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6월 18일 오후 서울 명동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재정 공개 실현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로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와 문희곤 목사(높은뜻푸른교회)가 참석했다. 높은뜻푸른교회는 복식부기를 시행하고,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로 해마다 2차례씩 재정 감사를 받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재정 운용 과정에 담임목사가 관여하지 않는다. 장로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각 팀별로 재정을 집행한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최근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와 왕성교회(길요나 목사)가 정관을 개정했다. 이들은 담임목사의 권한을 강화하고 재정 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교인 자격 조건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고쳤다. 교인의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재정 장부 열람이 가능하게 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역시 두 교회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관 개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갱신위원회 측의 반발에 부딪혀 현재는 계류 상태에 있다.

한국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은 교회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다. 교회문제상담소(신흥식 소장)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9년간 상담한 결과에 따르면, 총 189건의 상담 중 재정 전횡이 98건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회 일부 기득권 세력이 교회를 좌지우지하면서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횡령을 일삼고 있다. (관련 기사 : 교회 재정, 투명 의지와 구조적 장치 모두 필요)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 가는 큰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 교회재정건강성운은 지난해 말,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중·대형 교회 34곳을 상대로 목회자 납세 여부와 재정 결산서 제공을 요청했다. 소득세 납부 여부는 34개 교회 중 17개 교회로부터 답신이 왔지만, 재정 결산서를 제공한 교회는 단 4개 교회에 그쳤다. 왼쪽부터 김종희 대표, 황병국 본부장, 최호윤 회계사, 이재훈·문희곤 목사. ⓒ뉴스앤조이 한경민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경영연구원·기독교윤리실천운동·바른교회아카데미·재단법인 한빛누리, 이렇게 다섯 단체가 모여서 만든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한국교회의 비정상적인 재정 운용을 개선하고자 2005년부터 각종 세미나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쪽에 힘을 쏟고 있다. 6월 18일에는 명동에 있는 열매나눔재단 나눔홀에서 '재정 공개 실현과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문희곤 목사(높은뜻푸른교회)가 발제와 패널로 참여, 건강한 재정 운영 방법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

황병구 본부장(한빛누리)은 지난해 말 중·대형 교회 34곳을 상대로 목회자 납세 여부, 재정 공개 상태에 대한 조사 내용을 분석·발표했다. 34개 교회 중에 절반인 17개 교회가 현재 목회자의 소득에 대한 납세를 실천하고 있었다. 영락교회(1960), 명성교회(20년 전), 여의도순복음교회(1986) 등 20년 이상 목회자 납세를 시행한 교회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온누리교회와 백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만 재정 결산서를 제공했다. 황 본부장은, 목회자 납세에 대해서는 비교적 열린 입장을 취하는 교회의 경우라도 재정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산서를 공개하는 교회 중에서도, 교인들의 열람 편의성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했다. 재정 결산서를 인쇄물로 배포하거나 교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곳은 각각 7곳과 2곳이었고, 공동의회 때 파워포인트로 잠깐 볼 수 있도록 단회적 보고를 하는 경우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최호윤 회계사는 재정 공개가 갖는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자본이 지배하는 주식회사도 3%의 지분만 있다면 회사의 회계 장부를 열람할 권리를 보장하는 마당에, 자본주의적 주식회사보다 더 공동체성이 강해야 하는 교회에서 교인 2/3의 찬성이 있어야 재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것은 교회가 공동체적 관점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에 대해서 폐쇄적인 태도는, 교회가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몇몇 사람만 보호받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교회의 공공성이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최호윤 회계사 발제문 바로 보기)

두 사람의 발제가 끝나고 좌담회 순서가 이어졌다.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와 높은뜻푸른교회 문희곤 목사는 교회 재정 투명성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눴다. 높은뜻푸른교회는 복식부기를 시행하고 외부 회계 감사를 받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해마다 2차례 재정 감사를 받아서, 재정이 본래 의도에 맞게 올바르게 집행되고 있는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투명성 강조보다 교회마다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형편을 고려해 적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재정 공개는 목회자와 교인들 간에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진 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자칫 갈등 상황에서 섣부르게 재정 공개 여부를 논의하면 교회 분쟁이 악화될 수 있기에, 평소에 재정 공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