화한 교단헌법에 재정에 관한 자세한 규정이 없는 것도 분쟁이 일어나는 한 이유다.교인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회 재정운용에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 80% “종교인도 세금 내야 한다”
최근 인천에 있는 한 교회에서는 젊은 집사들이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자 목사가 거부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정국장은 전했다.과거에 비해 이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교회개혁연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에서 재정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원칙을 갖고 집행해야 하는지 등을 규정한 재정조례 지침을 만들고 있다.
대형 교회 가운데는 막대한 헌금을 어디에 쓰는지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종교계의 재정 투명화 문제는 종교인들의 세금 납부 문제와도 연결된다.‘종교인 납세’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유야무야 처리되었다.1968년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1992년에는 개신교계에서 근로소득세 납부 찬반 논쟁이 크게 일었다.국세청이 나서서 “성직자의 자율에 맡긴다”라고 발표하면서 진정이 되었다.이때부터 천주교는 주교회의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종교인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평균 80% 정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목회자 세금 내기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런 흐름이 사회적인 대세를 형성했다고 보기 때문이다.지난 5월 ‘종교인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가 가능한지 판단해 달라’는 국세청 질의에 재정경제부 권오규 부총리는 “당분간 추진할 계획이 없다”라고 발표했다.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누가 안전핀을 뽑을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우리나라의 경우 법적으로 종교인에 대한 규정은 없고 종교단체만 비과세하도록 되어 있다.
월급다운 월급을 받지 못하는 목사들도 많지만 웬만한 교회의 목사는 월 1백50만원에서 2백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받는다.조계종의 경우 사찰에서 직책을 맡은 스님들은 1백만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종교계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을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종교법인법 제정을 추진하고있다.미국이나 일본처럼 종교 법인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대신 수입·지출을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 신용국 사무처장은 “종교단체·종교인과 관련한 법이 없다.이 때문에 종교단체들이 재정을 투명화 할 의무가 없다.종교인 탈세, 정교 분리, 종교 단체 투명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법인법을 만들어야 한다.현재 종교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권 계급이다.내년 3월에 이와 관련한 입법청원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무제표를 공개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용기 있는 시도에서 비롯된 종교계가 재정을 투명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는 이제 바람을 탔다.종교계가 이런 흐름을 능동적으로 수용해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강제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종교계도 이제 울타리를 걷어낼 때가 되었다.
- ‘자유만큼 책임을 생각하는 언론’ ⓒ 시사저널 sisapres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소종섭 기자
시사저널|기사입력 2007-08-28 09:32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5년 이후 10년 간 천주교 인구는 2백19만5천명이 늘었다.이 기간에 늘어난 전체 종교 인구가 2백37만3천명이니 늘어난 종교 인구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라는 얘기이다.반면 개신교 인구는 감소했고, 불교 인구는 정체했다.이를 계기로 ‘천주교 인구가 왜 늘었을까’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는 등 천주교세의 갑작스런 확장이 종교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천주교 인구가 늘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이런 일 때문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4월에 교구 참사회와 사제평의회 심의를 거친, ‘2006년도 서울대교구 재무제표’를 공시합니다.헌금의 의미를 되새기며 교구에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7월2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는 ‘2006년 재무제표’를 공개했다.A4 용지 8면으로 23만 부를 발행하는 주보 8면에 재무제표를 실었다.재무제표는 교구 자체적으로 집계한 것이 아니라 회계법인으로부터 정식으로 감사를 받은 결과였다.