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 헌법에 '천부인권' 사상 제공하고도 '여성 안수'는 외면하는 교회 (뉴스앤조이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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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07-15 15:41 / 조회 1,462 / 댓글 0본문
헌법이 규정한 기본적 인권의 바탕, '천부인권'
12·3 비상계엄 이후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때에, 조한창 헌법재판관이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인간의 천부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한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실제 대한민국 헌법 제2장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11조는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없이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함을, 12조에서 39조 까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인 생명 안전권, 행복추구권, 직업 선택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명시하고 있다.
젠더법학자들은 이러한 헌법 조항이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존엄과 평등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젠더 인권'과 '젠더 평등'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하열 교수는 헌법 제11조 1항 중 "'성별'에 의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노동과 정치, 혼인과 가족, 성폭력과 섹슈얼리티 등 영역에서 구체적인 입법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김하열, '젠더 평등과 평등 헌법', <젠더 법학> 3/2(2011), 33~65].
유엔 헌장과 세계인권선언도 '젠더 평등'이란 고유성과 보편성, 양도와 분리 불가능성, 그리고 상호 의존성을 띠고 있기에, 젠더와 인권은 분리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기본적 인권의 바탕에는 "남자와 여자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동등하게 창조된 존엄한 존재"라는 기독교의 천부인권 사상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천부인권'은 외면하고
남성 '항존직' 권한에만 집중하는 기독교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에 천부인권 사상을 제공한 기독교, 특히 장로교(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고신·합신)는 남성 항존직 권한(입법·사법·행정)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남녀에게 생래적으로 부여된 천부인권에 속한 젠더 인권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원래 장로교 정치는 "주권이 교인에게 있는 민주적 정치"임을 밝히고 있다(예장합동 헌법 제4장 정치 총론). 하지만 막상 '교인의 권리'에 명시된 선거권 및 피선거권, 성찬에 참여할 권리(예장합동 헌법 제5장 헌법적 규칙 제3조)들은 교회 운영을 위한 권리 또는 의무에 그친다.
나는 천부인권에 속한 젠더 인권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성 안수 불가'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교회 헌법에 가부장적 용어와 교리들, 그리고 기독교 내 섹슈얼리티에 대한 금기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예장합동 헌법은 호주제가 폐지된 21세기에도 여전히 17세기(1646)에 통용되었던 '가장들', '지아비'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남성 항존직 직분 위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예장합동 헌법의 소요리문답 46번을 보면 "간음하지 말라"를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우리와 및 이웃의 정조를 보존하라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젠더 인권과 성 인지 감수성을 지워 버리고 있다. 설상가상 교회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이나 신체적 자기 결정권 등을 주장하면 '나쁜 인권',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말로 정죄하며 배척하고 있다.
그렇기에 예장합동 교단의 '여성 안수 불가'는 단순히 직제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여성의 주체성과 고유성, 대표성을 거부하는 남성적 횡포이며, 젠더 위계적 직분 설정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 박탈, 근로 불평등과 부당한 처우, 성적 자기 결정권(성적 평등권, 신체적 자기 결정권, 건강권) 무시이자, 성폭력과 성희롱을 정당화하여 종국에는 인간성 상실로 치닫게 만드는 '가부장적 패착'일 뿐이다.
'여성 안수'라는 기본적 인권과
'종교의자유'는 충돌하는가
지난해 예장합동 총회가 여성 강도권을 통과시킨 이후, 교회 헌법 개정을 통해 '여성 안수 불가'를 확실히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교회 헌법에서 '여성 안수 불가'를 못 박는 조항을 첨가해야, 여성에게 강도권을 허락하겠다는 꼼수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예장합동 교회 헌법 5장 정치 제4장 제2조 목사의 자격은 "목사 될 자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식이 풍부하며 행실이 선량하고 신앙이 진실하며 교수에 능한 자가 할지니…연령은 만 29세 이상 자로 한다…"로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교단이 취해 온 '여성 안수 불가' 입장은 교회 헌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아울러 예장합동 교단의 '여성 안수 반대'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제11조의 "성평등", 제15조의 "직업 선택의 자유", 제34조 1항의 "인간다운 생활 권리", 제32조 4항의 "여성의 근로권 보장" 등 기본적 인권과 성적인 존재로서의 자유·권리를 침해한다.
