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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 비운 자리…시민들이 채웠다 [한겨레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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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4-09-02 16:26 / 조회 1,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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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 비운 자리…시민들이 채웠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접은 28일 오후에도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을 지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을 이어갔다. 만화가 김병수씨 가족.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민아빠 단식중단 전해진 날
회사원부터 할머니까지
하루에만 250여명 동조 단식
“이제 대통령·여당이 응답하라”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아비의 통절한 단식에 응답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 아니었다.

지난달 14일부터 곡기를 끊었던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접은 28일에도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을 지켰다. 시민들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으로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립동부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씨의 단식 중단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주변 천막들은 동조 단식 참여자들로 북적였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접은 28일 오후에도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을 지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이창수 씨.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접은 28일 오후에도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을 지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오순덕 할머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창수(39)씨는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세월호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점점 미안해졌다. 유민이 아빠가 단식을 그만두니 다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왔다”고 했다. 한 시민은 광화문 근처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와 점심시간을 이용해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그는 “(단식은 끝났지만) 특별법 제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유민이 아빠의 단식은 우리 시민들이 이어받아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 몰래 전북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오순덕(77) 할머니는 “말로 표현은 잘 못하겠더라. 김씨의 슬픔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현장 접수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단식 참여자는 140명을 넘어섰다. 오후 2시에는 200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00~150명가량이 참여하던 것에 견주면, 오히려 김씨의 단식 중단 소식이 알려진 뒤 동조 단식 참여자들이 더 늘어난 셈이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접은 28일 오후에도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을 지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소설가 명지현씨.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6일간의 단식 기간 내내 ‘독한 무응답’으로 일관한 청와대를 향해서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박흥석(31)씨는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약속한 게 있지 않냐.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인데, 대통령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 양보는 칼자루를 쥔 사람이 하는 것이지 힘없는 자에게 양보하라는 것은 굴종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흘째 단식 중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김창규 목사는 “박 대통령은 그를 애타게 찾는 유가족들을 만나주지도 않는다. 정치권은 타협만 하려고 한다. 하지만 세월호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역시 단식에 참여한 소설가 명지현씨는 “박 대통령은 7시간만 행방불명됐던 게 아니다. 세월호 사고 뒤 100일이 넘는 동안 내내 행방불명이었다”고 꼬집었다.

김씨의 단식은 끝났지만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은 계속되고 있다. 8일째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정기영 부회장은 “김씨의 단식 중단과는 상관없이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농성장이 유지되는 한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영화인 600여명도 모바일로 릴레이 단식 신청을 받았는데, 31일까지 신청자가 꽉 찬 상태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을 접은 28일 오후에도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을 지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방인성 목사.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방인성(60) 목사는 27일부터 40일 단식에 들어갔다. 방 목사는 “청와대나 여당의 태도를 보면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유가족들을 대신해 종교인들이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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