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언론보도

[연속기고] "여성 안수 지지한다"는 목사들…정작 공개 석상에서는 왜 말 못하는가 (뉴스앤조이 6/30)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07-01 09:43 / 조회 13 / 댓글 0

본문

여성안수추진행동을 왜 시작하게 되었나 

 

나는 2002년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고, 개혁연대에서 그동안 가부장적 교회 제도와 문화 속에서 여성의 자리, 지위에 관련된 피해 사례를 많이 접하며, 그 문제가 개선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여성 문제가 내게 큰 과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사이에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나도 여성 문제에 조금 더 눈을 뜨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안수 문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어찌 보면 여성 안수 문제는 교회 내 여성의 과제 중 지극히 일부분이다. 여성 안수가 모든 교회 여성의 일도 아니고, 더구나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은 수백 개 한국 교단 가운데 이제 딱 세 곳(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합동, 합신)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녀간의 다른 차별 과제들은 개선이 되었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있다는 자체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이들은 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이고, 성경의 가르침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겨우 남은 세 교단이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교회 보수 신학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지 않나. 

 

그렇다면 여자라서 목사도, 장로도, (안수) 집사도 될 수 없는 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이고 성경의 정신이라는 주장이 된다. 그게 하나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는 보수 신학이라는 말이다. 한국교회에서 목사, 장로는 교파와 교단을 떠나 교회의 입법, 사법, 행정을 거의 총괄하는 당회의 구성원이자 교단 총회의 정회원이니 사실상 한국교회의 대표라고 하겠다. (안수) 집사는 교회의 같은 항존직임으로 교회 내부 살림을 관장한다.  

 

그런데 그의 신앙, 인품, 능력을 떠나 여성은 누구도 목사, 장로, 집사가 될 수 없다는 말은 하나님이 온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지으셨다는 신학적인 주장이 아닌가? 우리가 그런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난 2000년 교회 역사에서 벌어진 수많은 신학과 신앙, 실천상의 논란 중 이보다 중대한 문제가 있을까? 

 

이렇게 비유해 보자.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흑인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유인원에 더 가까운 짐승 취급을 받았다. 게다가 그런 인식은 노아의 저주를 받은 가나안의 자손(창 9:25)이라며 성경을 떠받드는 '정통 보수 신학'으로 정당화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속으로는 흑인을 무시한다 해도, 드러내 놓고 그런 주장하는 사람이 오히려 비난과 조롱을 면치 못한다. 

 

하나님이 당신의 같은 형상으로 남자와 여자를 지으신 게 맞다면, 그리 멀지 않아 여성 안수 거부를 정통 보수 신학으로 떠받들던 목회자들도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자신의 고집을 변명했던 일로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여성 안수는 인간 창조의 큰 의미를 밝히는 일 가운데 한 가지에 불과해 보일지라도, 상징적인 의미가 정말 크다. 적지 않은 남성 목사가 여전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데, 여성 안수 활동은 그걸 제도적, 법적으로 잘못이라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교회가 20대인 내 딸이 기쁘게 다닐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한 생각들을 가진 여러 사람이 모여 2024년 5월 공식 출범한 여안추 활동은 이제 1년을 넘겼다. 

 

여안추 활동을 평가한다 

 

지난 1년 활동을 스스로 평가해 보면, 적지 않은 분이 활동과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그것은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의 후원으로 우리가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1000명 지지 서명도 넉넉히 달성하였고, 총회 회관 앞 기자회견이나 교단 총회 앞 활동 등 현장에서도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남자 목사들의 제법 달라진 분위기다. 내가 속한 예장합동의 동기 목사 단톡방에서도 적지 않은 동기가 "여성 안수를 지지한다, 당연하다"는 말을 어려움 없이 내뱉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예장합동 총회 현장 앞에서 여성 안수 지지를 호소할 때도 몇몇 목사들이 일부러 찾아와 지지와 격려를 해 주었다. 

 

이와 같은 성과는 곧 한계이기도 하다. 동의하면 무엇하나? 하나님 말씀을 믿고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목사가 믿는 대로 행하지 못하고 공석에서는 자신을 숨기고 있는 것을 볼 때 답답하기만 하다. 작년 총회에서 예장합동 교단은 그동안 절대 안 된다던 여성의 강도권을 허용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내심을 살펴보자면 이건 여성에게 안수 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과 같은 꼼수다.  

 

원래 예장합동 교단이 가진 기본 인식은 이랬다. 

 

남성: 목사, 장로, (안수) 집사 모두 가능

여성: 목사, 장로, (안수) 집사 모두 불가

왜? 성경이 그렇다. (딤전 2:12) 

 

그런데 2024년 109회 총회를 통해, 기본적으로는 위와 똑같지만, 이를 이렇게 바꿨다. 

 

남성: 목사 고시에 응시해 목사가 될 수 있는 강도사

여성: 설교를 포함해 남성과 같은 직무와 대우를 받을 수 있으나 목사 고시는 보지 못하는 강도사 

 

성경을 근거로 반대해 놓고, 이제 와서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제 강도사는 허용하지만 안수 직분만은 여전히 안 된다는 말이다. 그나마 가장 굳건하던 교단마저 여성 사역자의 지위 문제를 어떻게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하나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여안추는 예장합동을 넘어 예장고신과 예장합신 교단까지 활동의 경계를 넓혀 가려고 한다. 해당 교단의 여성 사역자들도 너무 오랫동안 교단이 설정한 경계 밖을 넘어서는 것을 여전히 망설이는 것 같다. 우리의 활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는 "당사자인 여성들도 별 관심 없는데, 왜 너희가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는 트집을 잡는 사람도 있다. 더 많은 여성이 이 운동에 참여해 주면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원문보기(클릭)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