물론 교단에서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게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는 매우 복합적인 문제이며, 종교의자유와 양성평등, 차별 금지라는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실제 판례는 종교 단체의 교리나 직제 결정을 사적 자치로 보고,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신앙의 영역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경험한 바 있다. 2016년 2월 총신대가 내가 맡은 '현대사회와 여성'이라는 교양 과목을 갑자기 '개설 유보'하자, 여성노동센터(여노센터)에 '성차별적 해고'로 신고했다. 그러자 여노센터는 "우리는 되도록 종교 문제는 안 다뤄요. 법적으로 하면 십중팔구 불리하거든요"라며 냉소적으로 응수했다. 나는 잠시 낙담하다가 "법적으로 불리해도 좋으니, 문제 제기라도 하고 싶다. 왜냐하면 종교의 직제 결정이 법적으로 항상 유리하게 작동하니까 교회가 여성을 만만히 보고 함부로 차별하며 해고하는 것이다"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이후 나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총신대를 상대로 승소할 수 있었다.
기독교의 '천부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평등을 가치와 정신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이 '종교의자유' 앞에서 이렇게 속수무책이라면, 종교 교리로 인해 그 어떤 헌법적 권리와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결국 천부인권은
교회 밖에서 찾아야 하나
만일 초기 한국 기독교에 복음을 전할 때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하지만 교회에서 여성은 목사(대표)가 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해 둡니다"라고 했다면, 과연 조선 말기 가부장제와 유교 신분제의 억압에서 차별과 서러움을 당해 왔던 '전도부인들'이 자유와 해방을 선사한 예수의 복음을 즉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다행히도 한국교회가 태동할 때, 기독교 복음은 남평등 사상을 심어 주며, 남존여비를 강조하는 유교 전통에 속박되었던 여성에게 권리와 의무를 가르쳤다. 이는 초대 교회사 학자 샤프(Rev. C. E. Sharp)가 평가한 대로, 기독교 신앙에 이끌린 사람들 대부분이 천민과 여성들이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처럼 기독교의 천부인권 사상, 그리고 자유와 진리의 복음은 세상의 위력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신성을 드러내어 억압받은 사람들을 감화시켜 한국교회의 부흥을 이루어 내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 반대'에만 열을 올리면서,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라"는 복음의 공공성과 천부인권에 역행하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헌법재판소와 법원, 그리고 여성 안수 불가를 고수하는 보수 교단에 호소하고 싶다. 우선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종교의자유와 충돌하는 문제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천부인권의 근원지인 기독교가 인간 개개인의 존엄과 평등 및 자유를 중요하게 여겨야 함에도, 남성 항존직 카르텔의 전횡으로 교회가 여성과 약자의 자유와 평등 및 젠더 인권, 근로권과 행복추구권을 쉽게 짓밟을 수 있는 사각지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재론적 평등, 기능적 종속"이라는 반인권적인 주장으로 여성 안수 불가를 고수하는 보수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에 경고한다. 남성의 머리 됨을 고수하려거든 교단이나 교회를 소개하는 안내문에 "우리 교단과 교회는 예수 믿음에 있어, '여성은 교회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성경적 해석을 고수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 사람들이 교회와 교단이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전에 알고 신중히 선택할 수 있도록 알려라! 전도할 땐 "예수 믿으라"고 해 놓고선, 막상 교회에 나가면 '남성을 위한 예수'만 줄곧 외쳐 대며 여성을 함부로 부려 먹는 교회가 많아서 하는 말이다. 이런 남성 독단적 교회가 변화되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일일 테고, 하나님께서 여성을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기시는 것처럼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해 주는 교회를 선택하는 게 차라리 현명할 테니.
강호숙 /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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