이에 따르면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천35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선교 사업 운영비 등으로 6백15억원을 지출했다.1백33만 신자, 2백13개 성당을 포함하는 서울대교구의 용기 있는 결정은 종교계는 물론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신부들에게는 매년 공개했다.하지만 이제는 신자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재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으면 교회가 오해를 받고 신뢰를 줄 수 없다.교구 전체 살림을 바깥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의지가 강했다.앞으로도 매년 자료를 공개할 것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마영주씨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라 신자들에게 돈을 어떻게 쓰고 있다는 것을 안내해준 것이다.종교계나 시민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우리도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씀씀이 공개는 종교계에서 ‘혁명’이라고까지 불린다.종교계가 그동안 수입과 지출 내역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기 때문이다.상대적으로 사회가 발전한 정도에 비해 종교계는 폐쇄성을 고집해왔던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선교비와 직원 인건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까지 세세한 항목을 스스로 공개했으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천주교 신부 “종교계에 바라는 사회적 바람이 무엇인지 실감”
종교계 시민단체들은 잇달아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공개를 환영하는 성명서를 냈다.교회개혁실천연대는 8월21일 ‘영리법인들은 일간지를 통해 결산서를 공시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 7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금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있는 가톨릭회관(사진 왼쪽)과 명동성당(오른쪽). 천주교는 종교계의 투명한 회계 운영을 선도하고 있다. 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결산서를 공개하고 있다.사회는 이렇게 발전해가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는 재정 공개에 있어서 소극적이며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로 인해 일반 사회로부터 의혹을 사게 되고 변화와 개혁의 요구를 듣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교회가 진정으로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자정 노력을 통해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나가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약칭 기윤실)도 8월21일 “대다수 개신교회는 이 문제를 고민만 하고 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개신교가 재정 투명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함으로써 교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기윤실 조제호 부장은 “기윤실도 10년 전부터 재정 투명화 운동을 해왔다.재작년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세 단체가 연합해 ‘건강한 교회 재정 확립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교회에서 쉽게 재정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신교 관련 단체나 교회들이 쓰게 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쪽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종교의 공공성과 투명성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언론의 호응도 뜨거웠다.<경향신문>이 ‘천주교계의 재무제표 공개가 각 종교 단체의 재산 형성과 사용에 투명성을 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는 사설(8월20일자)을 내보내는 등 거의 모든 언론이 최근 이 문제를 크게 다루었다.종교계의 재정 투명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일부 개신교회·사찰도 진작부터 재정 공개 나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는 “내부용으로 신자들에게 공개한 것인데 사회적으로 이처럼 반응이 뜨거워 사실 당황스러웠다.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계종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공개했는지 등 조계종도 천주교의 재무제표 공개 방법을 문의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을 문의해오기도 했다.종교계에 바라는 사회적인 바람이 무엇인지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개신교계나 불교계에서도 진작부터 개별적으로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온 교회나 사찰이 있다.개신교에서는 서울 남산에 있는 높은뜻숭의교회(담임목사 김동호)가 대표적이다.이 교회는 해마다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 70억여 원에 이르는 1년 예산 씀씀이를 교인들에게 공개한다.경기도 고양에 있는 빛과 소금 교회, 서울 경동교회, 서울 영동교회 등도 마찬가지이다.
