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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교회가 외면하고 차별해 온 이들을 기억하며 함께한 종교개혁 기념 예배 (뉴스앤조이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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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4-10-29 14:43 / 조회 1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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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자신을 희생한다. 개혁이 가지고 오는 결과가 변화라면, 그 대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개혁의 주체와 객체가 서로 같다는 말이다. 개혁이 응시하는 대상은 개혁해야 할 자신이고, 개혁이 잉태하는 결과물 역시 개혁된 자신이다. 개혁은 이렇게 자신을 부인하고 버림으로써 새 살과 새 몸을 가져다 준다.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은 교회 내부에서 일어난 비판과 반성에서 비롯했고,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탄생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대형 교회와 주요 교단이 종교개혁 507주년 기념 주일에 기획한 10·27 집회가 공허하게 다가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이 집회를 앞두고 나온 선전물에는 개혁을 바라는 구호가 난무하지만, 그 대상에서 교회는 빠졌다. 한국교회 위기와 쇠퇴의 원인을 오히려 교회 바깥에서 찾으며, 스스로를 향한 반성이나 변화의 목소리는 내놓지 않았다. 변화 없는 변호는 개혁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10·27 집회에 대응이라도 하듯 비슷한 시각 다른 장소에서 종교개혁 주일 연합 예배가 열렸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느헤미야교회협의회·성서한국이 10월 27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에서 공동 주관으로 연 종교개혁 연합 예배다. 예배에 참석한 기독교인 250여 명은 사회에서 신뢰를 잃어 가는 한국교회의 추락을 가슴 아파하며 종교개혁 정신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념이 전부였던 종교개혁 행사들

한국교회가 올해처럼 떠들썩하게 종교개혁을 기념하던 때가 이전에도 있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둘 때다. 교계와 학계는 각종 행사와 강연, 예배 등을 열며, 교회가 종교개혁 의미를 기억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열기와 다짐이 무색하게도 교회는 이전보다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조사한 사회적 신뢰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017년 51.2%에서 2023년 74%로 더 늘어났다. 가톨릭, 불교, 개신교 중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서도, 개신교는 2017년 18.9%로 가장 낮은 호감도를 보였는데 2023년에는 16.5%로 더 추락했다. 

 

설문은 응답자들에게 평가뿐 아니라 해답도 구했다. 개신교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물었다. 5개 응답이 모였다. '교회 이기주의', '목사들의 삶', '불투명한 교회 재정', '타 종교에 대한 태도', '기독교인들의 삶.' 무엇이 개신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종교개혁 연합 예배에서 설교를 전한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기윤실 조사를 언급하며 한국교회가 지금도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이 제기하는 5가지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언급돼 온 과제들이다. 그러나 이번 10·27 집회를 앞두고 공개된 기도 제목에는 어느 것 하나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애, 페미니즘, 비혼주의, 저출산, 차별금지법을 향한 경고 일색이다. 

 

배 교수는 "세상은 한국교회가 자신들 밖에 모르고 목사들이 추하고 교인들이 세상에 무관심하고 교회가 그 많은 돈을 제대로 쓰지 않는 점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교회는 이 목소리에 철저하게 귀를 막고, 우리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성소수자들과 그들을 포함하여 이 땅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법안을 막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교회를 망하게 만드는 건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들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분노일 거라고 했다. 

 

배덕만 교수는 교회가 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종교개혁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 있다고 했다. 종교개혁은 오늘날 개신교가 태동하게 된 중요한 사건이고, 이 운동을 주도한 루터가 위대한 인물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종교개혁이 전개된 과정이나 루터의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루터는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동료들을 거부하고 관계를 끊었다. 생사의 길목에 놓인 힘없는 농민들을 외면하고 귀족들 편에 섰으며, 당시 유럽에서 가장 힘없고 연약한 유대인을 정죄하고 추방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이런 한계를 직면하지 않은 채 마치 종교개혁을 전승기념일처럼 대규모 집회를 열어 기념하고 사회적 약자를 향하여 편집증적 집착과 광적인 반발을 보이는 건, 루터의 치명적인 오류를 21세기 한국교회 버전으로 재현하는 일이라고 배 교수는 말했다. 

 

"한국교회가 진정한 종교개혁의 후예가 되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가 루터와 결별해야 한다. 

 

그리고 단호하게 돌아서서 성령과 성경, 지성과 양심에 근거해서 절대 권력의 교황이 발행한 면죄부 판매를 조목조목 비판했던 정신과 양심이 살아있던 신학자 루터, 자신에게 발부된 교황의 파문 교서를 백주대낮에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불태웠던 뜨거웠던 가슴의 혁명가 루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신성로마제국 황제 앞에서 끝까지 자신의 개혁 사상을 철회하지 않았던 당차고 용감했던 행동하는 지성 루터, 성직자에 의한 개혁이 불가능했을 때 만인제사장을 주장하며 평신도들의 개혁을 촉구했던 예언자적 루터에게 돌아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

종교개혁 연합 예배에는 사회적 참사를 겪은 이와도 함께했다. 10월 29일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집사는 현재 유가족들이 겪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을 볼 수 없게 된 그날 이후 지금까지 매일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지만,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임 집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과 정부의 무능한 민낯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외면과 무시, 폄훼로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건강한 청년 159명의 생명이 강제로 종료당했는데도 이들의 억울함을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거의 다 된 올해 9월에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임 집사는 희생자 가족들이 특조위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함께해 주는 종교인과 시민들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 예배에서는 사회적 참사를 비롯해 한국교회와 다음 세대, 교회 내 여성 리더십, 기후 위기, 평화 등 우리 사회와 교회가 각각 당면한 문제들을 위해 기도했다. 평신도, 여성, 신학생, 청년, 사역자 등으로 구성된 6명이 나와 각각의 주제를 놓고 기도문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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