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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만들기 위해 교회가 함께해 달라" (뉴스앤조이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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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02-19 13:11 / 조회 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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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과로로 세상을 떠난 쿠팡 택배 노동자 고 정슬기 씨가 마침내 쿠팡의 사과를 받았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20명에 이르지만, 그동안 쿠팡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정슬기 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장로를 비롯한 교계·시민사회 단체는 더 이상 쿠팡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행동에 나섰고, 반년에 걸친 투쟁 끝에 올해 초 쿠팡의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안 수립 약속을 받아 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정슬기 씨 아버지 정금석 장로(수원성교회)는 은퇴 후 방글라데시에서 선교 활동 중이었다. 아들의 부고를 듣고 급히 한국에 돌아와, 지난 반년 넘게 거리와 국회를 오가며 싸웠다. 쿠팡의 사과를 받은 후, 비로소 방글라데시로 돌아간다. 

 

교계 단체 및 교회 28곳, 시민 단체 18곳, 총 46개 단체가 함께한 쿠팡택배노동자고정슬기님과함께하는기독교와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정 장로의 출국을 앞둔 2월 1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활동 공유 및 격려 마당 모임을 열었다. 대책위는 그간 추모 문화제, 거리 기도회, 기자회견, 피켓 시위 등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민 5만 명의 서명을 모아 국회 청문회를 여는 등의 활동을 펼쳐 왔다. 

 

연대 활동에 참여한 수원성교회, 고기교회, 성문밖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후위기기독인연대,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은 정슬기 씨의 죽음을 기억하고, 더 이상 이 같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다짐했다.  

 

고 정슬기 씨 유가족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자신들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이 교회와 대책위였다고 했다. 정 씨의 아내 구우현 씨는 "기독교와 시민단체가 연합해 힘을 모아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과 저희 가정을 위해 기도해 달라. 오늘 대책위 활동을 함께한 선생님이 '길거리에서 다시 보자'고 하시더라. 그 말이 참 먹먹했다. 곧 저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 것 같다. 길거리에서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 

 

정금석 장로보다 먼저 방글라데시에 돌아가 선교 활동 중인 고 정슬기 씨 어머니 양경희 권사는 영상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서울에서 거리 기도회가 열릴 때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놀랐다. 아들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독교와 시민단체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는 연합을 보았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없다고,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국회 청문회가 열렸고 슬기가 작은 밀알이 되게 하셨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저보다 더 아파하고 열심히 행동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금석 장로는 아들의 죽음 직후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차 거리로 나섰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때 만난 이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길을 열어 갈 수 있었다면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써 달라고 했다. 

 

정 장로는 "차별받고 어려움 당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고 사회와 정부는 부패돼 있다. 부자와 힘 있는 사람들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약탈하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한 세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더 많이 남아 있다. 한때는 저도 여기 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지만 섬기고 있던 한국보다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사는 땅,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하나님이 제게 맡기신 일을 하려고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시는 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정규 씨는 이 연대가 한순간의 다짐으로 끝나지 않고 안전하고 존엄한 노동 현장을 위한 운동으로 이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이 길을 함께한 우리가 서로를 격려하며 더 큰 희망을 만들어 가게 해 달라.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위험 속에 일하고 있어 때로 정의가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추지 않게 해 달라. 우리의 기도가 말로 그치지 않고 행동이 되게 해 달라"고 했다. 

 

고 정슬기 씨와 정슬기 씨 아버지 정금석 장로가 신앙생활하던 수원성교회 유바디교구 담당 오상익 목사는 "정슬기 집사님이 계속 우리 교회에 계셨다면 유바디 교구 소속이었을 것이다. 정 집사님의 선후배, 친구 분들이 이 교구의 멤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반대가 있기도 했지만 젊은 세대가 기도하며 연대했고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마주할 수 있어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황철우 활동가는 노동 문제에 앞으로도 교회가 함께해 달라고 했다. 그는 "매일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아직도 7명이나 된다. 그동안 노동 문제를 다루면서 기독교 단체는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성문밖교회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쿠팡대책위 활동을 함께하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곳곳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이런 분들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교회가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2020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쿠팡 노동자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 씨는 "올해로 아들의 죽음 5주기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산업재해를 인정받고 이렇게 알리는 것조차 굉장히 힘들었다. 당시 기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써 주었지만 쿠팡으로부터 민사·손해배상 소송을 당해서 직업을 접거나 어려움을 겪은 분도 많다. 그때는 정말 힘 없는 사람들은 어디 기댈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슬기 님이 돌아가시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기독교대책위가 큰 힘이 된 것 같다. 관심이 끊어지는 순간 이런 현상은 다시 반복된다"며 계속해서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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