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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총신 고인물'이 바라보는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금지' 주장 (뉴스앤조이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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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4-10-02 14:06 / 조회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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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여안추)의 첫 대중 강좌가 열렸다. 김세윤 교수를 통해 '바울 서신에서 본 여성 안수'를 살펴보았는데, 온·오프라인을 합해 500명 이상 함께할 만큼 뜨거운 현장이었다. 그날 참석자 중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이었던 20대 여성 전도사 김소연 씨(가명)를 다시 만나, 여성으로서 실제 현장에서 사역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사역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실명과 얼굴을 비공개하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 소연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소연(가명)입니다. 자라 온 환경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기반이었고,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나와서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지금은 총신대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교회 사역도 전도사로 7년 정도 했습니다. 요즘 유행어로 치면 총신대 '고인물'(오래된 사람)입니다. 

 

- 총신대 고인물, 소연님은 총신 그 자체네요. 여성 안수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사실 여안추를 먼저 알게 된 게 아니라, 7월 11일 김세윤 박사님 강의 소식을 듣고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김세윤 박사님 강의를 듣겠나 싶어서 친구랑 가게 되었어요. 행사에 가서 주관하는 단체가 여안추라는 걸 알게 됐고요. 

 

여성 안수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었죠. 제가 총신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2014년도에 갑자기 총신 신대원에 여자는 입학하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대놓고 여자는 못 들어간다가 아니고 목사 안수받을 수 있는 사람만 입학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여성은 목사 후보생이 될 수 없고 괜히 경쟁률만 높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였죠. 그래서 여자 동기들이 다 같이 시위하고 그랬어요. 왜냐하면 저는 신대원까지 생각을 하고 총신대를 입학했거든요. 그런데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하니까 이건 교육받을 기회를 없애고, 아예 사다리를 무너뜨리는 불평등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 여성 안수 문제가 갑자기 나의 일로 다가왔겠어요. 어떤 계기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나요. 

 

제가 원래 따로 생각한 진로가 있었어요. 그런데 고3 때 큐티 하면서 신학을 배워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총신에 들어가게 됐지만, 전임 목회자를 꿈꾸면서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지금도 전문 사역자보다는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이자 목회자로서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 예장합동에서 여성은 목회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총신대에 들어갔는지 궁금합니다. 

 

집안에 총신 출신이 많아서, 여성에게는 안수를 주지 않다는 것을 알고 들어갔죠. 굳이 목회자가 될 건 아니니까 입학 당시에는 큰 문제는 없었는데, 갑자기 신대원에서 여성을 뽑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충격이었어요. 

 

- 주변 친구들이나 선후배 사이에서는 여성 안수 불허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나요. 

 

대다수 친구들은 여성에게 안수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들어왔고, 목회자가 되려는 친구들 중에는 총신에서 학문을 제대로 배우고 타 교단에 가서 안수받겠다는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신학과 친구들은 이미 알고 왔고, 다들 여성 안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굳이 열정적으로 활동을 한다거나 그런 친구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학부 교수님들 중에 여성 안수에 대해서 긍정적인 분들이 많으셨어요. 

 

- "안수 안 되는 것 알면서 들어온 것은 너희다", "안수 불가가 싫으면 다른 교단으로 가라"는 일부 남성 목사의 시선과 교단의 여성 안수 불가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 안수 금지가 성경적이지 않은 건데, 그것을 주장하는 것은 유교적·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성경적이고, 근거도 없는 걸 주장하면서 왜 개혁주의 교단이라고 하는지, 개혁주의 교단이라고 한다면 왜 개혁을 하지 않는지 의구심이 많이 들어요. 작년 총회 때 강도권을 주겠다고 결정했다가 바로 번복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실망하신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남성이 중요하고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하면 아예 집사님이나 권사님들도 뽑지 말고 남자가 다 해야죠. 식당 봉사도 그렇고요. 여자들은 예배만 조용히 드리고 가야죠. 여성 차별하는 이슬람이랑 뭐가 다르죠? 

 

- 같이 공부한 친구들은 지금 목사가 됐나요. 

 

의외로 다양한 것 같아요. 신대원 여자 동기들은 대부분 전임/파트 사역을 하고 있고요. 총신 신학과 동기 중에는 연극하는 친구도 있고 남편이랑 같이 선교사로 간 친구도 있고 진로가 다양한 것 같아요. 

 

- 소연님도 다른 교단으로 가서 목사 안수 받고 싶진 않았나요. 

 

저는 타 교단 가서 목사 안수 받기보다는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또 다른 일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 교회에서 사역자로서 남녀 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요. 

 

제가 있었던 교회에서는 가끔 새벽 예배 때 설교하거나, 헌신 예배는 담당 교역자가 설교를 하니까 제가 오후 예배 설교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특별한 남녀 차별이나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는데, 여성에게는 강도권이 없기 때문에 어떤 교회들은 여성 사역자에게 설교 기회를 아예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 여성 안수에 대해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여성 목사에 대한 편견들이 있는 것을 발견해요. 

 

네. 저도 그런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봐요. 제도적으로 봤을 때 메이저 신학교에서 여성 목회자가 어느 정도 배출이 돼야 퀄리티 있는 목사님들이 많이 나올 텐데요. 메이저 신학교 중 한 곳(총신대)이 여성 안수를 인정하지 않으니 안타깝죠. 좋은 여성 인력을 일단 배출하고 목회의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 이번 109회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의 강도권이 통과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여성 안수 문제는 진전이 없는데 왜 그럴까요. 109회 총회에 참석했던 총대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성경은 남녀노소, 신분 귀천 상관없이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함을 강조하는데,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경적 근거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가부장적, 유교적 사상에 근거한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요. 성경과 그 역사적 배경 지식을 안다면 여성 안수는 성경적이지 않다고 주장할 수가 없죠. 무지함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예장합동이 다른 교단보다 자신의 신학을 지키려는 것, 보수적 경향 때문에 더 그렇다고 봐요.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더 지키려고 하지 않나 싶어요. 교단에서 이게 옳기 때문에 여성 안수를 도입한다는 건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조금 더 경제적이고 실제적인 문제가 와닿아야 바뀌지 않을까요? 성경적 이유가 아니라, 대학교 입학률과 수익성 이슈로 여성 안수가 통과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저는 그것만으로도 한 발자국 뗐다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라도 바꾸는 게 지금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강도권 통과까지 나왔으니 여성 안수의 그날도 곧 다가오지 않을까요? 

 

- 총신대 학우들과 예장합동 내 여성들에게도 한마디 전한다면. 

 

저한테도 하는 말이긴 한데 "옳은 게 뭔지 알았다면 움직여라"라고 하고 싶어요. 

 

- 소연 님의 삶에서 총신에서 공부했던 시간들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사실은 총신에 갔지만 공부하면서 전문 사역자의 마음가짐을 갖기까지 고민과 갈등의 시간이었어요. 여러 고민과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간 소중한 시간이었죠. 총신에서 신학을 공부한 것은 그것 자체로는 좋았어요.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얘기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틀은 잡아 주니까 앞으로 내가 어떻게 더 연구할지 방향을 찾아가면 되겠죠. 

 

*

구조적인 차별이 어느새 나의 문제로 다가올 때, 당사자가 배제된 채 결정되는 안건들로 우리는 분노하게 된다. 올해 총회에서 강도권 부여가 통과됐지만 최종 결의되려면 앞으로 2년의 논의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여성 안수 추진 운동을 통해 총신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은사를 펼칠 수 있는 그날이 곧 오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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