불교계에서는 서울 잠실에 있는 불광사(회주 지홍)가 모범 사찰로 잘 알려져 있다.지홍 스님은 “한 달에 한 번씩 사찰의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한다.조만간 지역지 성격의 사보도 발간할 예정인데 여기에도 재정 내역을 공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교회나 사찰은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최근 조계종 ‘사찰과 종단의 발전을 위한 재정 개선 방안 연구위원회’ 회의에서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는 흥미 있는 내용을 발표했다.2900여 조계종 사찰 가운데 7백94곳만이 2005년도 결산액을 조계종 총무원에 보고했다는 것이다.불과 27.4%이다.2005년만 특별히 낮았던 것이 아니라 2004년에는 1백28곳, 2003년에는 2백69곳이 보고하지 않았다.회계 관리 자체가 엉망이고 이런 실태가 만성화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김교수는 회의에서 “사설 사암의 경우 결산 보고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년 보고조차 하지 않는 사찰이 대다수이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그는 현금 흐름을 위주로 한 단식 부기보다는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거래를 보는 복식 부기로 회계를 처리하고, 특별 회계감사를 할 때 주지 스님과 사찰 명의의 모든 통장을 열람할 수 있도록 서약서를 받는 방안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불교계와 개신교계 대부분은 ‘단식 부기’로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단식 부기는 손익 계산을 상세히 파악하기 힘들다.판공비나 비자금 등의 내역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반면 복식 부기로 재정을 관리하면 돈의 흐름을 훨씬 투명하게 볼 수 있다.“복식 부기로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불교계 한 관계자는 “사찰에서 생일 불공이나 천도재 등을 올릴 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다.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사찰에서 신용카드를 쓰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스님들도 있으나 시대 변화에 맞춰 회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불교계의 경우 최근 2~3년간 국고보조금을 잘못 사용한 혐의로 중진 스님 여러 명이 구속되었다.일부를 빼돌리거나 원래 용도와 다른 곳에 돈을 썼기 때문이다.연말정산 때 기부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서 구속된 경우도 여럿 있었다.모두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일들이다.
교회의 경우 특히 대형 교회들은 수천 만원에서 수십 억원에 이르는 헌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교인들에게 자세히 알리기를 꺼린다.일부 교회는 담임목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따로 책정해놓기도 한다.이른바 ‘묻지마 돈’이다.
교회개혁연대 정운형 사무국장은 “지난해 상담한 21건 가운데 목사들의 재정과 관련한 경우가 아홉 건이었다.각 교단의 운영을 규범화한 교단헌법에 재정에 관한 자세한 규정이 없는 것도 분쟁이 일어나는 한 이유다.교인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회 재정운용에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 80% “종교인도 세금 내야 한다”
최근 인천에 있는 한 교회에서는 젊은 집사들이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자 목사가 거부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고 정국장은 전했다.과거에 비해 이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교회개혁연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에서 재정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원칙을 갖고 집행해야 하는지 등을 규정한 재정조례 지침을 만들고 있다.
대형 교회 가운데는 막대한 헌금을 어디에 쓰는지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종교계의 재정 투명화 문제는 종교인들의 세금 납부 문제와도 연결된다.‘종교인 납세’ 문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유야무야 처리되었다.1968년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1992년에는 개신교계에서 근로소득세 납부 찬반 논쟁이 크게 일었다.국세청이 나서서 “성직자의 자율에 맡긴다”라고 발표하면서 진정이 되었다.이때부터 천주교는 주교회의를 통해 소득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종교인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평균 80% 정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목회자 세금 내기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런 흐름이 사회적인 대세를 형성했다고 보기 때문이다.지난 5월 ‘종교인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가 가능한지 판단해 달라’는 국세청 질의에 재정경제부 권오규 부총리는 “당분간 추진할 계획이 없다”라고 발표했다.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누가 안전핀을 뽑을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종교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우리나라의 경우 법적으로 종교인에 대한 규정은 없고 종교단체만 비과세하도록 되어 있다.
월급다운 월급을 받지 못하는 목사들도 많지만 웬만한 교회의 목사는 월 1백50만원에서 2백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받는다.조계종의 경우 사찰에서 직책을 맡은 스님들은 1백만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종교계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을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종교법인법 제정을 추진하고있다.미국이나 일본처럼 종교 법인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대신 수입·지출을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 신용국 사무처장은 “종교단체·종교인과 관련한 법이 없다.이 때문에 종교단체들이 재정을 투명화 할 의무가 없다.종교인 탈세, 정교 분리, 종교 단체 투명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법인법을 만들어야 한다.현재 종교인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권 계급이다.내년 3월에 이와 관련한 입법청원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무제표를 공개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용기 있는 시도에서 비롯된 종교계가 재정을 투명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는 이제 바람을 탔다.종교계가 이런 흐름을 능동적으로 수용해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강제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종교계도 이제 울타리를 걷어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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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