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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빚진 자들의 책임입니다 [에큐메니안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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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4-04-24 11:26 / 조회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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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빚진 자들의 책임입니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세월호 희생자 추모시간 가져


2014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연합예배가 부활절 오후 3시 30분 종로1가 보신각 앞에서 개최되었다.

▲ 4월 20일 부활절 오후 3시 30분 종로1가 보신각 앞에서 2014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온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가 개최되었다.ⓒ에큐메니안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는 여느 부활절과 같이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다. 좌석에는 예배 순서지와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실종자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메시지, 무능하고 불의한 정부와 언론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담겨있는 손 피켓이 놓여있었고 향린교회 교우들은 '생환염원'이라는 리본을 나눠주기도 했다.

▲ 연합예배 주최측은 이날 참여인원을 5백여명으로 추산했다.ⓒ에큐메니안

이렇듯 침울한 분위기가 계속되었고 예배를 마친 후 향린교회 사회부장 채운석 집사의 제안으로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찻길을 향해 손 피켓을 들고 서서 침묵의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 (좌측부터) 사회를 맡은 김창희 장로(향린교회), 시국을 위한 기도 윤성일 선생(기독교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 평화를 위한 기도 김종일 선생(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건강한 노동사회를 위한 기도 위영일 선생(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환경을 위한 기도 여정훈 선생(기독교환경운동연대), 빈곤문제 경제정의를 위한 기도 윤소진 선생(성수 내일의 집)ⓒ에큐메니안

예배 순서에도 시국과 평화, 건강사회, 환경, 빈곤과 경제정의 등의 기도제목과 함께 세월호에서 생명을 잃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함께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 연합성가대의 찬양 '달리다쿰'ⓒ에큐메니안

부활절 메시지를 전한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최소영 목사는 “많은 고난 주간을 보냈지만 지난 며칠간 우리가 직면했던 시간만큼 우리를 헤집어 놓은 고난주간은 없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최소영 목사는 우리사회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는 결국 “신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만들어낸 무한경쟁과 성공주의, 탐욕과 허영, 술수와 거짓, 냉혹한 이기주의와 맘몬 숭배”라고 지적하며 여기에 조응한 교회의 죄악을 비판했다.

▲ '부활은 빚지자들의 책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부활절 메시지를 전한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큐메니안

최 목사는 다음과 같이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부활은… 무고한 희생자들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 깨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도 시작될 것입니다. 부활은… 빚진 자들의 기억입니다. 책임입니다. 부활은… 고통과 절망, 죽음과 비탄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계신 하나님께서 “살려내라!”고 우리를 부르시는 부르심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사람들의 울부짖음과, 차마 소리조차 내지 못한 이들의 억눌린 한숨소리에 응답하여 죽임의 세상을 생명 가득한 평화의 세상으로 바꾸어낼 때 오늘의 부활, 이 시대의 부활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비탄에 빠진 이들과 함께 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죽음의 배에 갇힌 이들의 생명을 구원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오늘 이곳에 서 있는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아멘!“

▲ 성공회나눔의집 협의회 최준기 신부가 성례전을 집전하고 있다.ⓒ에큐메니안

이후 성공회나눔의집 협의회 최준기 신부와 성북나눔의 집 최윤주 신부의 집전으로 성례전을 나누었고 부활절 선언문 낭독 대신에 향린교회 한 교우가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며 지은 시를 박연미 장로가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은 멈추고, 소녀는 우리를 바라보고

▲ 김연미 장로
주님,
어찌하여 이러한 죽음을 우리에게 주십니까?
그날 이후 눈앞을 떠나지가 않습니다.
주황색 구명복을 걸치고
두려운 눈망으로
기울어진 선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녀 소년들의 모습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주님,
어찌하여 우리를 이 깊은 심연에 가두시나요?
그날 이후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말해왔듯이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 안전할 거라 믿으며
끝내 자리를 지키던 학생들이
90도로 꺾인 선실로 차가운 바닷물이 차오를 때
소녀 소년들이 경험한 그 잔인한 배반을...
갈갈이 갈갈이
가슴이 찢겨져 나갑니다.

주님,
어찌하여 옴짝할 수 없게
우리를 시간의 가움에 가두시나요?
그 순간 우리의 시간은 모두 멈추었습니다.
24시간, 48시간, 72시간...
그러나 그 검은 바닷물 속으로
시간은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우슈비츠의 방에 갇히던
그 사람들의 눈망울도 그랬었나요?
철무에 잠기고 가스가 차오를 때
그 사람들의 가슴도 그랬었나요?.

주님, 다시는 경험치 않을 것 같았던
그 시퍼런 죽임을 왜 우리 생활 앞에 펼쳐놓으시나요?

그래요,
그토록 우리는 깨끗한 눈망울들을 외면했습니다.
그토록 우리는 헛된 말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토록 우리는 그저 앞을 향해서만 치달았습니다.

정말
우리의 이 차가운 가슴이
우리의 선진 기술로도 꼼짝하지 않는 쇳덩어리가 되어
시커먼 바닷속에
소녀 소년들을 가두어버렸나요?

시간은 멈추었고
또다시
하염없이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주황색 구명복을 걸치고
기울어진 선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녀 소년들의 두려운 눈망울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바라봅니다.

주님
이 눈물이 그저 멈추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 연약한 생명들을 우리가 온몸으로 보듬을 수 있을때까지는...
이 아픔이 그냥 잦아들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 푸른 생명들을 기만하는 거짓의 성찬이 끝나기 전에는...
이 죽음들이 다시 소생하기를 감히 소망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안의 물욕과 이기심, 무관심과 공포,
옆사람의 발을 밝고, 어깨를 채며 돌진하는 우리들의 무한질주가
끝없이 죽음을 다시 불러들이는데
한없이 생명을 희롱하는데...

주님
그저 땅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있으렵니다.
그러다 겨우 용기를 내어
선실 구석장이에서 빤히 우리를 바라보는
소녀 소년들의 눈망울을 마주 보겠습니다.
거기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거기서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예배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의 축도로 마쳤고 참가자들은 보신각 주변 찻길 옆으로 둘러서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손 피켓을 들고 침묵의 시위를 이어갔다.

▲ 예배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보신각 주변 찻길가에서 손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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