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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소명 때문에 울며 떠난 예장합동 (뉴스앤조이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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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4-11-28 16:27 / 조회 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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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대째 신앙인으로, 어려서부터 장로교회를 출석했다.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본격적인 사역의 길로 들어섰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단에서 교육 및 전임 사역을 하게 됐고 그 일을 25년간 감당해 왔다. 그 이후 다른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개척 교회를 거쳐, 현재는 타 교단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이수한 여성 사역자의 교회 사역은 그저 교회에 필요한 심방과 전도 사역이 주된 내용이다. 경조사나 환자가 있을 때 심방하거나, 봄·가을 정기 심방 때 목사님을 수행하며 교구를 돌보고 노방 전도 등의 사역을 한다. 심방과 전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심방과 전도도 목회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목사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서 그저 보조 사역을 하는 자'라는 여성 사역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것이 여성 사역자들이 전문적인 사역을 감당하지 못하게 하고, 사역자로서 역량을 개발해 갈 기회조차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대부분의 교회는 여성 교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교인들은 가정이나 교회에서 신앙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을 돌보고 신앙을 이끌어 가는 실제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목회적 요구는 다양하며 여성 교인을 위한 특별한 교육과 신앙 지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여성 사역자들의 전문적인 사역은 꼭 필요하다. 교회 안에는 교인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신앙적인 문제 등 끊임없이 해결해 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교회를 온전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남성 사역자(특히 담임목사)가 설교하고 예배를 인도하며 교회를 이끌어 가는 일이 중요한 것처럼, 여성 사역자도 정식 사역자로서 안정된 신분을 가지고 목회 역량을 펼쳐 가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가정 사역은 남성 사역자보다는 여성 사역자들에게 더 적합하다. 여성과 자녀 교육, 복잡한 가정 문제에 대한 상담, 인간관계의 갈등 등 남성 사역자들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영역에서 교인들의 복잡한 내면의 영적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켜 줘야 교회가 온전해질 수 있다. 이러한 사역을 펼쳐 갈 때 '전도사'라는 제한된(성차별적인) 신분으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목사'라는 동등한 신분으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사역할 여성 사역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예장합동 교단은 부교역자로서 목사(강도사) 그리고 전도사로 구별된다. 목사들은 설교와 제자 훈련, 주제 강의, 행정 등 주요 직책을 맡는다. 이 일들은 여성 전도사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목사와 전도사라는 직책은 사역 영역을 나누는 일종의 기준으로 고착되고 있고, 이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사역에 큰 장애를 가져온다. 여성 사역자의 동등함을 인정하지 않고 주요 역할을 맡기지 않음으로 교인들의 절실한 신앙 문제 해결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교인들을 만나 상담하고 교육하며 치유하는, 교회가 건강하고 생명력 있게 세워지는 일을 막아 버리고 있다. 

 

전도사 시절 규모가 꽤 큰 교회에서 사역을 한 적이 있다. 교역자가 30~40명 정도였으니 사역을 충분히 전문화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설교와 주요 사역은 남성 사역자가 담당했고, 교구 담당 업무는 여성 전도사들에게 주어졌다. 언젠가 제자 훈련 담당 사역자를 발표할 때였다. 담당 사역자는 모두 남성 목사들이었고 여성 전도사는 제외됐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도사가 설교는 못 한다 하더라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역을 펼칠 수 없다는 것에 새삼스레 심한 자괴감이 몰려왔다. 사역자로서의 정체성이 거부당한 느낌이었다. 수석 부목사님을 찾아가 왜 전도사들이 제자 훈련 사역에서 제외됐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담임 목사님께 문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교회를 사임할 결심을 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남녀 차별로 고통받아야 하는가. 내 안에 있는 복음의 열정이 이렇게 짓밟혀도 된다는 말인가. 

 

신대원을 졸업하고 교회 사역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는 늘 갈등과 고민이 지속됐다. '이곳을 나가서 개척교회를 해 볼까.' 남는 시간에 개척할 곳을 물색하며 다닌 적도 있다. 같이 해 보자는 제안도 받았으나, 막상 나서려고 하니 황량한 벌판으로 내몰리는 듯 엄두가 나지 않아 결단하지 못한 채 세월만 흘러갔다. 대형 교회에서의 사역은 여러 면에서 안정감이 있고, 그럭저럭 혜택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성령께서 나를 부르시고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게 하신 것,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사명이었다. 

 

교회 사역은 그리스도의 몸을 온전하게 세우는 일이다. 깨지고 상한 영혼을 치료하고 생수를 먹이는,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충만케 함으로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서 세워 나가는 일이다. 이것이 교회 사역자의 사명이요, 힘써 일해야 할 영역인 것이다. 교회에서 이 사역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면,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교회에 와서 사역하는 것이 무슨 유익이 있단 말인가. 남성과 똑같이 목회 전문 과정을 이수했는데 왜 동일한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는가. 왜 여성은 남성 사역자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가. 중요한 것은 남녀가 아니라,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소명'에 따라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늦은 감은 있었지만, 오랜 기도와 고민 끝에 교단을 옮겨 목사 안수를 받기로 결심했다. 2019년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에서 안수를 받고, 개척 교회를 섬기기로 결단했다. 개척 교회를 동역하면서 교회를 세워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눈물이 날 정도로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내하는 훈련을 통해 목사로서 복음의 본질을 실행해 갈 수 있는 새롭고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부족한 생활비와 열악한 여건, 궁핍과 가난이 일상이 되었으나, 안정되지만 늘 갈등하면서 사역하는 전도사보다 한 영혼을 세우고 기도하며 말씀을 준비하는 목사로서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고 충만하며 기뻤다. 출애굽 후 광야 길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날마다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로 믿음의 행진을 계속하지 않았던가. 교회 개척 사역에 하루하루 내리는 '만나'의 맛을 그 어디 비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현재 예장합동이 아닌 카이캄 소속 한중사랑교회(서영희 담임목사)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교구 사역과 제자 훈련, 가정 사역(마더와이즈) 등 부름받은 종으로서 합당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맡겨진 사역을 감당할 때마다 가슴 벅찬 충만함을 느낀다. 복음 전파 사역에서 본질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몸인 교회에서 남녀 목사가 동등하게 사역을 나누어 감당하는 것, 차별 없이 하나님께서 주신 각자의 은사대로 맡겨진 일에서 주님의 뜻을 실행해 가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다. 성령의 인도 아래 사역자들의 활발한 사역은 선순환을 이루어 가고 있다.우리 교인들은 교회를 사랑하고 말씀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며, 나는 감사함으로 맡은 바 사역을 감당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회의 참된 아름다운 모습 아닌가. 

 

한중사랑교회 서영희 목사는 여성 사역자로 20여 년 넘게 중국 동포 사역을 감당해 왔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고자 오랜 세월을 한결같이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동포 교인들에게 말씀을 먹이면서 전진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1월, 24년 만에 처음으로 56명의 남녀 안수집사를 배출했다. 사역에 남녀가 어디 있는가. 하나님이 남종과 여종을 부르시고 명령하셨으면 순종하는 것이 종이 가는 길이다. 부디 예장합동 교단은 속히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역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님의 뜻에 맞게 복음 사역의 지평을 활짝 넓혀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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