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회내 다시 부는 제비뽑기 도입 바람
10월 입법의회 앞두고 새감협 등 단체들 활동 재개

▲합동 정기총회에서 제비뽑기 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합동총회는 지난 2001년부터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5년간 도입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제26회 입법의회가 오는 10월로 다가옴에 따라 감독회장 제비뽑기 선거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감리교회내 단체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제비뽑기 선거 도입이 처음 추진됐던 2003년 입법의회에서 제비뽑기 선거 도입안이 23표차(301대 229표)의 간소한 표차로 부결된 바 있어 올해 제비뽑기 선거 도입을 위한 의지도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

제비뽑기 선거제도 도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감리교회운동협의회(회장 김한옥 목사·이하 새감협)는 최근 제비뽑기 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을 개최하고 감독회장과 면담을 갖는 등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감독회장 선거제도 개선은 감리교회 목회자가 가장 우선으로 꼽는 감리교회내 개혁대상이다. 이를 두고 그동안 감독회장을 비롯한 감독 후보 출마자들은 저마다 감독선거 변혁을 우선적 공약으로 제시해 왔으나 지금까지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이렇다할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새감협은 지난 2일 정동제일교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감리교회내 제비뽑기 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목회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지난달에는 신경하 감독회장과 신동일 장정개정위원장 등과 면담을 갖고 감독회장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새감협에는 김고광 목사, 김한옥 목사, 성중경 목사, 엄상현 목사, 오인호 목사, 이정일 목사, 정명기 목사, 정승희 목사, 정지강 목사, 최응희 목사, 최이우 목사, 최재화 목사, 추연호 목사 등 감리교회내 주요 목회지도력이 참여하고 있다.

“부정선거 사용된 돈이면 감리교회 살리고도 남았다”

▲용두동교회 김한옥 목사는 새감협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새감협이 주장하는 바는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차선책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김한옥 목사는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에 선구자의 역할을 감당해 왔지만 정작 우리 자신이 민주적 효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며 “각종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부정 및 부럽행위는 세상에 보이기에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말하기조차 수치스러움을 느낀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불법선거 사례에 대해서는“10여년전의 감독 선거 때 당선되신 K 감독님이 당시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쓴 선거자금의 합계가 50억 정도가 된다고 고백했었다”며 “지난 감독선거에서 실패한 모 후보자는 다른 것은 일체 지불하지 않고 총 위원과 만나 식사하는 데만 1억 5천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선거가 거듭될수록 액수가 높아진다는 사실”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김한옥 목사는 “현실이 이렇다보니 소위 선거꾼들이 몰려다니면서 각종 부정한 댓가를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그들의 열심은 감리 교회을 몇 번 파괴하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악습은 자연스럽게 감리교회 내의 각종 선거에 그대로 대물림이 되었다. 그래서 평신도 단체의 선거도 감독선거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금년에 모 단체의 선거 문제가 일반 법정에 까지 제소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한옥 목사에 따르면 제비뽑기 반대측은 △민주주의 꽃은 선거인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 △총회원은 선악을 구분하여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숙하다 △만일 허점이 있으면 법을 보완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여 제도권이 이를 감사하면 될 것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김한옥 목사는 “논리는 참으로 합리적이나 부정선거 적발도 없고 문제 제기도 없고, 문제가 될 만한 것도 스스로 덮어버리고 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한옥 목사는 “세상 사람들도 깨끗한 선거를 통한 민주제도 정착을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고 다른 교단들이 이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감리교회만은 ‘평안하다’는 타령만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제 막 4년제 전임 감독 제도를 실시한 이때에 제비봅기를 통해서 불법과 탈법의 유혹의 소지를 없애고 맑고 깨끗한 선거를 함으로서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득표자 5명 선출 후 제비뽑기

새감협이 제시한 제비뽑기 선거법은 직선제와 제비뽑기 제도의 절충안 개념으로 새감협에 따르면 감독회장 및 연회감독은 다득표 순으로 후보군 5명을 선출하고 2차에는 선출된 후보 5명이 0,X로 표기된 제비를 뽑아 당선자를 최종 선출한다.

도 앞서 후보자들은 등록시 교회현황을 연회에 보고한 최근 3년 동아느이 입교인 수, 결산, 부담금 납부 등에 대한 자료를 기재하여, 목회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지난 입법회의에 상정된 제비뽑기 선거안은 감독회장과 감독이 전체 선거권자수 1/10의 추천을 받고 이와 함께 당회원 수, 결산, 부담금이 해당연회에서 10%이내에 드는 교회 담임자가 후보로 참여하도록 했으나 결국 부결된 바 있다. 이에 새감협은 교회 결산금을 비롯한 교회규모가 감독회장과 감독 출마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했다.

후보자 수에 따른 구체적인 선거진행법도 제시했다. 등록된 후보가 1명일 경우는 자동적으로 당선이 확정되고, 3명 미만일 경우에는 투표 없이 제비뽑기에 들어가면 등록한 후보가 3명이상 7명 미만(4-6명)일 경우, 투표권자 한 사람이 3명의 이름에 기표하여 최다 득점자 순으로 최종 3명을 결정하낟.

그러나 현재 감리교회 내에서는 "민주주의적으로 훈련되고 제도화 되어 있는 21세기에 살고 있어 현재의 교리와 장정에 규정되어 있는 비밀투표에 의한 선거방식을 지지한다"며 현행 선거법을 고수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어 선거법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제비뽑기 선거제도 반대여론은 "제비봅기 선거는 투표권 포기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기본 참정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금권 타락선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비뽑기 선거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선거법을 강화해 부정선거를 막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