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역할과 기능의 차이'는 현실 외면한 변명…여성 안수 시행으로 차별 허물어야 (뉴스앤조이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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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4-12-18 16:57 / 조회 163 / 댓글 0본문
우리 어머니는 기도를 많이 하시는 분으로, 말씀과 기도의 은사가 있었지만 보통 말하는 '심방 전도사'로 교구 목사님을 보조하며 심방 사역을 하시다가 은퇴하셨다. 길에서 어머니를 만나면, 늘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셨다. 교인 중에 보훈 가족과 어려운 분이 많아, 사비로 뭔가 사서 갖다주면서 심방을 하신 것이다.
나는 일반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지만 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신학 공부를 결심했다. 어머니는 여전도사의 길이 험하고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말리셨다. 나 역시 목사님을 보조하는 심방 전도사가 되고 싶지는 않아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 두 개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여전도사로서 사역하는 한 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절감하게 되었다. 이미 나이가 많지만, 더 늦기 전에 목사로 안수를 받고 사역하다가 퇴임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에서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남성은 목사가 되고 담임목사가 되어 리더십을 발휘한다. 하지만 여성은 같은 과정을 마치고도 남성이 강도사 인허를 받기 전까지 잠시 거치는 임시직, '전도사'라는 타이틀로만 평생 사역하다 은퇴해야 한다.
남성은 신대원에 입학할 때부터 노회에 소속되고, 목사가 된 후에는 노회 정회원이 된다. 반면 여성은 노회 소속이 아니다. 교회·노회·총회 의사 결정권에서 배제되어 교단의 보호를 받거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사역해야 한다.
교회에서는 안수 여부에 따라 위계질서가 형성되고 역할과 대우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여성 사역자는 목사와 성도들로부터 차별 대우를 경험한다.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 것은 교회 안의 다양한 남성 중심적 문화를 고착시킨다. 교회 내 남성만으로 구성된 당회 구조에서부터 가부장적이고도 권위주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교단은 여성 안수 불가의 정당성을 위해 '남녀가 존재론적으로는 평등하지만, 기능적으로 서로 다르다'고 변호한다. 직위와 역할이 나뉘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변명에 불과하다. '역할과 기능의 차이'라며, 아무리 재능과 영적 리더십이 있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과 같은 리더십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여성에게 늘 차별로 경험된다.
여성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존귀한 존재다. 남성과 똑같이 복음을 받았고, 복음 전파의 사명을 맡았다. 하나님은 여성도 리더로 세우시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주셨다. 성경의 여성 지도자들뿐 아니라 다른 교단 여성 목사들과 많은 여성 신학자·선교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세계는 여성의 사회 진출로 큰 발전을 이뤘다. 많은 여성 리더가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인권 문제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교회는 남녀 차별 문화로 인해 세상의 빛이 아니라 그늘이 되고 있다. 선교 초기, 사회를 갱신하고 여성 인권을 개혁했던 한국교회는 어느덧 여성 차별 문제로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이 문제는 교회 성장과 복음 전파에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녀 강도사직 구분은 과거 차별의 답습이다
여성 안수를 불허하는 교단 내 신학대학원은 여학생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대책과 여성 사역자의 평등한 사역을 위한 신학적 연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 100년이 넘도록 교단은 여성 안수 불허를 총회 헌법에 따른 영원불변한 진리처럼 고수했고, 그로 인한 남녀 불평등 문제는 간과했다. 20년이 넘도록 총신 신대원 여동문이 여성 안수를 외쳐 왔지만, 매년 그대로였다.
이 때문에 타 교단으로 옮겨 목사 안수를 받는 여동문이 속출하고 있다. 총신 신대원에 입학하는 여학생 수도 여성 안수를 주는 타 교단에 비해 적어 전체 교역자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되었다. 현재 여동문 중에는 교단을 옮겨 목사직을 받고, 교회의 담임 목회나 부교역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어느 여성 목사님은 "예장합동 교단이 여성 안수를 허락하면, 타 교단으로 가서 담임 목회를 하는 분들 가운데 다시 교단으로 돌아올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09회 총회에서 여성 강도권이 통과되었다. 총신 신대원 여동문의 여성 안수를 위한 오랜 노력과 여러 목사님·교수님들의 협조,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의 협력이 있었기에 예장합동 교단에서도 강도권의 문이 열린 것이다.
여성 사역자 대부분은 강도권을 인정받게 된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에 여성사역개발위원회도 상설화되고 여성 사역자의 처우 개선도 시작한다고 하니, 많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성 목사 안수를 금하기 위해 "강도와 교회를 유익하게 하는 사역으로 봉사할 수 있는 여강도사와 (강도사) 인허 후 노회의 지도 아래 1년 이상의 수양 후 목사고시에 응할 수 있는 남강도사"로 헌법을 개정하여 남성과 여성의 강도권을 구분한다니, 이는 여성 안수 금지를 헌법에 더욱 분명하게 명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현재까지는 목사직에 여성 제한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강도권을 성별에 따라 구분하게 되면 여성들의 목사직 금지가 자연스럽게 헌법에 명문화된다는 우려다.
또한 강도사 인허를 받기까지도 많은 시간과 과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안타깝다. 당장 여성 동문들은 여러 가지를 우려한다. "여강도사로서 교회 현장에서 부목사와 동등한 역할과 대우를 주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런 역할과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 "예장합동은 강도사를 수년 후에 준다지만 나는 당장 목사 안수가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으로 남자는 1년 수양 후 목사직에 오를 수 있지만, 여성은 안수 없는 강도사로 구분하여 여성 안수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 "예장합동 여성 안수는 언제쯤 가능할까? 마냥 기다리기 어렵다", "여강도사로 교회 담임을 할 수 있을까?"
교회 내에서 여성 사역자에게 여러 가지 형태로 설교를 맡기면서도 안수를 주지 않는 것은 여전히 과거의 차별적 관행을 답습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만 준목사에 해당하는 강도사직에 머물게 하는 것은 여성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평등을 더욱 명료화하는 것이다.
남녀의 강도권을 구분하고, 그마저도 실행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여성 안수의 길은 기약 없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여교역자의 타 교단 유출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교역자 수급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총회는 고민해야 한다.
그래도 속수무책이었던 과거보다는 분명 한 걸음 나아갔다. 하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다. 예장합동 총회는 복음 전파의 걸림돌이 되는 여성 차별을 허물고 여성 안수를 속히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해 일하는 교단이 되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